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2 (누드사철 제본) 에도가와 란포 결정판 시리즈 2
에도가와 란포 지음, 권일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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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숲에서 야심차게 기획한 '일본 추리소설의 아버지'『에도가와 란포 결정판』제2권이다. 2권에는 장편인『대암실』, 중편인『파노라마섬 기담』그리고 단편인『인간 의자』『거울 지옥』이 실려 있다. 단편 두 개는 두드림의 전단편집등을 통해 익히 봐온 작품.​ 간단히 리뷰해 보면...

『파노라마섬 기담』(중편) ★★★☆

가난한 몽상가가 자신과 꼭 빼닮은 대부호가 간질로 사망하자, 자신을 말살하고 죽은 대부호로 변신, 무덤에서 부활해서는 그의 막대한 자금을 발판으로 외딴 섬에 꿈에 그리던 그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는데...

괴기적이고 탐미적, 몽환적인 란포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작가가 후기에도 언급했듯이 1인 2역 트릭이 실행되는 초반부와 명탐정이 잠깐 등장해서 범죄의 진실을 밝혀내는 후반부만 반짝 재밌을 뿐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는 파노라마섬의 묘사가 너무 길어 일견 따분한 면도 존재한다. 

『인간 의자』(단편) ★★★★★

미모의 여성 작가에게 어느날 의문의 편지가 도착하고, 그 편지안에는 실로 기이한 이야기가 씌여 있는데...기발한 착상, 숨막히는 스릴감과 몰입감 그리고 놀라운 반전까지...뭐하나 나무랄데 없는 란포의 대표 괴기 단편.

『거울 지옥』(단편) ★★★★

평생토록 렌즈와 거울에 미친 사나이...거울을 이용한 각종 기구에 심취하던 그가 급기야는 직접 설계한 특수한 거울속으로 들어가는데....란포의 대표적 괴기 단편중 하나.

『대암실』 (장편) ★★★★

천사로 태어난 자 (정의로운 자)와 악마로 태어난 자 (천재 범죄자)의 한판 지략 대결을 그린 활극 모험소설이다.​ 도쿄 시내를 불바다로 만들어버리려는 악마의 극악무도한 계략에 맞서 그의 계획을 저지하고 부모의 원수를 갚으려는 천사의 맞불 작전이 볼만하다. "대암실"이라 불리는, 악마가 창조한 지하 세계에서 펼쳐지는 괴기스럽고 탐미적인 "란포 지옥"이 감상 포인트.

그간 본격추리와 괴기환상 단편들을 통해 알고있던 에도가와 란포의 또 다른 작품 세계를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특히『파노라마섬 기담』과『대암실』에서 보여주는 괴기적이지만 때론 탐미적이고 환상적인 장면들은 오로지 란포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매력이 아닌가 싶다. 덧붙여,『파노라마섬 기담』에서의 섬의 묘사와『대암실』에서의 지하 세계의 묘사가 엇비슷해서 굳이 한 권에 같이 수록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역자 후기에 잘 설명되어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장편『대암실』이 활극 모험소설이요, 나머지 세 편은 괴기소설인지라 딱히 본격추리라 부를만한 작품이 없다. 1권에서는 장편『거미남』『천장 위의 산책자』에서 본격추리의 맛이 있었는데...역자 후기를 보니 "란포의 작품 세계를 본격 추리에 국한시키면 그가 일본 미스터리에 끼친 영향의 반도 못보는 꼴이다" 라고 한다. 그런 의도에서 이러한 작품의 기획과 구성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3권에서는 란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본격추리 걸작도 많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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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조커 명탐정 오토노 준의 사건 수첩
기타야마 다케쿠니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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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본격 미스터리에 세기말적 종말론을 버무린『클락성 살인사건』으로 데뷔한 기타야마 다케쿠니의 본격추리 단편집이다. 표제작인『춤추는 조커』를 포함해서 다섯 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주로 물리적(기계적) 트릭을 사용한 본격추리물이다.

 

탐정역은 소심하고 나약해서 집에만 틀어박혀있는 니트족 오토노 준. 하지만 범죄를 해결하는 추리적 두뇌만은 비상하다. 그런 오토노 준의 재능을 아까워한 대학동창이자 추리작가인 시라세가 조수를 자청, 탐정 사무소를 만들고는 등떠밀어(?) 사건을 해결하게 한다.​ 오토노는 마지못해(?) 사건을 해결하고 시라세는 그 사건을 소재삼아 추리소설을 집필한다. 서로 상부상조, 공생하는 관계...ㅎㅎ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고 코믹하게 흘러가지만 작가의 지향점은 엄연히 본격 미스터리이다. 그런만큼 사용되는 트릭이나 사건이 해결되는 과정만은 진지하고 논리정연하다. 이런 짧은 본격추리 단편에서 범인이 누구이고 동기가 무엇인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역시 트릭의 완성도이다. 그런 면에서 수록된 트릭들의 기발함이나 창의성에 나름 합격점을 주고 싶다.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황당무계한 트릭이나 이해불가할 정도의 복잡한 기계적 트릭이 아니고 어느 정도는 현실에서 실행가능한 충분히 이해가능한 트릭이기에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 

