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2
아놀드 베넷 외 지음,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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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추리소설 걸작선』은 2012년에 출간된 『한국 추리소설 걸작선』에 이어 한스미디어와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손잡고 내놓은 추리 걸작선 2탄으로 한국추리작가협회의 기관지인 <계간 미스터리> 잡지를 통해 기발표된 단편들과 평론중에서 42편을 추려 엄선한 추리 선집이다. 2권 역시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미스터리 여명기 및 황금기 시대의 동서양 걸작 단편 17편과 네 개의 평론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특징은 지금까지 국내 출시된 다양한 여타 추리 선집들과는 차별되게 철저히 국내 독자의 취향과 정서에 부합되는 작품들로 채워졌으며 매니아는 물론이고 추리에 입문하는 초보자들도 쉽고 재밌게 미스터리 황금기 추리소설의 매력을 즐길 수 있다. 또한 동양의 추리 문학 선두주자이자 여전히 추리 문학이 왕성히 꽃을 피우는 일본의 초기 미스터리 걸작을 다수 포함시켜 동서양의 조화와 균형을 이룬다. 재밌게 읽은 몇 작품을 소개하면...

 

『골초는 빨리 죽는다』 이자와 모토히코의 추리 단편. 내용은 짧지만 이야기는 강렬하다. 연속되는 반전이 시종일관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피트 모란, 다이아몬드 헌터』퍼시벌 와일드의 연작 단편 『탐정 피트 모란』에 여섯 번째 수록된 작품으로 가장 재밌다는 평을 받는 단편이다. 코난 도일, 딕슨 카, 크리스티등 유명 고전 걸작을 패러디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이 포복절도할 웃음을 선사한다. 아마추어 탐정 피트 모란의 포복절도 좌충우돌 탐정 활약상을 제대로 즐기려면『탐정 피트 모란』(해문출판사, 2011년)을 보시길.

 

『살의』『문신살인사건』의 저자 다카기 아키미쓰의 심리 추리물. 계획살인과 충동살인에 관련된 법의 맹점을 교묘히 파고든 수작.

 

『무대 뒤의 살인』 후더닛(whodunnit), 하우더닛(howdunnit), 와이더닛(whydunnit)이란 주제로 에드워드 D.호크가 선보이는 세 개의 추리 단편. 짧은 분량들이지만 임팩트가 강하고 완성도가 뛰어나다.

 

