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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 ㅣ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3년 3월
평점 :
미타라이 기요시는 '신본격 추리소설의 대부' 시마다 소지가 창조한 명탐정입니다. 전설적인 역작『점성술 살인사건』(1981년)으로 데뷔해서『기울어진 저택의 범죄』,『마신유희』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왔으나 정작 작가와 작품에 대한 관심이었을 뿐 탐정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게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통해서 미타라이 탐정의 매력에 푹 빠지는 계기가 되었네요. 1987년에 발표된『미타라이 기요시의 인사』는 네 개의 단편이 수록된 본격 추리 단편집입니다.
『숫자 자물쇠』는 미타라이 기요시가 본격적으로 탐정일을 시작하는 첫 번째 사건입니다. 명함도 파고 수임료도 받네요. 서두에 우메자와 가의 『점성술 살인사건』이 언급되서 얼마나 반갑던지...그때의 전율과 흥분이 되살아납니다. 논리적인 본격 추리의 재미는 물론이고 미타라이 탐정의 천재적인 수학 능력과 요리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애잔한 감동을 주는 따스한 마음씨도 엿볼 수 있습니다.
『질주하는 사자(死者)』는 불가사의한 시체 이동에 관한 물리적 트릭이 나오는데 착상은 기발하나 현실감은 의문입니다. 다소 만화적이라고나 할까요...음악이 있는 추리물입니다. 미타라이의 프로 뺨치는 숨겨진 기타 실력을 즐겨보시길.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는 예상치도 못한 허를 찌르는 전개와 반전이 유쾌함을 선사하네요. 준비된 결과에 과정을 끼워맞추는 억지스러운 부분도 보이나 발상 자체가 신선하고 재밌습니다. 홈즈의 유명한 단편이 떠오르는건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리스 개』는 액션, 스케일, 추리가 잘 어우러진 유괴 미스터리입니다. 탐정의 비밀스런 과거도 언급되고 사라진 건물, 암호 해독등 흥미진진한 요소가 많습니다. 사건을 수락하는 이유도 인상적이네요.
작가이자 친구인 이시오카가 왓슨역의 화자가 되어 미타라이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작품도 있고 아예 제3자의 시각으로 서술되는 단편도 있습니다. 그동안 여러 추리 단편집에서 실망한 적이 많았는데 이 작품에 수록된 네 개의 단편은 모두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와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굳이 탐정에 포커스를 맞추지 않아도 단순히 본격 추리 단편으로써의 재미가 충분히 살아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꼽자면 그리스 개 > 숫자 자물쇠 > 시덴카이 연구 보존회 > 질주하는 사자 順이랄까요.
불가사의해 보이는 사건을 능숙하게 해결하는 천재적 추리 능력과 개를 좋아하고 여성에게는 무관심한 미타라이 탐정의 오묘한 매력이 잘 드러나있는 작품입니다. 다소 까칠하고 괴짜로 비춰지는 탐정의 캐릭터 탄생 배경은 시마다 소지 작가가 일본인론에 비유해서 설명한 작품 후기에서 그 연유를 확인할 수 있고요. 시마다 소지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단편집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