개인적으로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보이지않는 다잉 메세지』가 제일 좋았고『춤추는 조커』『밸런타인데이의 독초콜릿』에서 사용된 트릭의 아이디어도 나름 참신했다.  나머지 두 단편들의 트릭도 괜찮았고...물리적 트릭을 이용한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가볍게 읽기에 부담없는 작품이다.  곧 나올 "명탐정 오토노 준의 사건 수첩" 두 번째 이야기에는 좀 더 강력한 사건과 보다 심화된 트릭이 나온다고 하니 기대하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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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살인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
아오사키 유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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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 수족관에 이어 "차세대 엘러리 퀸"이라 불리는 아오사키 유고의 관시리즈 3탄. 이번엔 도서관이다. 불꺼진 시립 도서관에서 두꺼운 책에 맞아 죽은 남자 대학생 그리고 그가 남긴 다잉메세지....데뷔작 『체육관의 살인』에서 우산 하나로,『수족관의 살인』에서는 양동이, 대걸레같은 일상의 소품으로부터 놀라운 추리를 선보인 천재 오타쿠 고등학생 우라조메 덴마는 이번엔 피해자가 남긴 다잉메세지를 통해 또 어떤 신들린 추리를 펼칠 것인가.

간단히 세 가지 관점만 얘기하고자 한다.

첫째, 작품의 분위기. 이 작품은 청춘 학원물의 라이트노벨스러운 가벼운 분위기와 본격 미스터리의 진지한 분위기가 혼재되어 있다. 문제는 (역자 후기에도 언급되어 있지만) 체육관, 수족관에 비해 추리의 분량이 줄어든 대신 주요 등장인물 (고등학생)의 다양한 사연을 들려주는 성장 스토리의 비중이 늘었다. 추리와 성장물의 내용이 반반씩이라 해야 할까.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이 사건의 연관성 유무에 따라 긴장감이 요동친다. 청춘이 등장하는 가벼운 분위기의 학원 미스터리를 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둘째, 라스트씬에서 학생 탐정 우라조메가 관련자들을 병실에 모아놓고 펼치는 70여쪽의 논리적인 추리의 향연은 그야말로 압권이요 이 책의 백미이다. 극히 사소한 단서로부터 하나의 확실한 사실을 증명해내고 그것을 발판삼아 범인의 윤곽(조건)을 하나씩 나열해 용의자의 범위를 압축해나가는 장면은 정말 흥미진진, 감탄 그 자체이다. 

문제는 그전에 이미 범인의 정체가 드러난 것. 만약 범인이 밝혀지지 않았다면 한꺼풀씩 벗겨지는 범인의 윤곽을 보면서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생각하며 손에 땀을 쥐며 우라조메의 추리를 지켜봤을텐데...월드컵 축구 경기에서 승부차기의 숨막히는 장면을 결과를 알고 재방송을 보는 것과 라이브로 지켜보는 것의 재미와 긴장감은 하늘과 땅 차이이다. 독자의 심장을 조이며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극적인 전개가 아쉽다.

마지막으로 동기 부분. 역자 후기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사람의 속마음은 알 수 없다"라는 작가 합리화식(?) 문구도 있지만 어쨌든 동기 부분은 당체 납득 불가...연계해서 범인의 대범한 결단력과 실행력 역시. ​체육관, 수족관, 도서관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작가가 사소한 단서로부터 하나의 사실을 증명해 그것들을 종합해가며 수수께끼를 푸는 논리적인 추리의 전개에 비중을 두는 대신 범인을 포함한 용의자의 입체적이고 풍부한 캐릭터 구축에는 별 공을 들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밝혀지는 트릭과 사건의 진상에서 오는 쾌감은 대단한 반면 범인의 정체 또는 의외성에서 오는 감흥은 밋밋하다.

작가는『체육관의 살인』『수족관의 살인』을 대학생 신분으로 출간했고,『도서관의 살인』은 대학을 졸업하고 전업 작가로 들어선 2016년의 첫 작품이다. 그만큼 본격 미스터리 작가로서의 이 20대 젊은 작가의 자질과 역량은 뛰어나며 이 작품 역시 그러한 작가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다만, 라이트노벨스러운 분위기를 줄이고 주요 용의자의 (특히 범인) 캐릭터 구축에 조금 더 공을 들여주었으면 하는게 개인적인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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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서커스 베루프 시리즈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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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야경』에 이어 2년 연속 "일본 미스터리 3관왕"을 차지한 요네자와 호노부의 2015년 신작이라서 덥썩 구매했는데...결론부터 말해서 미스터리 3관왕의 명성에 미치지 못한다. 내가 너무 자극적이고 오락적인 추리소설만 찾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왕과 서커스』라...난 사실 출판사 소개글을 보고 네팔에 체류중인 일본 프리랜서 기자가 왕실 일가 여덟 명의 목숨을 앗아간 "네팔 왕실 살해 사건"의 진범을 찾기위해 네팔 왕궁에 잠입, 파란만장한 모험과 현란한 추리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본격 추리소설인줄 알았는데 한마디로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ㅎㅎ