『알리바바의 주문』 피터 웜지 경 시리즈로 유명한 도로시 세이어즈의 이색 단편. 비밀 범죄 조직을 소탕하려는 피터 웜지 경의 모험담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오필리어 살해』『흑사관 살인사건』의 저자 오구리 무시타로의 추리 단편. 오페라 연극 무대에서 벌어지는 살인을 햄릿 역의 노리미즈 린타로 탐정이 해결한다. 언어학적 암호, 꽃말의 의미, 무대 장치의 트릭등을 노리미즈 탐정의 현학적인 대사와 추리를 통해 작가만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재독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외에도 엽기적인 쇼핑을 하는 여성들을 그린 쓰쓰이 야스타카의 『그녀들의 쇼핑』, 오번 가문에서 벌어진 살인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매슈 핍스 실의『오번 가문의 비극』, 기억을 잃은 자와 훔쳐간 자의 서스펜스를 그린 베리 퍼론의 『사라진 기억』, 다잉 메시지를 통해 범죄의 진상을 추적하는 노리즈키 린타로의『이콜 Y의 비극』, 순문학필의 애절한 반전을 선사하는 토마스 H. 쿡의『아버지』, 동물을 기소해 법정에 세우는 유쾌한 코믹 법정물인 아서 체니 트레인의『불도그 앤드류』, 사라진 여배우의 행방을 추적하는 반 도젠 교수의 활약을 그린 자크 푸트렐의『A 분장실의 수수께끼』, 토마스 테셔의 공포물 『먹이』, 교도소 감방에서 의문사한 의뢰인의 진실을 파헤치는 크레이그 라이스의『그의 마음은 찢어졌어』등 재미난 추리 단편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또한 중간에 삽입된 네 개의 전문적인 평론 <범죄 옴니버스>,<과학적 연구와 탐정소설>, <탐정소설론>, <프랑스 추리문학 소사>는 미스터리 문학을 보다 심도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특히 도로시 세이어즈의 <범죄 옴니버스>는 추리소설 초창기의 탐정의 역할, 플롯의 진화, 시점의 중요성등 추리소설 전반에 관한 유익하고 재미난 얘기를 많이 들려준다. 단, 유명 고전 걸작들의 트릭과 범인이 그대로 노출되니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본문만큼 재밌는 부분은 한국추리작가협회 손선영 작가가 쓴 해설편이다. 수록된 작품 일일이 작가 소개와 작품의 특징, 주인공 캐릭터의 탄생 배경, 추리문학사적 가치와 의의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래서인지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이 책을 엮을 때 추리문학사적으로도 가치가 있으며 (최초의 여탐정 등장 같은) 그러면서도 국내 추리 독자의 기호에 맞는 작품으로 선별하고자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1900년대를 전후한 미스터리 여명기 및 황금기 동서양 추리소설의 진수와 고전 걸작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향수를 느끼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추리 선집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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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1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 1
에드거 앨런 포 외 지음, 한국추리작가협회 엮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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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하고 있는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에드가상 수상 작품집』,『세계 걸작 미스터리 여행』,『세계 베스트 미스터리 컬렉션 50』같은 추리 선집을 읽다보면 하나같이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어떤 단편들은 빼어난 수작인 반면 어떤 단편들은 별로 재미도 없고 과연 추리소설인가하는 의문 부호가 생길 정도로 실망스런 작품도 꽤 많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혹시 그것이 동서양의 문화와 정서의 차이 때문이 아닐까요. 서양권 독자의 기준과 취향으로 재밌는 작품이라도 국내 독자의 정서와 안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한스미디어의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은 철저히 국내 독자의 입맛과 취향 그리고 정서에 부합하는 작품들로 채워진 느낌입니다.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은 2012년에 출간된 『한국 추리소설 걸작선』에 이어서 한스미디어와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손잡고 내놓은 추리 걸작선 제2탄입니다.『마리 로제 수수께끼』,『13호 감방의 비밀』,『문자 조합 자물쇠』등 19세기 중반부터 20세기 초중반까지 미스터리 여명기 및 황금기의 동서양 걸작 단편 17편이 들어 있습니다. 

 

서두에 언급한 다수의 선집들은 추리 입문자用이라기보다는 진정한 매니아를 위한 성격이 강하지만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이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이 책은 매니아는 물론이고 추리에 입문하는 초보자들도 쉽고 재밌게 미스터리 황금기 시대의 매력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추리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야할 그 시대 추리 거장의 대표 작품들이 다수 수록되어 있고요. 추리소설의 창시자 에드거 앨런 포의 『마리 로제 수수께끼』, 자크 푸트렐의 밀실 트릭의 걸작 『13호 감방의 비밀』, 오스틴 프리먼이 창조한 '과학 수사의 효시' 손다이크 박사의 『문자 조합 자물쇠』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선집들이 대부분 영미권 단편에 국한을 시켰다면 이 책은 동양의 추리 문학 선두주자이자 여전히 추리 문학이 왕성히 꽃을 피우는 일본의 초기 미스터리 걸작을 상당수 포함시켜 동서양의 조화와 균형을 맞춥니다. 진정한 '세계' 추리소설 걸작선이라 부를만 하네요. 한마디로 미스터리 여명기 및 황금기 동서양 거장들의 작품을 엄선한 대표성과 국내 독자의 정서와 취향에 맞춘 대중성과 오락성 이 두 가지에 중점에 둔 선집이라 하겠습니다. 재밌게 읽은 몇 작품을 즐거운 맘으로 나열해 봅니다.

