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사이드 하우스
찰리 돈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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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가 대세인 서양 장르물 시장에서 오랜만에 재미난 추리물을 만났다. 역시 추리물의 묘미는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는 즐거움이다. 유서 깊은 명문 기숙 고등학교의 버려진 사택에서의 참혹한 살해 사건 그리고 그 뒤를 이어 관련 학생들의 연이은 의문의 자살.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학생들이 스스로 기차에 몸을 던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대로 내려오는 특권층 학생들의 비밀 동아리 모임, 그 모임에 선택받으려는 저학년 학생들의 갈망, 그리고 그들이 치르는 '맨인더미러'라는 기묘한 심령 의식...그리고 그 와중에 발생한 살인사건...

작가는 친절하고 공평하게 처음부터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둘씩 야금야금 주요 정보를 풀어놓는다. 이것이 약간은 독자와의 불공정 게임으로 보이기도 하지만...일종의 밀당을 즐긴다고나 할까... 이야기 초반, 다른 주요 등장인물들은 이름, 나이, 성별 등 신상을 공개하는데 유독 살해된 두 학생에 대해서는 신원 공개를 감춘다. 과연 그 두 학생은 누구인가.

그리고 책 도입부부터 형을 사고로 위장해 살해했다는 한 남자의 충격적인 고백이 나오는데 과연 이 인물은 누구인가. 아버지로부터 학대받고 그런 연유로 엄마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남성에 대한 극도의 증오감을 표출하는 열네 살의 남자아이. 과연 그는 누구이고 그의 상담을 받아주는 여자는 또 누구인가. 시종일관 긴장감과 호기심의 연속이다. 작가는 끊임없이 독자의 궁금증을 증폭시키며 교묘하고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참말로 능글맞은 이야기꾼이다.

명문 고등학교에서의 의문의 살인 사건과 자살 사건을 파헤치는 자극적인 팟캐스트, 그 중심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여기자, 사건을 독자적으로 수사하는 범죄심리학자와 그의 애인인 현직 형사, 여기에 퇴직한 전직 형사까지 가세하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주요 인물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추리하고 사고한다. 과연 범인은 누구이고 사건의 진상은 무엇인가?

마지막 장을 향해 갈수록 짧은 챕터 전환에 정신이 없다. 그리고 범인의 실체를 확인하고픈 생각에 마음만 바빠진다. 그리고 밝혀지는 범인의 정체는... 중간중간 범인을 유추해가며 읽었지만 결국 내 추리가 틀렸다. 그 사람이 범인일 줄이야. 전혀 예상 밖의 인물이다. 그만큼 작가는 범인을 교묘히 숨기면서 미스디렉션으로 독자를 유인하고 멋지게 성공한다.

굳이 단점을 지적하라면 경찰의 허술한 수사 방식이다. 단순히 기차에 몸을 던졌다고 간단하게 자살로 처리한 점이나 자택에서 자필 살해 계획서가 발견되었다는 이유만으로 화학 교사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이다. 자살자들의 소지품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납작한 동전의 존재만으로 충분히 의문을 가질 만하지 않은가. 이런 부분이 추리소설로서의 깊이가 조금은 부족한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아주 재밌게 읽었다.

추리소설로서의 범인 찾기의 재미와 스릴러적 긴장감도 고루 갖춘 재미난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 찰리 돈리라는 작가는 처음 접해보는데 그의 말마따나 머리를 놔주지 않는 책을 쓰는 데는 일가견이 있어 보인다. 간만에 머리 쓰는 재미난 추리소설 한 권을 읽어서 기분이 좋다. 그나저나 작가 후기에 이렇게 자기 책을 잔뜩 선전하는 작가는 처음 본다 ㅎㅎ.암튼 이 작가 기억해 두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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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리 들판에서
리스 보엔 지음, 정서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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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과 연합군이 힘을 겨루는 제2차 세계대전이 기승을 부리고 독일의 영국 침공이 임박할 즈음, 영국 런던 교외의 켄트주 웨스터햄 백작의 팔리 영지에 낙하산 불시착으로 추락해 사망한 군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영국군 복장의 사체는 가짜 인식표와 모표로 인해 적의 첩자로 추정되고, 소지품이라고는 1461이라는 의문의 숫자가 적혀있는 풍경을 찍은 스냅 사진 한 장이 전부이다. 과연 사진과 숫자는 무엇을 의미하며 그가 현지에서 접선하려는 자는 누구인가? 평화롭던 팔리 영지에 잔잔한 파문이 인다.