이 작품은 네팔 왕실 살해 사건을 매개체로 해서 그 사건을 취재, 보도하는 제3세계 미디어의 직업 의식과 윤리관, 구체적으로 왕실 사건의 진상에 접근하려는 한 일본 여성 프리랜서 기자가 겪는 주변 이야기에 포커스를 맞춘다. 작가는 한 나라의 비극이 언론의 흥미거리식 보도로 인해 제3국 사람들에겐 그저 자극적인 소재의 오락거리로 전락함을 경고한다. 왕실 살해 사건을 서커스의 메인 이벤트에 빗대어 그것을 취재, 보도하는 기자는 서커스 단장이요, 기자의 글(기사)은 관객(제3국 사람들)에게 단지 자극적이고 흥미거리인 쇼에 불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인 여기자는 취재도중 맞딱드린 한 남자의 죽음과 왕실 사건과의 연관성을 놓고 사실 관계와 보도 여부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다. 특종에 대한 갈망과 오보로 인한 기자로서의 책무와 사명감 사이에서 오는 갈등이리라. 

하지만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오락적 재미가 뛰어난 편은 아니다.​『인사이트 밀』에서의 폐쇄된 공간에서 심장을 조여오는 엔터테인먼트적 긴장감도 없고『부러진 용골』에서의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마법과 추리를 넘나드는 화려한 서사도 없고『야경』에서의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들여다보는 촌철살인격의 날카로운 추리적 탐구도 없다.

 

사건의 세세한 정황과 함께 (사실 사건이라고 뭐 대단한게 있는게 아니다) 작가가 의도한 바가 드러나는 마지막 100여쪽만이 추리적 재미와 긴장감이 돋보일 뿐 앞의 350여쪽은 왕실 사건의 배후를 취재하려는 주인공 여기자의 르포 형식의 밋밋한 모험담에 지나지 않는다.『야경』으로 미스터리 3관왕을 차지한 작가가 뭔가 사회적 메세지를 전하는 심도있는 소재의 작품을 쓴 것은 좋으나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읽힐 뿐 "미스터리 3관왕"을 차지할 정도로 깊은 울림이나 재미를 준 대단한 작품으로 보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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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의 감옥
우라가 가즈히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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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우라가 가즈히로의 2001년, 스물 셋 젊은 나이에 써내려간 재기넘치는 본격추리 작품이다. 이 책에는 미사여구를 이용한 원숙한 문장력이나 깊고 풍부한 스토리텔링 같은 것은 없다. 단지 스물 셋 젊은 작가가 호기롭게 보여주는 패기넘치고 파격적인 재기발랄함이 있을 뿐이다. 어때? 내가 이렇게 재미난 본격추리 요소들을 여러개 이용해 복잡하게 꼬아놓은 이야기의 진상을 한 번 맞혀 볼래? 하고.

200쪽의 짧은 분량안에 이중 구조, 클로즈드 서클 , 교환 살인 거기에 서술 트릭(서술 트릭을 언급하기 싫은데 출판사에서 먼저 밝혀서 어쩔 수 없다)까지 본격 미스터리 애호가가 좋아할만한 다양한 트릭과 요소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근데 띠지에 써있는 밀실 트릭도 나오나? 무릇 밀실 트릭이라 함은 외부에서의 침입이 불가능한 밀폐된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오간데 없다는 설정인데 이 작품에 밀실 트릭이 쓰였는지는 의문이다.

​세 친구가 지하 방공호 시설에 갇히게 되는 경위와 이와는 별도로 외부에서 메일을 통해 행해지는 두 여자의 교환 살인도 흥미진진하다. 문장도 쉽고 내용도 재밌어서 술술 읽힌다. 지하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두 이야기의 연계성은 추리 독자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이게 다야? 생각보다 시시한데...라고 느끼는 순간 마무리 결말에서 뒤통수를 맞는다. 정말 작가가 교묘하고 철두철미하게 숨겨놓았다.

분량도 짧고 재미도 있어서 두 번 연달아 읽었다. 재독을 통해 작가가 은밀하게 깔아놓은 복선을 검증하며 스토리의 정교함과 치밀함에 새삼 감탄한다. 간결한 문장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전개는『도착의 론도』가 생각나고, 젊은 작가의  패기넘치는 작품이란 점에서는 마야 유타카의 데뷔작『날개 달린 어둠』도 떠오른다. 일관된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원숙한 맛은 없지만 이십대 초반의 젊은 작가가 패기넘치게 그려내는 본격 추리의 다양한 재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 마지막으로, 19금의 선정적인 내용과 엽기적인 장면도 들어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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