 

『13호 감방의 비밀』(1905년) 교도소 감방을 탈출해 보이는 '사고 기계' 반 도젠 교수의 불가능한 미션을 그린 밀실 트릭의 걸작. 다시 읽어도 여전히 감탄사를 자아낸다. 타이타닉호와 운명을 같이한 작가의 재능이 아쉬울 뿐이다.

『실락원(失樂園) 살인사건』(1934년) '일본 탐정소설 3대 기서'중 하나인 『흑사관 살인사건』의 저자 오구리 무시타로의 추리 단편. 천녀원 나병 요양소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을 기괴한 분위기와 물리적 트릭 그리고 린타로 탐정의 현학적인 대사로 그려낸다.

『대암호』탐정 에브너 시리즈로  유명한 멜빌 데이비슨 포스트의 암호 추리물. 처음엔 첩보물인가 싶더니 모험물 이어서 공포물로 변하다가 예상치 못한 유쾌한 반전이 펼쳐진다. 서술 트릭의 원조를 보는 듯한 작품.

『완전 범죄』(1928년) 명탐정이 강의하는 완전 범죄의 정의를 시작으로 '완전 범죄란 무엇인가'를 한 편의 잘 짜여진 드라마로 보여준 작품. 액자식 구성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플롯이 인상적이다.

『파충관 사건』(1932년) 동물원을 배경으로 원장의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운노 주자의 본격 추리물. 섬뜩한 상상, 엽기적인 범죄, 명쾌한 해결이 일품이다.

 

『마리 로제 수수께끼』(1842년) 뉴욕에서 실제 벌어져 센세이션을 일으킨 메리 로저스 미해결 사건을 무대를 프랑스로 옯겨서 쓴 작품. 포가 창조한 탐정 C. 오거스트 뒤팽은 오로지 신문 보도만 참조해서 신들린 추리를 펼치는데...작품에 대한 심층적 분석은 이어진 고사카이 후보쿠의 <마리 로제 수수께끼의 연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호박 파이프』(1924년) 에도가와 란포, 오시타 우다루와 함께 '일본 탐정소설의 3대 거성'이라 불리는 고가 사부로의 추리 단편. 치밀한 상황 묘사, 교묘한 트릭, 다수의 사건이 하나의 결말로 귀결되는 전개 과정이 흥미롭다. 2012년에 그의 단편집 『혈액형 살인사건』이 국내 출간. 

『문자조합 자물쇠』(1925년) R. 오스틴 프리먼이 창조한 '과학 수사의 원조' 손다이크 박사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 추리와 서스펜스, 암호 풀이를 이용한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 외에도 '구석의 노인' 시리즈로 유명한 엠마 오르치 여사의 스코틀랜드 야드(런던 경찰국) 레이디 몰리, 캐서린 루이자 퍼키스가 창조한 최초의 본격적인 여탐정 러브데이 브룩, 괴도 소설의 효시로 알려진 클레이 대령 , 아마추어 도둑 래플즈, 브라운 신부를 탄생시킨 G.K 체스터턴의 또다른 탐정 혼 피셔등 매력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또한 중간에 삽입된 네 개의 전문적인 평론 <추리소설에 대해>, <셜록 홈즈 문헌 연구>, <미스터리 가이드>는 미스터리 문학을 심도있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본문만큼 재밌는 부분은 한국추리작가협회 손선영 작가님이 쓰신 해설편입니다. 수록된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작가 소개와 작품의 특징, 주인공 캐릭터의 탄생 배경, 추리문학사적 가치와 의의등이 상세히 설명되어 있어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인지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이 책을 엮을 때 추리문학사적으로도 가치가 있으며 (최초의 여탐정 등장 같은) 그러면서도 독자가 좋아할만한 재미와 완성도를 갖춘 작품으로 선별하고자 내심 고심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1900년대를 전후한 미스터리 여명기 및 황금기 추리소설의 정수와 고전 걸작에서 우러나오는 진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숨 돌리고 2권을 펼쳐보아야겠습니다. 또 어떤 작품들이 저를 황홀한 미스터리 황금기의 세계로 인도할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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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줘
길리언 플린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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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섬세한 소설이다. 인간의 내면을 이렇게 잘 파고드는 소설이 있을까. 허구헌날 트릭과 액션으로 대표되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추리 스릴러물만 보다가 이렇게 섬세하게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작품을 읽으니 장르소설의 또다른 맛을 느낀다. 2012년 아마존 종합 베스트 1위, 뉴욕타임즈 소설 베스트 1위, 아마존 리뷰 8,500개, 2013년 애드가상 후보에 영화화 결정...괜히 대중적, 비평적으로 호평을 받는 작품이 아니다. 

