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함의 주파수
오츠 이치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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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츠 이치의 작품을 읽어나가는 것은,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것 같다. [ZOO]와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에서 느꼈던 순수 악과 달리 이 작품집은 인간 존재의 그 쓸쓸함. 접촉하고 싶으나 접촉하지 못하는 인간의 그 내면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미래예보에서는 사춘기 소년의 애틋한 첫 사랑과 호기심을 유발하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전학 온 친구의 예견에 좇아 자신의 사랑을 새벽이슬에 젖듯 흠뻑 젖어간다. 반전을 위한 소설이라기보다, 작가의 차분한 묘사와 서술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잃어버린 이야기는 십대의 소년이 작품을 썼다고 느껴지기 힘들 정도로 삶에 대한 사견이 흥미롭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화자는 어둠속에 갇혀 산다. 그 어둠속에서 충실히 밖의 삶을 인식하고 사랑하는 그의 시선 속에서, 작가는 분명 냉소적인 사람일 것이라는 내 편견이 빗나갔음을 알았다. 소극적인 듯 하지만 그는 분명 타인과 소통하고 이 세상을 사랑하는 한 명의 지구인이라는 것...

그의 다음 작품집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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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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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츠이치 작가를 알게 된 건, ZOO 작품집을 통해서였다.

인간에 대한 그 서늘한 시선때문에, 책을 덮는 순간 오싹하고 한기를 느꼈다.

그는 과연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는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서 만난 오츠이치는 냉정하고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그 어린나이에 그런 시선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그래서 그가 궁금했다. 이 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져서 읽게 된 책이다. 평자들은 그의 소설집이 잔인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누어 이야기 하긴 했는데...

이 책 역시 그의 냉정함? 을 재 확인하게 되었다고 할까?

하지만, 그러한 냉정함이 순수惡으로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인간 내면에 감춰진, 사악한 기운이 아닌, 순수절정의 惡을 차분히 묘사하고 꾸며냈다.

다시 오츠이치 작가가 궁금해진다.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곳일까? 자신과 상관없이 돌아가는 세상. 나 없이도 잘 돌아가는 세상. 나 하나 죽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 없는 세상... 그런 세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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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 위의 돼지
김태용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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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첫 소설집을 읽으며,

화해해 주세요. 라는 말이 떠 오른 건,

어떤 연민의 정일까?

소설은 이야기다와 같이, 그의 소설 속에서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행위는

마치 황병승 시인의 시를 읽고, 그의 시는 이거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행위인 것만 같아서, 말하지 못하고 우물거리게 된다.

화해해 주세요. 무엇을? 어떻게?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모두들 알고 있을테지만, 어쩌면 평생 자신과 만나지 못할 것 같아서,

결코 화해할 수 없을것 같아서...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나 역시 나와 만나는 것이 어렵고,

그것을 화해로 이끌기까지가 힘겨워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단어, 행과 행 사이, 단락과 단락 사이,

그 사이에서 내가 보는 것은,

치열히 글을 쓰는 한 사람과,

자신과 만나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한 사내의 독백이다.

그가 자신과 만나기를, 그래서 온전히 자신을 용서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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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과 들판의 별 문학과지성 시인선 337
황병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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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병승 시집을 읽는 것은 마치 낯선 타인과 대화하는 것 같다.

낯선 타인은 지구인이 아니라 우주인 같다.

그의 시는 첫 시집과 마찬가지로 낯설다.

 

황병승의 시를 읽는다.

시를 읽는 건, 내 안의 나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행위다.

모멸감... 낮은 내 껍데기를 보는 일이다.

 

'피아노의 건반은 여든여덟 개

그것들은 하나같이 만족을 알까......'

 

로 시작되는 시다.

 

'내가 당신을 이해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에서 시선이 멈추고, 시는 끝난다.

 

그의 시는 난해하고, 머리 아프다.

나는  이 어지러움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한다.

 

단지, 그의 시 속에서, 현재를 달리는 한 시인의 들끓는 피가 궁금할 뿐이다.

 

시를 읽는다. 전철은 숨막힐 정도로 사람들이 많고, 온풍기가 돌아간다.

숨막히는 중, 나는 정말 숨 쉬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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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
미즈타니 오사무 지음, 김현희 옮김 / 에이지21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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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 [행복]을 봤다. 허진호 감독의 영화는 영상이 멋지다, 그리고 쓸쓸하다.
울음 코드를 알고 있는 그, 나는 연신 울었다.
사는 게 참 쓸쓸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을 테지만,
결국 인간이 죽음에 이르러야 한다는 건, 애닮으다.
왜, 꼭 죽음에 이르러서야 후회를 하는가, 그게 행복인가? 그 반어적인 표현에 화가 난다.
너무 상투적인 자세 아닌가.
 
 
괜찮아, 괜찮아, "지금까지 정말 잘 살아줬어. 얘야, 살아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단다."
이 문구를 읽으면서 울컥였던 건, 그 말의 깊이가 느껴져서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부터 분주했고, 오랫만에 울음이 많았던 날이다.
 
누군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걸 아는 그.
정말 고마운 사람이다. 하지만, 그의 외로움이 오롯이 내 가슴을 울린다.
미즈타니 선생은 참 외롭고 고독한 사람일 것이다.
책 속 그의 삶과 고백들이 연신 내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이제 그만... 당신도 외롭지도 춥지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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