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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 ㅣ 마이다 히토미 시리즈 1
우타노 쇼고 지음, 현정수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우타노 쇼고의 작품들을 읽어보면 참으로 팔색조 같은 작가, 변신의 귀재란 느낌이 듭니다. 본격 추리를 근간으로 함에는 변함이 없지만 매번 그 구성과 스타일이 바뀝니다. 서술 트릭의 정수를 보여주며 국내에 화려하게 등장한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를 시발점으로 반전의 미학이 돋보인 <해피엔드에 안녕을>, 에도가와 란포의 오마주 <시체를 사는 남자>, 클로즈드 써클 3부작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살인 유희 <밀실살인게임> 까지...
그렇게 매번 스타일을 바꾸면서도 일본추리작가협회상과 두 번의 본격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는 등 매작품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와 완성도를 유지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입니다. 이제는 그의 데뷔작인 '집 시리즈 3부작'까지 나오는 등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우타노 쇼고의 작품이 국내에 출시되고 있습니다. 2011년에 미야베 미유키에 이어서 국내 최다 출간 일본 작가 2위 자리를 차지한 점만 봐도 국내에서의 그의 인기와 위상을 알 수 있습니다.
<마이다 히토미 11세, 댄스, 때때로 탐정>은 그런 팔색조 작가가 그려낸 또 다른 스타일의 본격 추리소설입니다. 책을 읽기전에 제목과 표지만 보고 두 가지를 오해했습니다. 하나는 11세 히토미 양이 주인공인 탐정역인줄 알았고 또 하나는 히토미 양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아주 가볍거나 사소한 일들을 풀어가는 코지 미스터리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실제적인 주인공은 히토미 양의 삼촌인 형사 마이다 토시미이고 매 단편마다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등 사건은 강력사건이고 추리는 진중하게 흘러갑니다.
주인공인 34살의 독신남 강력계 형사 마이다 토시미는 시간이 날때면 본가를 찾습니다. 본가에는 세 살 터울 형인 대학 조교수 마사카즈가 초등학교 5학년 외동딸인 히토미 양과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 토시미 형사는 조카 히토미 양과 게임도 하며 놀아주고 형과 맥주 한 잔하면서 자신이 맡은 사건을 얘기합니다. 친형은 토시미 형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하고 토시미 형사는 어린 조카가 무심히 얘기한 말이나 사소한 행동에서 사건의 실마리를 발견합니다.
여섯 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구성이 독특합니다. 모든 단편들이 독립적인 완결성을 갖고 있지만 이전 단편의 등장 인물이 다음 단편에서 재등장하는 등 이야기의 연속성이 존재합니다. 그런 면에서 네 번째 단편 <착한 아저씨? 나쁜 아저씨?> 편이 제일 재밌고 기억에 남습니다. 여섯 번째 단편 <그 눈동자에 비친 것>에서도 작가가 숨겨놓은 재미난 얘기가 나옵니다.
제목과 표지대로 전체적인 분위기는 삼촌과 놀아주는 11세 히토미 양의 상큼발랄한 귀여운 말투와 행동마냥 밝고 경쾌하게 흘러가지만 사건을 수사, 추리하고 해결하는 부분만은 본격 추리소설답게 진지합니다. 저는 이 점이 특히 마음에 들더군요. 단지 아쉬운 점은 짧막한 단편들인지라 각 단편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 캐릭터와 사건의 발단, 동기등 수사 과정을 표피적으로 이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2007년에 출간된 이 책의 후속작으로 2010년에 <마이다 히토미 14세, 방과후 때때로 탐정>이 출간됐으니 국내에도 조만간 좀 더 성장한 중학생 히토미 양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