 

미주리주 한적한 시골 마을...결혼 5주년 아침에 아내 에이미가 갑자기 사라진다. 매년 해오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보물찾기 형식의 수수께끼같은 단서들만 남겨놓은 채....그녀는 스스로의 의지로 모습을 감춘 것인가 아니면 불가항력적인 범죄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인가. 아내의 혈흔, 난장판이 된 집안, 불확실한 알리바이 등 사건 당시의 주변 정황들이 남편 닉을 실종된 아내의 유력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고...그러한 닉은 결백을 주장하며 아내 찾기에 나선다.

 

이 책은 사건이 벌어진 날부터의 닉의 시선과 실종된 아내 에이미의 과거 일기로 교차 진행된다. 닉의 수기를  통해 그가 겪는 정신적인 고통과 아내를 찾기위한 다방면의 노력에 동정과 연민을 느끼는 한편 아내의 일기를 통해서는 5년전 닉을 처음 만나 결혼해서 행복한 순간 그러나 부부의 실직, 경제적인 어려움, 시골로의 이사등으로 힘든 상황에 처하는 에이미의 처지가 애처롭게 그려진다.

 

사실 그들이 처음 만나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하고 여타 이유로 정든 대도시 뉴욕을 떠나 닉의 고향 미주리주 조그만 시골 마을에 정착하는 초반부는 딱히 긴장감이 없어 지루하게 읽힌다. 하지만 아내를 잃은데다 억울한 누명까지 써서 동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닉의 감추어진 모습이 조금씩 드러나면서부터 잔잔하게 진행되던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다.

 

이야기가 진행되고 숨겨진 놀라운 사실들이 한꺼풀씩 드러날수록 닉과 에이미 두 부부 개개인의 품성과 인격에 대한 판단이 엎치락뒤치락 계속해서 바뀐다. 과연 누구의 잘못이 더 크고 누가 더 악한 사람인가.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자는 누구인가. 보이는게 전부가 다가 아니다. 소심하고 수동적인 남편 닉의 일상의 사소한 거짓말들은 아내 에이미의 그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애교 수준이다. 그녀의 위선적인 태도와 대담한 계획, 거칠것 없는 추진력에 놀란다.

 

중간 과정이 '사랑과 전쟁'이면 결말 부분은 '적과의 동침'이다. 벌어진 상처가 워낙 크기에 과연 봉합될지는 극히 미지수이지만. 부부간에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자의적이든 아니면 (실직같이) 어쩔수 없는 외부적인 요건에 의한 타의적이든 그 신뢰에 금이 갔을 때 부부 또는 연인간에 벌어질 수 있는 극한의 드라마를 탄탄한 스토리, 섬세한 심리묘사,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한 구성으로 완성도 높게 표현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내가 읽은 책은 가제본이라 일부 내용과 결말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한다. 정발본을 통해 작품의 깊은 맛을 다시한번 음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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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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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라이 기요시는 '신본격 추리소설의 대부' 시마다 소지가  창조한 명탐정입니다. 전설적인 역작『점성술 살인사건』(1981년)으로 데뷔해서『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마신유희』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왔으나 정작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었을 뿐 탐정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서 미타라이 탐정의 매력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되었네요. 1987년에 발표된『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는 네 개의 단편이 수록된 본격 추리 단편집입니다.

