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닷컴
소네 케이스케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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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열대야』,『침저어』등 내놓는 작품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보여주는 소네 게이스케의  2013년 작품이다.『암살자닷컴』이라니...살인의뢰가 등록되면 최저가로 낙찰받아 살인을 행하고 보수를 받는 살인사이트인데...이 사이트에 가입해서 한 푼이라도 벌려는 암살자들의 살인에 관한 다양한 고군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정말 작가다운 기발한 발상과 독특한 설정이다.

네 개의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전문 프로암살자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아들의 양육비를 책임지려는 이혼남 형사, 남편의 실직으로 가계 살림에 보태고자 살인전선에 뛰어든 아줌마, 이제는 은퇴 기로에 선 고령의 살인전문가...등등...그들은 단지 생활고를 해결하고자, 돈을 벌 목적에서 살인을 한다.

그래서 그들 사이에서도 서로 좋은 조건의 의뢰를 낙찰받고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그러다가 결국 그들 스스로 피해자의 무덤에 빠지는 무리수도 발생한다. 직장과 사업체등 생활전선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펼치는 우리네 삶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단지 돈을 벌어들이는 수단만 다를 뿐...그래서 (역자 후기에 있듯이) 이 작품은 그야말로 "살인 노동자의 애환을 담은 블랙 코미디"이다.

개인적으로, 빗나간 부성애로 말미암아 예상치못한 결말로 치닫는 첫 번째 단편과 책 전체를 다시 돌아보게끔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는 하드보일드풍의 마지막 단편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두 단편은 해피 엔딩으로, 두 단편은 새드 엔딩으로 끝나는데 이 역시 작가가 의도하는 바가 있는 듯 싶고...

각 단편마다 독립적인 완성도를 가지면서도 네 개의 단편은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작가가 은연중에 숨겨놓은 네 단편의 연결고리를 하나씩 찾아내는 즐거움이 이 책의 또다른 묘미가 아닐까 싶다. (내 독해가 잘못되지 않았으면, 첫 단편의 시점을 기준으로 두 번째 단편은 5년전 (근데, 전체 줄거리와 두 번째 단편 사이의 연관점에 의문스러운 부분이 존재), 세 번째는 4년전, 마지막 단편은 6년전 벌어진 사건이다.) 어쨌든, 살인사이트라는 독특한 배경을 소재로 일반인도 살인까지 서슴치않는, 그러면서 경쟁까지 해야하는 각박한 현 세태를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 기법과 냉소적 화법으로 재미나게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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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는 나의 것
사키 류조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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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74회 나오키상 수상작 (1976년)

내가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두 가지이다.『복수는 나의 것』이라는 친밀하면서도 강렬한 제목 그리고 일본 대중문학에게 수여하는 가장 권위있는 상인 제74회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화려한 타이틀. 우리에게 이 책의 제목이 친숙한 이유는 1990년 제작한 박찬욱 감독의 동명 영화 때문이고, 그 영화는 1979년에 제작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을 오마주한 작품이다. 그 일본 영화의 원작이 바로 1975년에 출간된 사키 류조의『복수는 나의 것』이다.

『복수는 나의 것』은 논픽션 전문작가인 사키 류조의 대표작이자 일본 범죄 소설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1963년 실제 일본에서 발생해서 전국에서 경찰 12만명이 동원되는 등 일본 범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를 벌인 연쇄살인범 <니시구치 아키라 연쇄살인사건>에 모티브를 얻어 한 범죄자의 범죄 행각을 논픽션 형식으로 쓴 소설이다. 작가의 감정을 일절 배제한 하드보일드풍의 간결하고 건조한 문체에 르포르타주같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써내려간 점에서 '논픽션 범죄소설의 걸작' 트루먼 카포티의『인 콜드 블러드』와 비견된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에노키즈 이와오는 담배전매공사의 현금수송차량에서 돈을 탈취하고자 강도살인을 저지른 것을 시작으로 10세 소녀의 신고로 검거될 때까지 78일간 경찰의 추적을 피해 전국을 도망다니며 다섯 명을 살해하고 갖은 사기를 치는등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다. 작가는 작품을 쓰기 위해 사건 당시의 공판 기록을 포함 경찰, 가족, 부모, 공범자, 피해자, 내연녀, 동거녀, 친구, 지인등 관련 인물을 취재, 대학노트 30권 분량의 철저한 조사를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범죄자 에노키즈의 살인 및 사기와 도주 행각을 다양한 주변인물들의 진술과 증언을 토대로 구성해 나간다.

내 눈을 사로잡는 것은 잔인한 연쇄살인보다 오히려 지능적인 사기 행각이다. 주로 대학교수나 변호사로 신분 위장을 하며 풍부한 지식과 화려한 언변으로 피해자를 안심시킨후 대범하고도 신속한 행동으로 사기 행각을 완성시키는데, 특히 한 건의 사기 행위 도중 10여분간의 막간을 이용해 또 다른 사기를 순식간에 성공시키는 장면에서는 그 천재적인 테크닉에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연쇄살인을 저지르는 잔혹한 흉악범도 모자라 사람의 등을 쳐먹는 교활한 지능범이라니...거기에 전국을 도망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엽서를 보내는 뻔뻔함까지 겸비한 정말 타고난 범죄자이다.

