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의 마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1
미쓰다 신조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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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관상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사상을 읽고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약관 스무살의 까칠한 탐정 슌이치로가 돌아왔다. 첫 번째 작품『13의 저주』에서 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훌륭히 해결한 슌이치로는 이번 작품『사우의 마』에서는 기묘한 강령술 의식 후에 클럽 동아리 회원들에게 연이어 닥치는 의문의 연쇄 사건, 사고에 도전한다.

백괴 클럽이라는 대학 동아리 회원 다섯 명이 한여름 밤 자정에 지하에 위치한 칠흙같이 어두운 정사각형 방에서 귀신을 불러오는 "사우의 마"란 의식을 행한다. "사우의 마"란 캄캄한 정사각형의 방 네 귀퉁이에 다섯 명이 각각 위치한 후 돌아가면서 자리를 이동하며 악마를 불러오는 일종의 주술 행위이다. 하지만 의식 도중 회원 한 명이 사망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고 사건후 회원들 주변에 정체불명의 검은 옷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면서 회원들간에 잇단 사망자가 생겨나는데... 

일단 "사우의 마"라는 악마를 부르는 주술 의식 (강령술) 자체가 상당히 흥미롭고 오싹하다. 동아리 회원들이 직접 체험하는 장면이나 탐정 슌이치로가 사건이 발생한 지하실 빈 방에서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수사에 착수하는 장면은 정말 심장이 오그라들 정도로 오싹한 긴장감과 생생한 공포감을 전해준다.

사시를 보는 탐정, 악마를 부르는 기묘한 의식, 홀연히 나타나는 정체불명의 여성등 초현실적이고 오컬트적인 분위기가 작품 전반을 지배하지만 사건의 이면에는 인간의 의도적인 살의가 숨어있고 그것을 간파한 슌이치로의 추리는 질서정연하며 사건 해결 역시 지극히 논리적, 현실적으로 마무리된다.

하지만 한국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일본어의 조합과 구성이 추리의 단초를 제공하며, 독자가 모르는 새로운 정황 증거가 사건 해결 과정에서 탐정에 의해 제시되는 등 조금은 당황스럽거나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사시 능력이 있는 독특한 설정의 젊고 시크한 탐정을 앞세워 2~30대의 신세대 젊은 추리독자들이 부담없이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현대적 감각과 가벼운 터치로 쓴 추리소설로 보인다. 기존의 도조 겐야 시리즈나 작가 시리즈등에 열광한 독자에게는 다소 심심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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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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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인싸이트밀』,『부러진 용골』등으로 유명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 단편집이다. 2015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5 미스터리가 읽고 싶다 1위, 2014 <주간 분슌> 미스터리 베스트 1위 등 일본 미스터리에 관련된 굵직한 상은 죄다 휩쓴 대단한 작품이라는데 사실 이 책을 집어들기 전에 조금은 망설였다. "명성에 비해 별로다."라는 세간의 평은 차치하고라도 책소개만 봐서는 이게 본격물인지 사회파 추리인지 코지물인지 것도 아니면 괴담물인지 당체 이야기하고자 하는 장르가 불분명했기 때문이다.

표제작 <야경>을 포함해 여섯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 단편에는 파출소 순경, 여관 여주인, 어머니와 두 딸, 해외 비지니스맨,  휴게소 주인 할머니, 하숙집 아주머니등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러한 평범한 사람들이 자의반타의반으로 죽음 또는 살인이라는 결코 평범치않은 사건에 연류되고...그리고 밝혀지는 사건의 놀라운 이면들...

한 경찰관의 죽음에 관한 수수께끼를 푸는 <야경>과 하숙집 아주머니 살인의 숨겨진 진상이 드러나는 <만원> 이 가장 인상깊었고, 자살자가 모여드는 여관에서의 유서를 둘러싼 해프닝을 그린 <사인숙> 가스개발을 위해 방글라데시에서 고군분투하는 해외 비지니스맨의 처절한 모험담을 그린 <만등>도 제법 읽을만 했다. 반면에 휴게소 할머니가 들려주는 오싹한 괴담인 <문지기>는 충분히 예측가능한 평범한 스토리였고 어머니에 대한 두 딸의 그릇된 사랑을 보여주는 <석류>는 정서적, 논리적으로 이해 및 공감 불가한 단편이었다.

