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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평점 :
『추상오단장』,『 인싸이트밀』,『부러진 용골』등으로 유명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 단편집이다. 2015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5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2014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위 등 일본 미스터리에 관련된 굵직한 상은 죄다 휩쓴 대단한 작품이라는데 사실 이 책을 집어들기 전에 조금은 망설였다. "명성에 비해 별로다."라는 세간의 평은 차치하고라도 책소개만 봐서는 이게 본격물인지 사회파 추리인지 코지물인지 것도 아니면 괴담물인지 당체 이야기하고자 하는 장르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표제작 <야경>을 포함해 여섯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 단편에는 파출소 순경, 여관 여주인, 어머니와 두 딸, 해외 비지니스맨, 휴게소 주인 할머니, 하숙집 아주머니등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러한 평범한 사람들이 자의반타의반으로 죽음 또는 살인이라는 결코 평범치않은 사건에 연류되고...그리고 밝혀지는 사건의 놀라운 이면들...
한 경찰관의 죽음에 관한 수수께끼를 푸는 <야경>과 하숙집 아주머니 살인의 숨겨진 진상이 드러나는 <만원> 이 가장 인상깊었고, 자살자가 모여드는 여관에서의 유서를 둘러싼 해프닝을 그린 <사인숙>과 가스개발을 위해 방글라데시에서 고군분투하는 해외 비지니스맨의 처절한 모험담을 그린 <만등>도 제법 읽을만 했다. 반면에 휴게소 할머니가 들려주는 오싹한 괴담인 <문지기>는 충분히 예측가능한 평범한 스토리였고 어머니에 대한 두 딸의 그릇된 사랑을 보여주는 <석류>는 정서적, 논리적으로 이해 및 공감 불가한 단편이었다.
각 단편마다 주인공들의 진중하고도 애절한 삶이 들어있고 그런 그들이 겪게되는 강력 사건의 숨어있는 진실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기본 얼개는 본격 추리지만 한사람의 삶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사회파 추리 느낌도 있고 거기에 오싹한 괴담, 손에 땀을 쥐는 모험담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 그간 일본 미스터리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소재와 신선한 스토리 거기에 비현실적 배경과 트릭을 배제하고도 얘기치 못한 반전을 선사하는 작가의 재주가 꽤나 인상적이다. 트릭의 고갈로 인한 향후 본격 미스터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스터리 3관왕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대단한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전체적으론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작가의 히트작들인『부러진 용골』이나『인사이트밀』정도의 재미와 희열을 느끼진 못한다. 아무래도 단편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고 각 단편의 편차도 분명 존재한다. 어찌됐건 작가는 1978년생으로 젊다.『인사이트밀』,『부러진 용골』,『추상오단장』그리고『야경』등에서 알 수 있듯이 다루고자 하는 미스터리의 스펙트럼도 넓고 그 역량 역시 뛰어나다. 일본 미스터리의 차세대 아니 현시대의 에이스로 등극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