 

『숫자 자물쇠』는 미타라이 기요시가 본격적으로 탐정일을 시작하는 첫 번째 사건입니다. 명함도 파고 수임료도 받네요. 서두에 우메자와 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 언급되서 얼마나 반갑던지...그때의 전율과 흥분이 되살아납니다. 논리적인 본격 추리의 재미는 물론이고 미타라이 탐정의 천재적인 수학 능력과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애잔한 감동을 주는 따스한 마음씨도 엿볼 수 있습니다. 

 

『질주하는 사자(死者)』는 불가사의한 시체 이동에 관한 물리적 트릭이 나오는데 착상은 기발하나 현실감은 의문입니다. 다소 만화적이라고나 할까요...음악이 있는 추리물입니다. 미타라이의 프로 뺨치는 숨겨진 기타 실력을 즐겨보시길.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는 예상치도 못한 허를 찌르는 전개와 반전이 유쾌함을 선사하네요. 준비된 결과에 과정을 끼워맞추는 억지스러운 부분도 보이나 발상 자체가 신선하고 재밌습니다. 홈즈의 유명한 단편이 떠오르는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스 개』는 액션, 스케일, 추리가 잘 어우러진 유괴 미스터리입니다. 탐정의 비밀스런 과거도 언급되고 사라진 건물, 암호 해독등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습니다. 사건을 수락하는 이유도 인상적이네요.  

 

작가이자 친구인 이시오카가 왓슨역의 화자가 되어 미타라이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도 있고 아예 제3자의 시각으로 서술되는 단편도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추리 단편집에서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 이 작품에 수록된 네 개의 단편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굳이 탐정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아도 단순히 본격 추리 단편으로써의 재미가 충분히 살아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꼽자면 그리스 개 > 숫자 자물쇠 >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 질주하는 사자 順이랄까요. 

 

불가사의해 보이는 사건을 능숙하게 해결하는 천재적 추리 능력과 개를 좋아하고 여성에게는 무관심한 미타라이 탐정의 오묘한 매력이 잘 드러나있는 작품입니다. 다소 까칠하고 괴짜로 비춰지는 탐정의 캐릭터 탄생 배경은 시마다 소지 작가가 일본인론에 비유해서 설명한 작품 후기에서 그 연유를 확인할 수 있고요. 시마다 소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단편집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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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림스톤 펜더개스트 시리즈 3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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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펜더개스트 시리즈 첫 작품인 『살인자의 진열장』을 접하고는 두 번 놀랐습니다. 이야~ 참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스릴러네. 근데 왜 이걸 분권했을까...두 번째 읽은『악마의 놀이』는 캔사스주의 광활한 옥수수밭과 어두컴컴한 동굴이 기억납니다. 특히 마지막 동굴에서의 결투 장면은 그야말로 작품의 백미였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소재의 흥미로움은 『살인자의 진열장』이, 재미와 완성도는 『악마의 놀이』가 좋았지않나 싶습니다. 그리고는 2년이 지나 세 번째 접한 펜더개스트 시리즈에 또 한 번 놀랍니다. 728쪽의 엄청난 두께에 한페이지 28줄의 빼곡한 활자체....분권을 피하기위한 출판사의 노력이 엿보이네요.  

 

미국 롱아일랜드 사우샘스턴에 위치한 호화 저택에서 기이한 시체가 발견됩니다. 외부와의 접근이 완벽히 차단된 이 거대 밀실에서 집주인인 예술 평론가가 몸 내부에서 열이 발생, 새카맣게 타서 죽은 것입니다. 유황(브림스톤)의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에는 의문의 발굽 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마치 루시퍼의 재현처럼 악마가 다녀간 것일까요...불가사의한 인체 자연 연소 사건에 펜더개스트가 뛰어듭니다.

