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감옥
우라가 가즈히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우라가 가즈히로의 2001년, 스물 셋 젊은 나이에 써내려간 재기넘치는 본격추리 작품이다. 이 책에는 미사여구를 이용한 원숙한 문장력이나 깊고 풍부한 스토리텔링 같은 것은 없다. 단지 스물 셋 젊은 작가가 호기롭게 보여주는 패기넘치고 파격적인 재기발랄함이 있을 뿐이다. 어때? 내가 이렇게 재미난 본격추리 요소들을 여러개 이용해 복잡하게 꼬아놓은 이야기의 진상을 한 번 맞혀 볼래? 하고.

200쪽의 짧은 분량안에 이중 구조, 클로즈드 서클 , 교환 살인 거기에 서술 트릭(서술 트릭을 언급하기 싫은데 출판사에서 먼저 밝혀서 어쩔 수 없다)까지 본격 미스터리 애호가가 좋아할만한 다양한 트릭과 요소들이 알차게 들어있다. 근데 띠지에 써있는 밀실 트릭도 나오나? 무릇 밀실 트릭이라 함은 외부에서의 침입이 불가능한 밀폐된 공간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범인은 오간데 없다는 설정인데 이 작품에 밀실 트릭이 쓰였는지는 의문이다.

​세 친구가 지하 방공호 시설에 갇히게 되는 경위와 이와는 별도로 외부에서 메일을 통해 행해지는 두 여자의 교환 살인도 흥미진진하다. 문장도 쉽고 내용도 재밌어서 술술 읽힌다. 지하실 안팎에서 벌어지는 두 이야기의 연계성은 추리 독자라면 쉽게 눈치챌 수 있다. 이게 다야? 생각보다 시시한데...라고 느끼는 순간 마무리 결말에서 뒤통수를 맞는다. 정말 작가가 교묘하고 철두철미하게 숨겨놓았다.

분량도 짧고 재미도 있어서 두 번 연달아 읽었다. 재독을 통해 작가가 은밀하게 깔아놓은 복선을 검증하며 스토리의 정교함과 치밀함에 새삼 감탄한다. 간결한 문장에 엎치락뒤치락하는 전개는『도착의 론도』가 생각나고, 젊은 작가의  패기넘치는 작품이란 점에서는 마야 유타카의 데뷔작『날개 달린 어둠』도 떠오른다. 일관된 주제를 깊게 파고드는 원숙한 맛은 없지만 이십대 초반의 젊은 작가가 패기넘치게 그려내는 본격 추리의 다양한 재미를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아, 마지막으로, 19금의 선정적인 내용과 엽기적인 장면도 들어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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