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
시모쓰키 아오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겨레출판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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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추리소설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을 몇 권이나 읽었을까? 주로 중,고등학생 시절에 접한 그녀의 작품이 대략 십여 권쯤 되는 것 같은데 성인이 된 지금도 줄거리가 생각나는 작품은『그리고 아무도 없었다』,『ABC 살인사건』,『에크로이드 살인사건』그리고『오리엔트 특급살인』밖에 없다.『나일 강의 죽음』은 극장에서 영화로 봤고.『커튼』,『쥐덫』,『예고 살인』,『검찰측 증인』등도 읽었는데 지금은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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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 완전 공략』은 일본의 저명한 미스터리 평론가인 시모쓰키 아오이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모든 작품을 읽고 쓴 가이드북이자 평론집이다. 저자는 일단 푸아로 시리즈 33권 , 미스 마플 시리즈 12권, 토미&터펜스 시리즈 4권, 단편집 14권, 희곡 9권, 시리즈외 장편 27권으로 구분한 후,​ 모든 작품마다 간단한 줄거리와 감상평 그리고 별점을 매겨 소개한다. 그리고는 매 시리즈마다 저자만의 BEST를 선정해서 보여준다.

 

​일단 이 책을 통해 알게된 것은 그녀의 장편이 모두 99권이라는 것 그리고 내가 그녀의 작품중 약 10% 정도만 읽었다는 점이다. 내가 애거사 크리스티 열혈빠(매니아)가 아닌 이상, 이 가이드북에 언급된 99권의 모든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한자한자 음미하면서 읽을 필요는 없다. 별점이 아주 박하거나 듣도보도 못한 작품은 과감히 스킵하고 저자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작품 위주로 선택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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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기조, 스타일, 유형의 변천등 전문가적인 설명도 있지만 가장 맘에 드는 것은 저자의 솔직한 감상평이다. 걸작이다, 무조건 읽어라같은 극찬도 있지만 무료하다, 재미없다, 트릭이 별로다등 매 작품마다 진솔하게 평한 점이 신뢰감을 주고 향후 작품 선택에 좋은 길잡이가 된다. 저자의 별점, 줄거리 소개 (나에게 중요한 것은 소재와 배경이다. 한 집안의 가정사를 둘러싼 얘기는 가급적 피한다), 각 시리즈별 BEST 선정 리스트등을 참고해서 내 입맛과 취향에 맞는 (미독인) 작품 목록을 뽑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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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의 악마

다섯 마리 아기 돼지

나일 강의 죽음​

커튼 (이상 푸아로 시리즈)

주머니 속의 호밀

카리브 해의 미스터리​ (이상 미스 마플 시리즈)

N 또는 M (토미&터펜스 부부 탐정 스릴러)

0시를 향하여

끝없는 밤

비뚤어진 집 (이상 시리즈외 장편)

신비의 사나이 할리 퀸 (단편집)

죽음의 사냥개 (단편집, 괴기)​

 

