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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트라 황금지구의
가이도 다케루 지음, 신유희 옮김 / 예담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현역 의사이기도 한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제너럴루주의 개선>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어보면 이 작가는 글을 참 잘 쓰는 작가라는 인상을 받습니다. 자칫 딱딱해보일 수도 있는 의료 분야를 미스터리에 접목시키면서도 전혀 무겁거나 지루하지 않고 재밌으면서도 긴장감있게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솜씨는 일품입니다. 그 와중에 반전의 추리적 요소도 있고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감동을 주는 드라마틱한 결말 (제너럴루주의 개선)도 있고요. 그런 작가가 이번에는 주종목인 기존의 의료 미스터리 시리즈에서 완전히 벗어난, 극히 외전격인 유쾌한 범죄 코미디 작품을 들고 나왔습니다. 만화스런 표지와 제목만으로도 코믹함이 풍기는 <울트라 황금지구의>.
기본 줄거리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철강소 영업부장 헤이스케가 옛 친구인 '글라스 조'와 지하드 다이하드 (성전에 살고 성전에 죽는다) 정신으로 의기투합, 상향된 경비예산을 빼돌린 시정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시에서 관리하는 수족관에 설치된 1.5억엔짜리 황금지구의를 강탈한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사전모의, 파트너 포섭, 물밑 작업, 작전 수행등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일은 걷잡을 수 없이 꼬여만 가고...그 이면에는 속고 속이는 자가 있고 결말 부분에는 반전에 반전이 펼쳐지면서 사건의 숨겨진 본말이 드러납니다.
기존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 <제너럴루주의 개선>등이 정극 형태의 미니시리즈였다면 이번 <울트라 황금지구의>는 가벼운 터치의 코믹 시트콤입니다. 기존작들에 비해 한층 가벼운 무게감에 유쾌함이 더해집니다. 멍텅구리멍게, 얼간이멍게같은 가공 생물부터 '싹둑 베어버릴거다'라는 TV프로그램, 바퀴벌레 퍽퍽, 파리 탁탁같은 재미난 기계장치 용어들도 등장, 그 유쾌함에 일조를 합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한없이 가볍고 코믹한 것만은 아닙니다. 금(gold)의 유래와 가치, 물리학, 기계공학의 전문용어등이 심심치않게 등장하고 황금지구의 강탈 사건을 통해 기존 관료의 부패와 철밥통 공무원 사회에 반기를 드는 소시민의 반항이 그려진 사회의식도 깔려있으니까요.
하지만 기존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이나 <제너럴루주의 개선>같은 작품의 추리적 재미나 드라마적 완성도를 기대하셨다가는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역자 후기를 보면 작가가 "머리를 식힐 겸 한숨 돌린다는 느낌으로 쓴 작품"이라고 했을 정도이니 기존의 가이도 다케루 작품은 잊고 가벼운 맘으로 유쾌한 범죄 코미디 활극 한 편 감상한다는 느낌으로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