오랜만에 읽는 스파이 소설이다. 그것도 리스 보엔이라는 여성 작가가 쓴.... 엄밀히 말해 『팔리 들판에서』는 전쟁 소설이자 역사 소설이요, 연애 소설이자 첩보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생생히 재연하며 그 전쟁통에 꽃피우는 젊은 남녀의 산뜻한 로맨스와 궁극적으로 모종의 음모를 꾸미는 스파이를 찾아내는 이야기이다.

이 책을 끌고 가는 주인공은 크게 네 명이다. 귀족의 아들이자 훈남으로 영국 공군의 에이스 조종사인 제러미(19세), 그런 그의 연인이자 웨스터햄 경의 셋째 딸로 영국 비밀 정부 부서에서 암호 해독가로 근무하는 패멀라(21세), 제러미와 패멀라의 오랜 동네 친구로 패멀라를 짝사랑하는, 목사의 아들이자 옥스퍼드대 출신의 MI5(영국 정보부)에 근무하는 벤(19세), 그리고 패션 디자인을 공부하러 파리에 가서 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전쟁통에 발이 묶인 웨스터햄 경의 둘째 딸 마고(23세).

전쟁은 일상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는다. 마치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 시대의 그것처럼... 귀족가의 어린 숙녀들은 사교계 진출이 막혀 미래의 남편감을 찾는 기회를 박탈당한 데에서 오는 상실감에 툴툴거리고, 반면에 젊은 남자들은 학업과 생업을 중단한 채 전쟁에 자원 또는 징집되어 생사의 갈림길을 오간다. 웨스터햄 경 딸들의 무료하지만 활기찬 일상생활과 벤과 패멀라의 런던 근무지 상황을 보여주며 차분하게 흘러가던 이야기는 독일 포로수용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제러미가 고향으로 무사히 귀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벤은 사망한 전령으로부터 접선하려는 현지인을 색출하라는 상부의 비밀 지시를 받고 고향으로 내려오고, 패멀라는 연인의 귀환으로 휴가차 팔리 영지를 찾으면서 세 주인공은 다시 한번 운명의 조우를 한다. 한편, 파리에 있던 마고는 레지스탕스의 대장인 연인이 독일군에게 체포되면서 게슈타포에게 끌려가 협조 명목으로 갖은 고초를 겪는다.

그렇게 전쟁은 모든 가족과 친지, 이웃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고, 그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사명과 애국심으로 험난한 전쟁통을 헤쳐나간다. 때론 안타깝고 때론 로맨틱하게 흐르던 이야기가 벤의 집요한 수사 끝에 스냅사진 속의 풍경의 장소와 숫자의 의미를 알아내면서 급물살을 탄다. 서행으로 주행하던 자동차가 서서히 속도를 올리더니 급기야 고속으로 질주하는 느낌이랄까... 과연 조국을 배신하고 적군과 내통하는, 아니 더 나아가 체제를 전복시킬 정도의 가공할 음모를 꾸미는 스파이는 누구인가? 모든 것이 밝혀지는 라스트씬은 그래서 더욱 짜릿하다. 마치 공유,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밀정>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나라를 팔아먹고 적과 내통하는 밀정을 색출해 처형하면서 "의열단의 이름으로 적의 밀정을 척살한다."라는 공유의 멋진 대사처럼...