마침 서양 고전 추리물을 찾아서 탐독하고 있는 나로서는 앞으로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 기준을 잡은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이유와 가치는 충분하다.​ 애거사 크리스티 여사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향후 위 리스트의 작품을 읽고 그 결과가 만족스럽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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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인간
요미사카 유지 지음, 주자덕 옮김 / 아프로스미디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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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인간』...전기인간이라니...그동안 일본 추리소설을 읽어오면서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고, 신기한 마법을 부리는등 비현실적이고 기발한 소재의 작품을 많이 접해봤지만 전기인간은 첨 들어본다. 전기인데 사람의 형태를 띤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전기가 통하는 사람을 말하는 건지...2010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 본격 미스터리 대상"에서 변격 미스터리로 화제에 오른 작품이라니 궁금해서라도 책을 집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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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도시에서만 수년째 내려오는 도시 전설속의 주인공인 전기인간은 사람들이 언급하면 나타나는데 형체도 없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읽고, 도체를 타고 이동하며, 흔적도 없이 사람을 죽인다고 한다. 그 어떤 외상도 입히지 않고 말이다. 그야말로 오싹하다. ​이야기는 그러한 전기인간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한 여대생의 조사와 죽음 그리고 그와 연관된 또 다른 죽음들로 이어진다. 경찰은 일련의 사망 사고가 단순 급성 심부전때문이라 결론짓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 정말 전기인간은 실재하는 것이며 모든 죽음이 전기인간의 짓일까 아니면 도시 전설을 흉내낸 연쇄살인마의 교묘한 범죄 행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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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도 제한적이고 내용도 그리 복잡하지않고 해서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중간중간 들어있는 음침한 삽화가 극중 분위기와 흐름을 유지시켜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도시 괴담에 대한 학문적 고찰, 전기인간에 대한 다양한 가설과 추론등이 등장하지만 가장 궁금한 것은 역시 전기인간의 실존 여부와 그 정체이다. 과연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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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고 느낀 점은...한마디로 괴작이다. 그동안 별 희안한 설정의 일본 미스터리를 여럿 접했지만 이런 스타일의 미스터리는 첨본다. 일단 작가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참신한 시도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재밌냐고 물으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결말의 서프라이즈는 만족스럽지만 그 과정까지가 지루하지는 않지만 딱히 새로울게 없다. 기존 미스터리의 경계와 형식을 벗어난 뭔가 새롭고도 기발한 미스터리를 찾는 분에게는 한번 읽어보시라고 하겠지만 현실성을 앞세운 논리와 어법에 충실한 정통 미스터리를 고집하는 분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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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코,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트릭은 역자의 친절한 후기가 없었다면 눈치못채고 지나쳤을 것이다. 그런 작가의 고도의 테크닉이 숨어있다니...어쩐지 매 챕터마다 "전기인간~"이란 대사로 시작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책 말미에 "절대 결말을 누설하지 마세요."라는 출판사의 신신당부가 있는지라 리뷰는 여기서 그만...SF 변격 미스터리의 실체를 확인한데서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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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6일 전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조너선 래티머 지음, 이수현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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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 6일 전』은 무척 독특한 소설이다. 살인죄로 기소되어 감옥에서 전기의자에 앉을 날만 기다리던 사형수가 처형 6일을 앞두고 갑자기 누명을 벗게해달라는 요청으로 진범을 찾아나서는 줄거리도 독특하고, 그러한 이야기를 하드보일드 기조에 스릴러와 서스펜스를 가미한 정통 추리 방식으로 풀어가는 점도 독특하다. 거기에 6일내에 진범을 찾아내야한다는 긴박한 상황을 무척이나 여유롭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전개하는 점도 독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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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인죄로 기소된 웨스틀랜드는 모든 정황과 물증이 자신을 범인으로 가리키자 결국 감옥에 갖혀 체념의 심정으로 죽을 날을 기다린다. 하지만 처형 6일을 앞두고 "당신은 결코 살인자가 아니다"란 편지를 받고는 한줄기 빛을 발견한다. 그즉시 유능한 변호사를 섭외하고, 변호사는 주인공인 크레인 탐정을 대동한다. 그리고 탐정은 6일이라는 촉박하고 제한된 시간속에서 진범찾기에 돌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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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 트릭, 사라진 권총의 행방, 약혼녀를 가장한 의문의 전화, 진범의 정체등 호기심을 자극하는 추리적 요소도 풍부하고, 특히 마지막 장에서 탐정이 사건 관계자 전원을 모아놓고 수수께끼를 하나씩 풀어내며 범인을 지목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고전 추리소설의 전형을 보여준다.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건조한 문체에 추리는 진중하고 스릴러적 감성도 보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풍자와 해학 그리고 성적 코드를 곁들인 작가의 어메리칸 조크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미국식 유머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나로서는 냉온탕을 오가는듯한 진지와 코믹이 섞인 분위기에 때론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어쨌든 이 정도의 긴장감 넘치고 추리적 완성도도 괜찮은 매력적인 소재의 하드보일드풍 소설을 작가가 약관 20대에 썼다는 점은 높게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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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
