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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운 선택 -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김현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평점 :
"가장 이해받지 못하고, 더 외롭고, 더 불행해진 청년들"
자살.
한 인간에게는 가장 처절한 절망의 절규이지만, 그 사회와 이웃에게는 경종의 메세지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오늘도 수많은 이들을 절벽의 끝으로 밀어내는 거대한 힘이 작용합니다. (P.9)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 타이틀 국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청년 자살 문제에 대해서는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코로나 이후 위태로운 노동 현장이나 불안정한 주거 환경, 무너진 사회관계는 너 나 없이 겪고 있는 현실이었고,
당장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 내 가족 몸 건강, 마음건강 챙기기에도 바빴으니까.
그러는 사이 2020년 20대 청년 사망자 둘 중 하나는 자살이었고 그 중에서도 대면 서비스업에 종사하던 여성 청년층의 자살 시도가 33%나 증가했다니..
우리 사회가 무엇을 놓치고 외면하고 있는지 안타까움과 답답함에 깊은 탄식이 나왔다.
책에서는 <정신건강의학자, 인류학자, 보건학자, 사회복지학자, 상담사, 사회역학자> 6명의 전문가가 모여 청년 자살의 원인과 전반적인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더이상 개인의 비극으로 방치하지 말고 사회 구조나 세대별.성별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살펴 청년이 중심에 놓인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호소한다.
1차적으로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고용불안 및 경제적 빈곤을 해결해주고 2차적으로는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관계를 연결하여 그들이 더이상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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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5장 "목소리로 만난 위기의 청년들"에서는 일곱건의 전화상담 사례를 소개했는데 하나같이 사회 구조를 탓하기보다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으며 괴로워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 열심히 살아보고자 발버둥쳤던 것이다.
내 자식도 겪어낼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고 더이상 가벼이 여겨지지가 않았다.
삶을 제대로 꽃피워보지도 못한 청춘들이 원치 않는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마음 아프지만 이들의 자살은 개인적인 불행을 넘어 사회적으로도 소중한 인적자원을 잃는 것이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좀더 빠르고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부모가 생존의 문제로 온갖 고생을 하면서 살아온 세대라면 지금의 청년들은 외로움, 삶의 의미와 같은 마음의 문제에서 더 큰 고통을 경험한다.
기성세대는 '한없이 좋아진 세상에서 젊은 몸뚱아리로 무얼 못해먹고 살까?' 라는 시선으로 기승전-자기계발, 열정, 공부를 내세우며 세대간의 소통을 단절시켜 버린다.
청년들의 자살이 늘어난 이유가 부모 혹인 가까운 친구조차 자신의 고통을 이해받지 못하거나 공감받지 못하는 스몰 트라우마(Small Trauma)의 누적이 결국 더 이상 살아갈 힘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빅 트라우마(Big Trauma)로 이어지는 것이다.
복지나 사회정책 등 국가적 차원에서의 해결책도 시급하지만,
당장 내 주변 아이들이 삶의 앵커링(믿을 구석, 비빌 언덕)이 상실되지 않도록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기 이전에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일에 더 깊게 고민해야한다.
일방적인 잔소리를 멈추고 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은 거두고 기회와 도전의 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좋은 부모, 좋은 어른, 살만한 사회를 이루는 길이고 그들의 외롭고 아픈 선택을 방관하지 않는 태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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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사회가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한두 개 정책이나 서비스만으로는 청년의 자살 고위험을 낮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청년 자살률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 사회가 살기 어려운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모든 세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청년의 불행이 여성들만의, 남성들만의 불행일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 세대의 절망은 모든 세대의 불행으로 상호 확산됩니다.
마치 감염된 절망감처럼 모두에게 편하지 않은 사회, 아무도 경청해주지 않는 삶으로 표현되는 이 시대 청년의 일상을 어떻게 하면 더 나은 하루로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P.143)
* 이 도서는 북하우스에서 제공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