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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와의 7일 ㅣ 라플라스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4년 6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기념비적인 100번째 작품이자 '라플라스의 마녀' 마도카 시리즈 세 번째 작품.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 지능)가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전직 형사이자 미아타리 수사관이었던 아버지를 잃은 중학생 아들이 신비한 능력을 지닌 마도카의 도움을 받아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추적하는 내용이다.
이야기는 크게 두 줄기로 흘러간다. 아버지를 살해한 범인을 찾고자 마도카의 지시에 따라 동급생 친구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추적하는 중학생 아들. 그와는 별개로, 살인사건에 연관된 과거 사건의 배경에 의문을 품지만 경찰 내부의 숨겨진 흑막으로 인해 비밀리에 단독으로 수사를 진행하는 형사. 그렇게 각자 따로 전개되는 아마추어 탐정단의 모험과 프로 형사의 수사가 접점에서 만나 이내 공조를 이룬다. 사건의 진상과 범인의 정체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이다.
이 이야기는 AI가 보편화되는 근미래 사회를 다루고 있다. 인공 지능이 보편화되면 인간의 삶은 더욱 윤택해질까? 예를 들어,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면 삶의 질은 높아지는 대신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도처에 널린 CCTV는 범죄 예방 효과도 있지만, 반대로 인간에 대한 감시 역할도 병행한다.
AI로 인해 경찰의 수사 방식도 변화한다. 더 이상 발로 뛰는, 아날로그식 탐문 수사보다는 현장에서 수거한 재료를 통한 DNA 분석으로 범인의 실체에 접근하는 수사 방식이 더욱 효율적이다. DNA 분석은 CG로 범인의 형상을 구현하는 복안술로 발전하고, 전 국민의 DNA형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양측을 비교, 쉽게 범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이 경우 제도적, 사회적 공감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공계 출신 작가답게 AI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그에 관련된 살인사건의 해결 과정을 신비한 능력을 지닌 여자와 발로 뛰는 정의로운 형사 그리고 중학생 두 명의 우정 어린 모험을 통해 미스터리 기법으로 재미나게 그려내고 있다. 단순히 미스터리 소설을 즐기는 측면을 떠나서 AI가 깊숙이 뿌리내리는 근미래의 인간의 삶과 다가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나 자신의 생활 태도나 방식을 조금은 뒤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