빌 밸린저 지음, 최내현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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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 북스피어에서 2017년에 재출간한 빌 S. 밸린저의 서스펜스 명작『이와 손톱』을 읽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DVD로 영화 <석조 저택 살인사건>을 감상했고. 원작을 읽고 바로 다음날 영화를 봤더니 내용을 뻔히 아는지라 감흥이 많이 떨어진다. 가뜩이나 스포일러가 중요한 미스터리 영화인데...차라리 원작을 안보고 영화만 봤으면 충분히 즐겼을텐데...후회막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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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영화도 그럭저럭 볼만하다. (초반부만 등장하는) 여주인공도 이쁘고...ㅎㅎ 영화사 집계를 보니 관객수 35만명이 들었다. 손익분기점이 190만명이라는데...그야말로 폭망이다. ㅠ.ㅠ 고수, 김주혁, 문성근, 박성웅이라는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을 모셔놓고...내가 봤을 때 배우들의 연기엔 아무 문제없다. 시나리오와 각색의 문제 그리고 감독의 연출, 역량이 문제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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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손톱』은 한 남자의 복수를 그린 이야기다. 그것도 완전범죄를 이루는....시체가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정황 증거만 가지고 사법부를 설득해서 피고인을 살인자로 만들고 본인은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는 완전범죄를 이루는 이야기다. "그는 살인자에게 복수했다. 그는 살인을 실행했다. 그리고 그는 그 과정에서 살해당했다." 원작에 나오는 유명한 문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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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라스트씬에서 피고인이 유죄를 확정받는 과정이 원작에서는 어느 정도 개연성이 충분해 납득이 가는 반면 영화에서는 뭔가 석연치 않다. 좀 찜찜하다고 해야하나. 그 부분을 커버하기 위해 원작에도 없는 중요하고도 결정적인 장면을 추가했다. 어쩐지 도입부가 소설에서는  "굴뚝에서 사람을 태우는 듯한 연기가 나요"란 제보자의 전화로 시작하는데 영화에서는 살인사건을 목격한 목격자의 제보로 시작해서 좀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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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설에서는 충분한 분량을 차지하는) 주인공이 여성과 만나 사랑에 빠지는 과정과 그녀을 잃고 실의에 빠져 복수를 결심하는 경위가 영화에서는 너무 압축되서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는지는 의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원작과 영화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나 같으면 아무래도 원작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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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여인 ㅣ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윌리엄 아이리시 지음, 이은선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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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 어쨌든『그리고 아무도 없었다』,『Y의 비극』과 더불어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히는 작품이다. 물론 어릴때 해문이나 동서판으로 접했지만 이제는 기억도 가물하고 마침 엘릭시르에서 최신판으로 나온지라 재독해 본다. 옛 희미한 기억으로는, 미스터리 역사에 남을만한 대단한 걸작임이 분명한 두 작품에 비해『환상의 여인』은 그닥 강렬한 인상을 받진 않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읽어보니 두 작품에 견주어 결코 손색이 없다는게 내 판단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Y의 비극』만이 정통 추리소설이고 나머지 두 작품은 서스펜스 소설 범주에 넣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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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얘기가 오갈 정도로 부부 사이가 최악인 스콧 헨더슨은 부인과 대판 싸우고는 집을 나와 홧김에 집근처 바에서 처음 보는 여자와 즉석 데이트를 가진다. 서로의 신상은 일절 안묻기로 하고 헨더슨이 그녀와 자정까지 바, 극장, 식당등을 돌며 시간을 보내고 귀가하니 와이프는 그의 넥타이에 목이 졸려 피살된 상태. 졸지에 살인범으로 몰린 헨더슨의 알리바이를 증명해줄 사람은 그 여성이 유일한데 그날 저녁 같이 간 바, 식당, 극장에서의 종업원들은 헨더슨만 기억할 뿐 모두 그녀를 본 적이 없다고 진술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릴 소리인가. 그녀는 과연 환상의 여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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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본 여성과 만남을 가진 후 귀가해서 살인자로 취급받고, 설상가상으로 동행한 여성의 존재를 모두가 부인하는 그야말로 미스터리한 초반부는 흥미진진하다. 처형 150일전, 149일전, 50일전등으로 시시각각 조여오는 처형일의 공포와 긴박감을 보여주는 챕터의 구성도 맘에 들고...그렇게 긴장감 넘치게 흘러가던 이야기가 헨더슨의 무죄를 확신하는 버지스 형사, 애인 그리고 죽마고우 3인이 협심해서 의문의 여성과 진실한 목격자를 찾아나서는 중반부에서는 조금은 늘어진다. 관계자를 추적하고 협박하고 아우르는 방식과 과정이 너무 디테일하고 길어서 조금은 지루하달까. 물론 그것이 작가 특유의 누아르식 전개 스타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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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건의 진상이 드러나는 결말 부분은 짜릿하다. 그런 교묘한 술책과 반전이 숨어있다니...독자의 시선을 잘못된 방향으로 철저히 미스디렉션시키며 한눈 팔게 만들다가 크게 한 방 (아니 최소한 두 방) 먹이는 작가의 테크닉이 놀랍다. 이 대단한 기법을 마이클 코넬리의 스릴러 명작 ******에서도 그대로 본 기억이 난다. 흥미진진한 도입부,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가는 중반부 그리고 놀라운 반전이 숨어있는 결말까지...과연 윌리엄 아이리시의 대표작이요 "세계 3대 추리소설"에 언급될만한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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