작가는 이 책을 쓰기 위해 당시 사용되었던 블레츨리 파크를 현장 방문하는 등 역사적 고증에도 힘썼고, 배급제, 전시 행동 강령 7대 수칙 등을 통해 당시 전시 하의 영국 현지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한다. 이 책은 스파이 소설이지만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건조하고 냉소적인 그런 분위기의 묵직한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하고, 낭만적이고, 목가적이고, 그런 가운데 로맨스가 싹트는 부드러운 스파이 소설이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전쟁이 없었다면... 드넓은 팔리 영지를 맘껏 뛰놀며 테라스에서 한가롭게 티타임을 즐기는 웨스터햄 경 부부와 다섯 딸들의 행복한 수다... 그리고 그들 옆에서 즐겁게 어울리는 젊은 청년 제레미와 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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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 2021년 한국 추리 문학상 대상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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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자영 작가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이다. 그의 작품들에선 이과 냄새가 난다. 강원도 폐교에서 거액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추리게임과 그 흑막을 그린 <교동회관 밀실 살인사건>, 여섯 개의 기발한 물리적 트릭이 등장하는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학폭과 탐욕을 소재로 복수와 추락을 다룬 <파멸 일기>...담백한 문장에 흥미로운 이야기 그리고 과학적 지식을 트릭에 적극 대입한 특유의 이과 냄새....나는 그 냄새가 좋다.

이번 신작 역시 그 특유의 이과 향기가 물씬 드러나는 작품이다. 그런데 주인공인 탐정이 예사롭지 않다. 추리소설을 오랫동안 읽어왔지만 듣도 보도 못한 교통사고 전문 탐정이라니...아마 국내 또는 세계 최초의 특화된 탐정의 출현이 아닐까...엄밀히 말해 탐정은 아니고 조사관 수준이지만...국가 자격시험이 있는 도로교통사고 감정사란 직업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전직 고교 물리교사 출신의 교통사고 전문 조사관 박병배, 일명 삼비 탐정은 옛 인연으로 알게 된 최가로 여성 국선변호사 사무실에서 더부살이를 한다. 일종의 동업자이자 부하(?) 같은 오묘한 관계. 그러면서 삼비 탐정은 최 변호사와 합심해서 다양한 형태의 의문스러운 교통사고건을 해결해 나간다.

1부는 야심한 심야 시간, 한적한 시골 마을 교량에서 떨어져 자살로 처리된 한 젊은 여성의 의문의 추락사를 다룬다. 삼비 탐정은 계곡에 떨어진 시체의 위치와 자세에서 타살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1부의 재미는 특유의 플롯에 있다. 삼비 탐정의 수사 시점과 범인의 범행 시점으로 교차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삼비 탐정의 흥미진진한 추리적 재미와 범인이 범행을 모의, 실행하는 스릴러적 긴장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런 구성으로 인하여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물이 등장하는, 독자를 깜짝 놀래킬 수 있는 장면이 자연스러운 서술로 인하여 반전의 극대화를 놓치는 부분이다. 이 장면이 조금은 아쉽다.

2부는 한 편의 복수 스릴러이다. 과거로 돌아가 박병배가 최변호사를 만나는 계기와 탐정에 입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교통사고로 한순간에 가족을 잃고 실의에 빠진 박병배가 반성과 사과는커녕 오히려 적반하장격으로 권세를 앞세워 큰소리치는 가해자 검사에게 핏빛 복수를 맹세한다. 그 실행 과정은 물론 스릴 만점이다.

3부는 외국인 아내 보험 살인이 의심되는 빗길 교통 사망사고를 다룬다. 거액의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하려는 남편, 그런 남편의 무죄 석방을 걸고 모종의 거래를 하는 삼비 탐정, 그런 탐정을 측면 지원하는 대머리 해결사, 아무것도 모르고 손주의 해외 입양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최변호사....이 단편은 물리적 트릭이나 추리적 재미보다는 등장인물의 가치관과 이해득실에서 파생되는 정의감과 권선징악식 결말에 포커스를 맞춘다.