연쇄살인 및 각종 사기와 도주 행각을 벌이는 초,중반부도 흥미진진했지만 검거된 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후반부의 옥중 재판 과정이 좀 더 감정 이입이 되며 가슴에 와닿는다. 검사의 공소사실부터 형량 선고, 변호인의 반론등 수차례의 공판 과정과 좁디좁은 교도소의 차디찬 방에서 하루하루 사형수의 몸으로 형을 기다리며 조금씩 교화되고 참회하는 에노키즈의 체념과 회한의 모습을 보니 비록 극악한 범죄자이지만 나름 연민의 정을 느낀다. 

 

이 책은 일반 미스터리, 스릴러같은 장르소설에서 볼 수 있는 영웅적인 캐릭터도 없고 드라마틱하고 속도감있는 전개나 놀라운 반전이 있는 작품이 아니다. 한 범죄자의 범죄 행각을 담담히 기록한 작품이니만큼 당시 주변 인물들의 증언과 정황을 토대로 작가가 서술하는 범죄자 에노키즈의 발자취를 천천히 따라가다보면 논픽션 범죄소설만의 독특한 재미를 충분히 만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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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의 성 스토리콜렉터 51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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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음...나름 엽기적이고 충격적이다. 그리고 미스터리하다. 어찌보면 역겹고 메스껍다고 해야 하나. 2002년 일본에서 벌어진 끔찍한 "일가족 감금살인사건"이라는 실제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한 작품이라는데 그것을 독하게 소설로 써내려간 혼다 테쓰야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 정말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났다는 것 자체가 믿기지 않는다.

한 17세 소녀의 신고로부터 밝혀지는 선코트마치다 맨션 403호의 참극. 그곳은 한마디로 짐승의 소굴이었다. 한 가족에 대한 1년에 걸친 감금, 폭행, 학대, 체벌, 살인 그리고 시체 훼손 및 유기가 행해졌고, 더 충격적인 사실은 아내가 남편을, 딸이 어머니를, 엄마가 자식을 학대, 살해하는 그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진 것. 그렇게 한 명씩 목숨을 잃고도 외부에 도움조차 청하지 못하며 철저히 정신적, 육체적으로 유린당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에는 요시오란 '절대자'가 존재한다.

 

사건을 수사하는 마치다 경찰서 소속 경찰들의 수사와 동거중인 젊은 커플 신고와 세이코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라 불리는 수상쩍은 사부로란 남자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되는데 두 이야기가 접점을 이루면서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리란 예측은 섣부른 판단이다. 사건은 새로운 궤도에 오르고 또 다른 반전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쨌든 몰입감과 흡인력이 대단하다. 특히 아쓰코가 털어놓는 선코트마치다 맨션 403호에서의 지옥같은 생활상은 엽기와 충격 그 자체이다. 가족끼리 감시, 학대, 체벌하는 것도 모자라 살인에 이은 시체 훼손까지..그 살육의 현장을 사실적으로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서술 수위가 혐오스러울 뿐.

하지만 그런 잔혹함, 엽기성보다 아이러니한 것은 가족 전체가 단 한 사람의 포로가 되어 그런 일련의 참혹한 범죄 행위를 1년간 아무런 저항없이 일사분란하게 가담, 유지했다는 점이다. 그러면서 그들은 서서히 자아를 상실하고 끝내 그 어떤 저항과 존재감없이 서로를 체벌, 살인하면서 한 줌의 재로 사라진다. 과연 한 사람이 일가족 전체를 장기간 그렇게 철저히 무력화시켜 ​자신의 노예로 만들만큼 정신적, 육체적으로 지배가 가능할까.

시체가 완전 소실된 가운데 오로지 두 여성 피해자(?)의 오락가락하는 진술과 사건 현장에서 찾아낸 혈흔같은 미세한 증거만으로 힘겨운 수사와 불완전한 결말을 도출하는 경찰들...과연 403호 안에서는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원흉인 요시오의 정체와 행방은 아니, 요시오는 정말 실재한 인물일까...작가는 독자의 궁금증을 속시원히 해결해주지않고 사건의 진상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유보한채 서둘러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사건의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 그것이 소설이건 현실이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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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국의 성 1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검은숲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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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아리스 시리즈가 돌아왔다.『월광 게임』,『외딴섬 퍼즐』,『쌍두의 악마』에 이은 네 번째 에피소드이자 전작『쌍두의 악마』로부터 무려 일본에서는 15년 7개월만에, 국내에서는 6년만의 출간이다. 오래동안 공들인 작품이라 그런지 2007년 출간과 동시에 '본격 미스터리 베스트 10' 1위, 제8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 수상, 200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3위등 당해년도 미스터리 관련 상을 휩쓸었다. 그야말로 화려한 귀환이다.

