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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2015년 1월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 발매돼서 커다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영국에서는 20주 연속 1위라 하고 미국에서는 6초마다 팔리는 초대형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그런 화제작을 발빠르게 국내에 선보인 출판사의 행보가 놀랍다. 여성 작가가 쓴 대박 스릴러라는 점에서 전세계를 강타한 길리언 플린의『나를 찾아줘』가 생각나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소개에도『나를 찾아줘』에 비견될 작품이라 선전한다. 과연 그럴까...
작가는 영국인 폴라 호킨스, 일단 이력이 예사롭지 않다. 옥스포드대학에서 정치학, 경제학, 철학을 전공했고 15년간의 <타임스> 경제부 기자에 투자 자문서도 집필했다. 하지만 작가로서의 그녀는 별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스릴러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잿팍을 터트린 셈이다.
하지만...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에 못미친다. 이 작품은 여성 작가가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녀들의 사고와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철저히 여성적인 입장에서의 스릴러물이다. 여성의 심리와 내면 세계를 여성 작가 특유의 필치로 정교하고도 섬세하게 그려낸다는 점은 좋으나 그것이 오히려 남성인 나로서는 공감 및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일견으로는 따분하고 지루했다. 알콜중독자이자 톰의 전처인 레이첼, 현재 부인인 애나 그리고 몇 집 건너에 사는 메건 이렇게 세 여주인공의 1인칭 화자 시점으로 교차 서술되는데 현재와 과거등 시제가 달라 독자의 집중력이 요구된다.
현대 스릴러물의 생명은 긴장감과 속도감이다. 작품 후반부까지 기본적인 긴장감은 유지된다. 실종된 메건의 생사 여부와 범인의 정체, 사건 당시의 기억이 없는 레이첼의 행동등 궁금증을 자아내게 할 미스터리적 요소는 많다. 하지만 당체 속도감이 나질 않는다. 세 여주인공이 그들의 남편과 지인등 주변 사람들과 다양한 이해 관계로 얽힌 일거수일투족에 따른 심경 변화와 행동 양식에 내러티브를 집중하느라 사건의 전개가 느리다. 그렇다고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이 뭐 크게 대단한 것도 아니다. 범인은 어차피 몇 안되는 등장인물 사이에서 존재하며 동기 역시 진부한 소재인 불륜이라는 큰 틀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딱히 새로울게 없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실직하고, 이혼하고, 심리 치료 받고, 알콜 중독에 외간 남자와 바람 피는 등 보통 사람들의 범주에서 다소 비켜나있는 문제가 있는 여성들이 등장해서 그들의 정서적, 도덕적 해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을 여성 작가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스릴러물이다. 건강한 육체와 정신이 건강한 가정과 사회를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되새기며 남성인 나로서는 딱히 강렬한 스릴감이나 미스터리적 재미를 느낄 수 없었던 그저 밋밋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