각 단편마다 주인공들의 진중하고도 애절한 삶이 들어있고 그런 그들이 겪게되는 강력 사건의 숨어있는 진실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기본 얼개는 본격 추리지만 한사람의 삶이 녹아있다는 점에서 사회파 추리 느낌도 있고 거기에 오싹한 괴담, 손에 땀을 쥐는 모험담등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다. 그간 일본 미스터리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소재와 신선한 스토리 거기에 비현실적 배경과 트릭을 배제하고도 얘기치 못한 반전을 선사하는 작가의 재주가 꽤나 인상적이다. 트릭의 고갈로 인한 향후 본격 미스터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괜찮은 작품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스터리 3관왕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대단한 작품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전체적으론 만족스러운 수준이지만 작가의 히트작들인『부러진 용골』이나『인사이트밀』정도의 재미와 희열을 느끼진 못한다. 아무래도 단편이라는 태생적 한계도 있고 각 단편의 편차도 분명 존재한다. 어찌됐건 작가는 1978년생으로 젊다.『인사이트밀』,『부러진 용골』,『추상오단장』그리고『야경』등에서 알 수 있듯이 다루고자 하는 미스터리의 스펙트럼도 넓고 그 역량 역시 뛰어나다. 일본 미스터리의 차세대 아니 현시대의 에이스로 등극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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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1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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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요시다 슈이치의 대표작『악인』은 그리 크게 각인된 작품이 아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미 입문 초기『악인』을 접했을 때 난 이 작품이 트릭을 풀고 범인을 찾아내는 정통 추리소설인줄 알았다. 즉,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의 작품 세계와 그의 스타일을 몰랐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순문학에 가깝다. 미스터리는 자칫 지루하거나 딱딱해질 수 있는 스토리에 양념 역할 정도만 한다.『분노』역시 마찬가지이다.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이지 범인이 누구냐가 결코 아니다. 

1년전 부부 피살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성형을 하고 도피생활을 벌이는 가운데 엄마와 야반도주한 이즈미, 아빠를 돕는 아이코, 그리고 엘리트 사원이자 게이인 유마, 이렇게 세 명 앞에 각각 다나카, 다시로, 나오토라는 정체불명의 낯선 남자가 나타난다. ​세 쌍의 커플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관계가 형성되지만 전국 방송을 통해 보도되는 살인범의 인상착의에 자기의 파트너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설마~라는 굳건한 믿음과 혹시~라는 일말의 의구심이 공존하면서 심각한 내적 갈등에 봉착한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사람과 사람의 인간 관계 즉, 믿음과 신뢰 그리고 배신에 관한 얘기이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곁에 있어주는 사람이다, 설령 그가 과거에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을지라도. 현대인은 누구나 고독하고 외롭다. 누구나 자기 말을 들어주고 자기 편에 서서 자기의 얘기에 맞장구쳐 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 

지금 외롭고 고독한 당신에게 과거가 불분명한 사람이 나타나 당신의 진실된 친구가 되어준다면...근데 그 사람의 인상착의와 행동거지가 전국에 수배중인 살인 용의자와 비슷하다면...진정한 내 편을 가지고 싶다는 고독한 현대인의 필연적 욕구와 과거가 불분명한 사람과는 같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사이에서의 갈등...결국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의 문제이다.

내가 만약 아버지인 요헤이의 입장이 되어 과거가 불분명한 다시로가 자기 딸 아이코 옆에 있어주고 그런 아이코가 그 남자와 행복하다면 나는 다시로를 받아들일 것인가. 마찬가지로 내가 유마의 입장이 되어 정체불명의 나오토같은 친구와 동거를 하게되면 나는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신뢰할 것인가.

이 책에서 범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가장 소중한 사람은 지금 현재 내 옆에 있는 사람이라는 평범한 진리와 함께 상대에 대한 믿음은 내 자신에의 믿음으로 귀결되고...그 믿음과 신뢰에 금이 가는 순간 인간은 걷잡을 수 없는 나락과 배신의 길로 빠져든다

요시다 슈이치란 작가는 불쑥 내 앞에 나타나 진실된 관계를 형성한 사람이 전국에 수배중인 살인 용의자일지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세 커플에게 서서히 싹트는 의구심과 여전한 신뢰 그 사이에서의 갈등과 최후의 선택을 실험한다. 현시대를 바삐 살아가는 현대인의 원초적인 고독감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간 관계를 미스터리 형식을 빌어 흥미진진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영화로도 곧 제작될 예정이라는데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 편의 아름답고도 씁쓸한 드라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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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의 살인 하야미 삼남매 시리즈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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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반전으로 유명한 사이코 스릴러『살육에 이르는 병』의 작가 아비코 다케마루의 초기 본격 추리물이다. 1990년에 발표된『뫼비우스의 살인』은 하야미 삼남매가 활약하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으로 첫 번째가 데뷔작인『8의 살인』(1989년) 그리고 두 번째가 같은 해 출간한『 0의 살인』이다. 