이번 작품은 조그만 산골의 소도시 가미쿠라에 위치한 '인류협회'라는 신흥종교 집단의 본거지에 에가미 선배를 찾아 떠나는 에이토대학 추리소설연구회 (EMC) 회원들의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외계로부터의 메시아의 출현을 신봉하는 인류협회...두 개의 탑과 공중에 떠있는 세 개의 원반 모양의 동으로 이루어진 기묘한 본부 건물 그리고 그 집단을 대표하는 스무 한 살의 젊은 여성...그래서 그곳을 "여왕국의 성"이라 부른다.

에가미 선배를 찾아 소도시로 향하는 초반 전개는 마리아를 찾으러 기사라 마을로 잠입하는 전작『쌍두의 악마』와 유사하다. 에가미 선배와의 조우를 포함 마치 신흥종교집단 탐방기를 보는 듯 정적으로 흐르던 이야기가 한 신도의 피살체가 발견되면서 급물살을 탄다. 경찰에 알리지 않고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려는 협회의 석연치않은 강경책에 EMC 멤버들은 졸지에 본부 건물에 감금되고...그 와중에 연이은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1,2권 도합 850쪽을 자랑하는 장대한 분량속에 학생 아리스 시리즈만의 모험과 액션, 우정과 로맨스 그리고 본격추리가 적절히 섞여있다. 본부 건물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시작으로 11년전 미제 밀실 사건의 진상과 사라진 권총의 행방,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여왕의 신비스런 존재, 사건을 내부적으로 해결하려는 협회 간부들의 숨겨진 음모와 계략, 메시아의 재림을 위해 인간의 출입을 불허하는 신비스런 동굴의 정체 그리고 궁극적으로 "독자에 대한 도전" 메시지등 미스터리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도 많고, 그러한 협회와의 알력과 감시속에 마을 전체가 한통속인 소도시 가미쿠라를 벗어나 사건을 외부에 알리려는 EMC 회원들의 탈출 액션 또한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에가미 선배가 사건 관련자들을 한데 모아놓고 논리적인 추론으로 범인을 색출해내는 마지막 100여쪽의 추리 강의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요 압권인 장면이다. 핸드폰이나 CCTV없이 그리고 DNA 조사같은 경찰의 과학수사가 일절 배제된 가운데 단순히 정황 증거들만 가지고 11년전 밀실 사건의 진상부터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밝혀내는 일련의 논리적인 추리 과정은 정말 소름끼치도록 정교하고 감탄스럽다. 내 자신 본격추리 매니아로서 극한의 희열을 느끼는 짜릿한 순간이다.​

그간 국내 출간된 작가의 작품들은 거의 다 읽었는데 착하고 선한, 감성적인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의 작풍상 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은 많지 않았다. 보물찾기의 재미가 살아있는외딴섬 퍼즐』과 폐쇄적인 예술가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쌍두의 악마』를 나름 최고작이라 생각하는데『여왕국의 성』역시 그 두 작품에 못지않은 재미를 준 작품이라 평하고 싶다. 작가가 학생 아리스 시리즈를 한 권 더 집필하고 마무리한다고 하니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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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실에서 검은 고양이를 꺼내는 방법 명탐정 오토노 준의 사건 수첩
기타야마 다케쿠니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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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방구석에 쳐박혀 있고 대중앞에 나서길 꺼려하는 소심한 니트족 탐정 "오토노 준의 사건수첩" 두 번째 이야기이다. 표제작인『밀실에서 검은 고양이를 꺼내는 방법』을 포함해서 물리적 트릭을 이용한 본격추리 단편 다섯 편이 수록되어 있다.

 

3층 탑의 밀실에 갇힌 검은 고양이를 구출하는 방법,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텔레비젼의 등장, 음악실에서 사용된 흉기의 정체, 아버지를 살해하려는 의붓자식 형제의 사악한 음모, 양초로 둘러쌓인 밀실 살인의 수수께끼...이렇게 다섯 편이 들어있는데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사람이 브라운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식인 텔레비전의 정체와 그 배후의 숨겨진 진상을 파헤치는『식인 텔레비전』과 한 편의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를 보는 듯 아버지를 살해하려는 두 형제의 치밀한 작전을 감상하는『정전에서 새벽녘까지』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단편집은 작가가 창의적으로 개발한 물리트릭의 완성도로 승부를 보는 작품인데 그런 면에서 전작인『춤추는 조커』에 비해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춤추는 조커』에서 나름 기발하고 창의적인 재미난 트릭들이 여럿 선보였다면 2편에서는 상대적으로 트릭의 질이 조금은 후퇴했다고 해야 하나. 다소간 만화적이고 추상적인 트릭들이 등장한다. 그만큼 완성도 높은 트릭의 개발은 본격추리 작가에게 영원한 숙제가 아닐까. 

 

그래도 본격추리물을 읽으면 언제나 즐거운 법.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물리트릭을 접할때면 말이다.

비록 전편에 비해 트릭의 참신함과 완성도 면에서 다소간 아쉬움이 남지만 물리트릭을 이용한 가벼운 분위기의 본격 추리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재밌게 읽을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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