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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처럼 비웃는 것 ㅣ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아따 복잡하다. 그러나 재밌다. 책을 읽자마자 든 소감이다. 제목을 오히려 '미로처럼 복잡한 것'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만큼 내용이 복잡하다는 얘기다. 미쓰다 신조 작품은 크게 작가 미쓰다 신조 시리즈와 방랑 환상소설가 도조 겐야 시리즈로 나뉘는데 이 책은 도조 겐야 시리즈중 한 권이다. 다행히 2010년에 <잘린머리처럼 불길한 것>을 먼저 접해서 괴기, 호러와 본격 추리를 접목시키는 이 작가의 스타일에 나름 익숙해져 있고 이 책 역시 그 틀과 기대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성인 참배 의식차 고향 마을에 들른 노부요시는 성인 참배 첫 날 삼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급기야 흉산이라 부르는 부름산에 잘못 길을 들어 어쩔수 없이 한 민가에서 일박을 하는데 그 다음 날 그 가족 일가가 전부 사라지는 괴이한 체험을 하게된다, 이 수기를 접한 방랑 환상소설가 도조 겐야는 일가족 행방불명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 사고 지역을 방문하지만 그곳에서는 얘기치 못한 연쇄살인이 기다리고 있는데...
이 책을 복잡하게 만드는 요소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31명이나 되는 방대한 등장인물. 가지토리 가, 가스미 가, 고키 가 이렇게 세 가문이 등장하는데 다쓰지, 다쓰조, 다쓰이치, 다쓰 등 비슷한 이름도 많고, 전처, 후처, 첩 그 사이에 낳은 자식들 등 얽히고 섥힌 복잡한 가족 관계, 육안으로 구별이 안되는 닮은 외모, 어릴 적 행방불명자도 여러 명이고...누가 남편, 아내이고 누가 자식인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헷갈리기 십상이다. 나같이 머리 나쁜 사람은 등장인물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 책과 함께 보아야만 한다.
두 번째는 약도에 관한 문제다. <잘린머리처럼 불길한 것>에서는 전체 지형도등 여러 약도가 들어있어 독자의 이해를 도왔는데 이 책에는 그런 약도가 없다. 부름산이라는 흉산을 기점으로 한 세 가문의 위치와 거기로 난 길, 여섯개의 지장 사당, 여섯 개의 굴, 기도당등 추리에 중요 단서가 되는 위치와 이동 경로가 무척 중요한데 전체 약도가 없어서인지 내용을 이해하고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 점이 무척이나 아쉽고 불만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전에 반전이 일어나는 결말 부분을 보면 역시 미쓰다 신조구나!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겹겹이 쌓인 복선과 갖은 트릭들, 밀실 살인, 얼굴이 불탄 시체, 민요와 연관된 살인 등 민속, 괴기가 잘 어우러진 본격 추리물이다. 약도(지형도)만 들어 있었으면 좀 더 후한 점수를 줬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