도쿄에서 무차별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젊은 대학생인 시나 도시오. 근데 범인은 작품 처음부터 모습을 드러낸다,  즉, 이 작품은 도서추리물 기법이다. 피해자들끼리는 당체 접점이 보이질 않고 유일한 단서는 사건 현장마다 남아있는 의문의 숫자 뿐...경찰의 수사는 교착 상태에 빠지고...하야미 교조 경위는 추리소설 매니아인 두 동생과 힘을 합쳐 범인 추적에 나선다. 과연 하야미 삼남매는 피해자들을 잇는 미싱링크(잃어버린 연결고리)를 찾아내 범인을 잡을 수 있을까.

여기서  "그"라는 신비한 존재가 등장한다. 인터넷상에서 만난 정체불명의 "그"는 시나 도시오에게 살인을 부추키는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 박사같은 존재이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살인 게임을 시작한다. 추리적 관점에서 보면...첫째, 무차별 연쇄살인이란 게임의 룰은 무엇인가. 둘째, 피해자들의 접점을 잇는 연결고리 즉, 미싱링크는 무엇인가. 셋째, 범행 현장에서 발견되는 숫자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넷째, "그"의 정체는 누구인가...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일단 기본적 추리의 재미는 있다. 기묘한 연쇄살인의 배후에는 살인 놀이라는 경악스러운 이면이 숨어있고 그러한 사건의 진상을 번뜩이는 추리로 밝혀내는 삼남매의 둘째 하야미 신지의 활약이 돋보인다. 연쇄살인범을 잡고자 범행 동기와 숫자의 의미, 미싱링크등을 놓고 티격태격 추리 설전을 벌이는 하야미 삼남매의 개그를 보는 재미도 있다. 근데 개인적으로는 하야미 삼남매를 주축으로 한 사건의 추리 전개 과정보다 시나 도시오의 관점에서 벌어지는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장면들이 더 긴장감있고 볼만하다. 작가는 본격 추리물보다 스릴러물을 써도 더 잘 쓸 것 같은 느낌. 

사건의 진행과정이나 동기, 반전, 결말등 기본적인 플롯이 일본 추리소설을 제법 읽은 독자라면 다른 작품들에서 익히 경험했던 유사성을 발견한다. 국내 출간 시기가 다소 늦어서인지 사건의 독창성, 스토리의 신선도등이 조금은 빛이 바랜 감이 있지만 ​25년전 작품임을 감안해서 보면 본격 추리의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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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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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 발매돼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영국에서는 20주 연속 1위라 하고 미국에서는 6초마다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그런 화제작을 발빠르게 국내에 선보인 출판사의 행보가 놀랍다. 여성 작가가 쓴 대박 스릴러라는 점에서 전세계를 강타한 길리언 플린의『나를 찾아줘』가 생각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소개에도『나를 찾아줘』에 비견될 작품이라 선전한다. 과연 그럴까...

작가는 영국인 폴라 호킨스, 일단 이력이 예사롭지 않다. 옥스포드대학에서 정치학, 경제학, 철학을 전공했고 15년간의 <타임스> 경제부 기자에 투자 자문서도 집필했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그녀는 별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스릴러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잿팍을 터트린 셈이다.

하지만...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에 못미친다. 이 작품은 여성 작가가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녀들의 사고와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철저히 여성적인 입장에서의 스릴러물이다. 여성의 심리와 내면 세계를 여성 작가 특유의 필치로 정교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점은 좋으나 그것이 오히려 남성인 나로서는 공감 및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일견으로는 따분하고 지루했다. 알콜중독자이자 톰의 전처인 레이첼, 현재 부인인 애나 그리고 몇 집 건너에 사는 메건 이렇게 세 여주인공의 1인칭 화자 시점으로 교차 서술되는데 현재와 과거등 시제가 달라 독자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현대 스릴러물의 생명은 긴장감과 속도감이다. 작품 후반부까지 기본적인 긴장감은 유지된다. 실종된 메건의 생사 여부와 범인의 정체, 사건 당시의 기억이 없는 레이첼의 행동등 궁금증을 자아내게 할 미스터리적 요소는 많다. 하지만 당체 속도감이 나질 않는다. 세 여주인공이 그들의 남편과 지인등 주변 사람들과 다양한 이해 관계로 얽힌 일거수일투족에 따른 심경 변화와 행동 양식에 내러티브를 집중하느라 사건의 전개가 느리다. 그렇다고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이 뭐 크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범인은 어차피 몇 안되는 등장인물 사이에서 존재하며 동기 역시 진부한 소재인 불륜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딱히 새로울게 없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실직하고, 이혼하고, 심리 치료 받고, 알콜 중독에 외간 남자와 바람 피는 등 보통 사람들의 범주에서 다소 비켜나있는 문제가 있는 여성들이 등장해서 그들의 정서적,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스릴러물이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남성인 나로서는 딱히 강렬한 스릴감이나 미스터리적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그저 밋밋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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