 

펜더개스트 시리즈의 매력은 일반 스릴러물에서 만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을 과학과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풀어내는 몹시 기묘하고도 독특한 스릴러 창출에 있습니다. 이러한 독창적인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선발주자가 바로 주인공인 FBI 특별 수사관 펜더개스트이고요. 문화, 예술, 과학등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수준인 펜더개스트는 마른 체구에 하얀 피부, 늘상 고급 검정 양복에 운전수 딸린 롤스로이스를 타는 부자집 도련님입니다. 한술 더떠 과거를 내다보는 초능력(천리안)도 있는데 이번 작품에는 발휘를 안하네요 (그러면 30년전 사건도 쉽게 알아낼 수 있는데...) 그리고 한때 뉴욕 시경의 부서장이었다가 잠시 소설가 외도로 인해 변두리로 좌천된 우직하고 정의감 넘치는 다고스타 경사가 파트너로 등장합니다. 펜더개스트가 전작들에서는 다소 까칠한 스타일로 나오는데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상당히 자상하고 예의 바르게 등장하는게 이채롭네요.

 

흡사 악마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 기괴한 인체 자연 연소 사건이 뉴욕에서도 연이어 발생하고 매스컴의 바람을 타면서 메시아를 자처하는 뜨내기 목사가 일시에 영웅으로 등장하고 종말론을 믿는 광신도들이 운집하면서 뉴욕 센트럴파크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하지만 이 인체 자연 연소 사건의 배후에는 악마적인 계략과 기발한 트릭이 숨어 있습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부터 황금비로 예견되는 지구 대재앙설, 종말론같은 인류 문명과 미래에 관한 다양한 학설이 사건에 신비감을 덧붙이고 음악, 미술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 항공우주산업같은 전문성있는 이야기들이 작품을 질적으로 풍족하게 만듭니다. 거기에 다고스타 경사와 헤이워드 과장의 러브라인도 살짝 들어가 있고...비밀연구소를 침입할 때는 흡사 007 첩보 영화를 보는 것 같고 중세 수도원과 고성에서 펼쳐지는 액션씬에서는 정말 댄 브라운 스타일의 숨막히는 스릴감을 느낍니다.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서 상당량을 차지하는 벅 목사件은 조금 줄였을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무대 배경을 이원화시키고 그러한 기이한 사건으로 인한 예측 가능한 사회적 현상을 논하고 벅 목사 입을 통해 인류 종말에 대해 심도있게 얘기하고 '제3의 주인공' 헤이워드 과장에게 분량을 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벅 목사 관련 부분을 눈으로 읽고 있어도 머리와 마음은 외국으로 날아간 펜더개스트와 다고스타의 숨가쁜 여정을 좇고 있더군요.

 

확실히 여타 스릴러물과는 차별되는 펜더개스트 시리즈만의 오묘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728쪽의 두툼한 분량이 술술  넘어갑니다. 중세와 현대 그리고 미국과 유럽을 넘나드는 한 편의 지적 스릴러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네요. 특히 마지막 장 공항에서의 다고스타 경사의 회한에 잠긴 장면과 짧막한 에필로그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책이 '형제의 난' 3부작(Diogenes Trilogy)중 첫 작품으로 악마적인 기질을 가진 펜더개스트의 남동생 디오게네스가 책 중간에 한두 페이지 정도 짧게 언급되는데 어두운 야망과 잔인한 창의적 에너지를 기록한 비밀 일기장을 없앤 형에 대한 분노로 인해 복수의 선전포고를 합니다. FBI 형과 천재적인 살인마인 동생간의 대결은 다음 작품인 『Dance of Death(근간)』에서 다뤄진다고 하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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