마지막 4부는 장애인 노인에게 중고차 사기를 치고 그것도 모자라 노인을 변호하는 최변호사에게까지 해코지를 한 불량 딜러들을 혼내주는 삼비 탐정의 통렬한 활극이 펼쳐진다. 되로 받고 말로 주는 식의 삼비 탐정의 분노한 액션과 그 같은 불법적 응징을 극구 만류하는 최변호사와의 애틋한 로맨스가 볼만하다.

책을 읽기 전에는 작가가 현직 고등학교 과학 교사인지라 자신의 주특기를 십분 살린, 너무 고난도의 물리적 지식과 트릭이 등장하는 게 아닌가 살짝 우려도 했는데 그것의 기우였고, 오히려 너무 난도를 초등 수준으로 낮추는 바람에 조금은 심심했다고나 할까... 개인적으로는 물리적 지식의 난도를 조금 높이는 게 어땠는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이 교통사고를 다루고 그것을 풀어내는 수단으로 다양한 물리학적 지식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단지 보조 수단일 뿐 어차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핵심 주체는 사건에 둘러싸여 갈등을 일으키고 또 그것을 해결하는 인간들이다.

미사여구가 철저히 배제된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초보 수준의 물리학적 지식, 교통사고를 놓고 벌이는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진실 공방, 그 뒤편에 도사리는 범죄의 냄새... 그 중간에 서서 정밀한 분석과 예리한 추리로 사건의 진상을 꿰뚫는 삼비 탐정... 그리고 최변호사와의 알콩달콩한 달달한 캐미까지...문장도 쉽고 내용도 흥미로워서 이틀 만에 후딱 읽었다. 나당탐정 2탄을 기다렸는데 삼비 탐정이라니...다음엔 또 누굴까 궁금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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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 전문 삼비 탐정 - 2021년 한국 추리 문학상 대상
윤자영 지음 / 북오션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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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로서 교통사고 소재는 국내 최초 아닌가요? 어떻게 풀어내는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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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 수상작품집 - 2007~2020 특별판 나비클럽 소설선
황세연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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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계간 미스터리', '미스테리아'등을 통해 송시우 작가의 <아이의 뼈>와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을 읽고 큰 감명을 받아서 '역시 황금펜 수상작은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면서 '수상작들만 따로 모아서 나오면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특별판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더없이 반갑다.

황금펜상은 매년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한국추리문학상 최우수 단편 부문에 시상하는 상으로, 이 특별판에는 수상작이 없었던 2,3회를 제외하고, 상이 제정된 2007년부터 2020년까지 수상한 열두 편의 수상작이 수록되어 있다.

가장 최근 수상작(2020년)인 황세연 작가의 <흉가>는 이사한 폐가같이 낡은 집에서의 의도치 않는 살인을 통해 드러나는 어두운 과거와 숨겨진 비밀을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 형식으로 재미나게 그려낸다.

제1회 황금펜상 수상작(2007년)인 김유철 작가의 <국선 변호사 - 그해 여름>은 모텔 살인사건의 진범을 추적하는 인간미 넘치는 국선 변호사의 활약상을 그린 단편이다. 몰카, 불법 동영상 등 지금 시점으로 다소 고루한 점은 있으나 수사 과정은 제법 짜임새가 있다. 근데, 범행 현장인 모텔 3011호와 현장 수사하는 407호(4007호가 아니고?)의 연관성을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모르겠다.

박하익 작가의 <무는 남자>는 여고생의 가냘픈 팔뚝을 노리는, 마치 바바리맨 같은 '무는 남자'라는 변태남을 추적하는 선암여고 여학생 5인방의 활약상을 그린 학원 미스터리물이다...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사학 비리라는 더 큰 그림이 뒷배경에 숨어 있다. 작가를 다시 보게 되는 작품이다.

