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림스톤 펜더개스트 시리즈 3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신윤경 옮김 / 문학수첩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펜더개스트 시리즈 첫 작품인 『살인자의 진열장』을 접하고는 두 번 놀랐습니다. 이야~ 참 독특하면서도 재밌는 스릴러네. 근데 왜 이걸 분권했을까...두 번째 읽은『악마의 놀이』는 캔사스주의 광활한 옥수수밭과 어두컴컴한 동굴이 기억납니다. 특히 마지막 동굴에서의 결투 장면은 그야말로 작품의 백미였지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소재의 흥미로움은 『살인자의 진열장』이, 재미와 완성도는 『악마의 놀이』가 좋았지않나 싶습니다. 그리고는 2년이 지나 세 번째 접한 펜더개스트 시리즈에 또 한 번 놀랍니다. 728쪽의 엄청난 두께에 한페이지 28줄의 빼곡한 활자체....분권을 피하기위한 출판사의 노력이 엿보이네요.  

 

미국 롱아일랜드 사우샘스턴에 위치한 호화 저택에서 기이한 시체가 발견됩니다. 외부와의 접근이 완벽히 차단된 이 거대 밀실에서 집주인인 예술 평론가가 몸 내부에서 열이 발생, 새카맣게 타서 죽은 것입니다. 유황(브림스톤)의 냄새가 진동하고 바닥에는 의문의 발굽 자국이 찍혀 있습니다. 마치 루시퍼의 재현처럼 악마가 다녀간 것일까요...불가사의한 인체 자연 연소 사건에 펜더개스트가 뛰어듭니다.

 

펜더개스트 시리즈의 매력은 일반 스릴러물에서 만날 수 없는 기이한 사건을 과학과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풀어내는 몹시 기묘하고도 독특한 스릴러 창출에 있습니다. 이러한 독창적인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선발주자가 바로 주인공인 FBI 특별 수사관 펜더개스트이고요. 문화, 예술, 과학등 다양한 분야에 정통한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수준인 펜더개스트는 마른 체구에 하얀 피부, 늘상 고급 검정 양복에 운전수 딸린 롤스로이스를 타는 부자집 도련님입니다. 한술 더떠 과거를 내다보는 초능력(천리안)도 있는데 이번 작품에는 발휘를 안하네요 (그러면 30년전 사건도 쉽게 알아낼 수 있는데...) 그리고 한때 뉴욕 시경의 부서장이었다가 잠시 소설가 외도로 인해 변두리로 좌천된 우직하고 정의감 넘치는 다고스타 경사가 파트너로 등장합니다. 펜더개스트가 전작들에서는 다소 까칠한 스타일로 나오는데 반해 이번 작품에서는 상당히 자상하고 예의 바르게 등장하는게 이채롭네요.

 

흡사 악마의 소행으로 보이는 이 기괴한 인체 자연 연소 사건이 뉴욕에서도 연이어 발생하고 매스컴의 바람을 타면서 메시아를 자처하는 뜨내기 목사가 일시에 영웅으로 등장하고 종말론을 믿는 광신도들이 운집하면서 뉴욕 센트럴파크는 아수라장이 됩니다. 하지만 이 인체 자연 연소 사건의 배후에는 악마적인 계략과 기발한 트릭이 숨어 있습니다. 

 

악마에게 영혼을 판 파우스트부터 황금비로 예견되는 지구 대재앙설, 종말론같은 인류 문명과 미래에 관한 다양한 학설이 사건에 신비감을 덧붙이고 음악, 미술등 다양한 예술 분야와 항공우주산업같은 전문성있는 이야기들이 작품을 질적으로 풍족하게 만듭니다. 거기에 다고스타 경사와 헤이워드 과장의 러브라인도 살짝 들어가 있고...비밀연구소를 침입할 때는 흡사 007 첩보 영화를 보는 것 같고 중세 수도원과 고성에서 펼쳐지는 액션씬에서는 정말 댄 브라운 스타일의 숨막히는 스릴감을 느낍니다.   

 

사건과 직접 관련이 없으면서 상당량을 차지하는 벅 목사件은 조금 줄였을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무대 배경을 이원화시키고 그러한 기이한 사건으로 인한 예측 가능한 사회적 현상을 논하고 벅 목사 입을 통해 인류 종말에 대해 심도있게 얘기하고 '제3의 주인공' 헤이워드 과장에게 분량을 주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벅 목사 관련 부분을 눈으로 읽고 있어도 머리와 마음은 외국으로 날아간 펜더개스트와 다고스타의 숨가쁜 여정을 좇고 있더군요.

 

확실히 여타 스릴러물과는 차별되는 펜더개스트 시리즈만의 오묘한 매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728쪽의 두툼한 분량이 술술  넘어갑니다. 중세와 현대 그리고 미국과 유럽을 넘나드는 한 편의 지적 스릴러 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네요. 특히 마지막 장 공항에서의 다고스타 경사의 회한에 잠긴 장면과 짧막한 에필로그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이 책이 '형제의 난' 3부작(Diogenes Trilogy)중 첫 작품으로 악마적인 기질을 가진 펜더개스트의 남동생 디오게네스가 책 중간에 한두 페이지 정도 짧게 언급되는데 어두운 야망과 잔인한 창의적 에너지를 기록한 비밀 일기장을 없앤 형에 대한 분노로 인해 복수의 선전포고를 합니다. FBI 형과 천재적인 살인마인 동생간의 대결은 다음 작품인 『Dance of Death(근간)』에서 다뤄진다고 하니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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