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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이제 나에게는 희망이라고는 거의 없다. 전에는 그것을 찾아서 끊임없이 이동했다. 나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을? 나도 몰랐다. 그러나 인생은 있는 그대로의 것. 어쩌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인생은 무언가 의미 있는 것이어야 했고 나는 그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찾아다녔다.
나는 이제 기다릴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안에서 의자에 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바깥세상에는 그럴듯한 어떤 인생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 인생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다.
다른 사람들의 인생에서 무언가 별볼일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이제 나는 그런 일에 관심 없다.
나는 내 집 의자에 앉아 있을 뿐이다. 나는 꿈이 거의 없다. 내가 무엇을 꿈꿀 수 있겠는가? 나는 그냥 거기에 앉아 있을 뿐이다. 잘 지낸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내가 거기에 남아 있는 것은 나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다.
거기에 앉아 있는 일 외에 더 나은 할 일을 찾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앉아 있는 것이지만 언젠가는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몇 시간씩 또는 며칠씩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무언가를 하기위해 일어난다고 말할 수 있는 아무런 명분도 찾을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거리를 도무지 찾을 수 없다.
물론 주변 정리를 하거나 청소를 좀 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차라리 더럽고 무질서하게 사는 편이 낫다.
나는 창문이라도 열기 위해 일어나야 했다. 담배연기, 썩은 냄새, 곰팡내를 없애기 위해서. 그런 냄새 때문에 불편할 것은 없다. 아니, 약간 불쾌하긴 하더라도 그것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다. 나는 이런 냄새에 익숙해져서 사실은 냄새가 나는지도 모르고 지낸다.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혹시 누구라도 갑자기 들이닥친다면 어떠나 하는 것뿐......
그러나 그 '누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