황세연 작가의 <스탠리 밀그램의 법칙>은 '인류는 하나로 긴밀이 연결된다'라는 저명한 사회학자 '스탠리 밀그램의 6단계 분리 법칙'을 재치있는 구성과 흥미로운 전개로 풀어낸다. 그 재미난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대충 결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송시우 작가의 <아이의 뼈>는 흉악범에게 사랑하는 어린 딸을 잃은 엄마의 애달픈 사연이 펼쳐진다. 체념과 상실 그리고 복수. 이번이 세 번째 읽는 것인데 몰입감 하나만은 정말 최고다.

조동신 작가의 <보화도>는 임진왜란 시대를 배경으로 한 본격 추리물이다. 왜군의 해양 진출을 감시하기 위해 보화도에 진을 친 수군통제사 이순신은 벗집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장만호 군관에게 범인 색출을 명한다. 탄탄한 배경지식에 사건을 해결해가는 본격 추리물로서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홍성호 작가의 <각인>은 한 소녀의 유괴 사건을 통해 각인된 과거의 악연이 쉽사리 끊어지지 않음을 보여주는 경찰 소설이자 사회파 추리물이다. 절제된 문장 속에 아름다운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공민철 작가의 <낯선 아들>은 오늘날 사회적 문제가 되는 독거노인의 세태를 범죄 문학으로 날카롭게 풀어낸 단편이다. 혼자 외롭게 사는 치매 걸린 노인의 돈을 노리고 접근해 아들 행세를 하는 남성은 낯선 침입자인가 반가운 손님인가.

마찬가지로 공민철 작가의 <유일한 범인>은 독거노인의 의문의 고독사를 본격 추리 기법으로 승화시켜 생명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수작이다. 이번이 삼독(三讀)인데도 그 재미와 울림은 여전하다.

한이 작가의 <귀양다리>는 유배객 살인 사건의 진상을 파헤치는 제주목사의 활약상을 그린 본격 추리물이다. 추리하는 재미도 괜찮고, 아전과의 캐미를 통한 해학적인 요소나 개그적인 감각이 진중한 분위기에 감초 역할을 하는 등 능수능란한 작가의 원숙한 테크닉이 돋보이는 단편이다.

정가일 작가의 <소나기>는 한 권세가가 몰락하는 과정을 소녀와의 아련한 키스의 추억으로 담백하게 그려낸다. 마지막에 반전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색채가 약하다.

조동신 작가의 <일각수의 뿔>은 한 기업가의 독살 사건을 추적하는 소년 탐정의 활약상을 그린 본격 추리소설이다. 머더 구스 노래를 시작으로 케이크를 이용한 독살 트릭 등 재미난 본격 추리 요소가 많다. 다양한 이야깃거리에 배경지식도 풍부하고 추리적 완성도도 뛰어나서 아주 재밌게 읽었다.

정말 수상작이란 타이틀 때문인지 단편 하나하나 부푼 기대감을 갖고 초집중해서 읽었다. 본격 추리, 사회파 추리, 심리 스릴러, 서스펜스, 학원 미스터리, 역사 미스터리 등 분포도 다양한데, 역시 황금펜상 수상작들답게 유려한 문체와 깊이 있는 스토리, 탄탄한 재미와 빼어난 완성도를 자랑하는 수작들이 많다. 그래서 대단히 만족하며 덕분에 책을 읽는 요 며칠간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내가 선호하는 본격 추리물도 몇 작품 보이는데 비현실적 배경에 단순히 트릭과 반전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에 중점을 두고 시대상, 사회성을 반영하는 사회파 추리를 적절히 접목시키는 느낌이다. 이번 특별판을 읽어보니 이제는 한국 추리문학의 수준이 서양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진일보해서 뿌듯하다. 솔직히, 그저 그런 서양 미스터리 열 권 읽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읽는 게 낫다. 그만큼 이 특별판의 가치는 특출나다. 바쁜 현대인의 생활 속에 시작부터 결말까지 단시간에 독서를 즐기기에 단편만큼 좋은 게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우수 단편 부문에 시상하는 황금펜상이 꾸준히 지속돼서 추리적 재미와 소설적 완성도를 모두 잡는 우수한 단편이 꾸준히 나오길 기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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