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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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취임 한 뒤 인종차별 범죄가 급격하게 증가했고 미국에 거주하는 소수 민족, 특히 무슬림의 삶은 갈수록 힘겨워졌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향한 증오가 점차 커지는 것을 지켜보던 유스라의 가족은 일주일에 한 번 교차로에 나가 모르는 사람을 식사에 초대하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된 캠페인은 1년간 이어졌고, 유스라의 가족은 집에서 50번 이상 식사를 대접하며 전혀 모르는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누었다.
처음에 손님들은 어색해 했지만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가족과 손님들은 농담을 던지고 속마음을 터놓았다.
밤이 저물고 떠날 때가 되면 손님들은 감사와 애정을 표하며 유스라의 가족을 자기 집에 초대하고 계속 연락하자고 약속했다.
- '무슬림과 함께 식사해요' 부분 내용 요약 -


낯선 사람을 만날 때 경험하는 제모포비아는 인간을 자주 편견과 증오로 굳어지게 만든다.
비이성적인 증오를 마주했지만 사람들의 오해를 바로잡기 위해 먼저 손을 내민 유스라 가족의 이야기는 변화를 일으키고 신뢰를 쌓는 하나의 시작이었다.
그들이 만약 경계를 강화하고 집안의 문턱을 높이는 것으로 대응했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변화였다.
그렇다고 해도 낯선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경계심을 허물기에는 안전상의 이유 등 감수해야 할 위험부담이 크다.
실제로 소개된 여러 사례들 중 자신의 침대를 기꺼이 내어주고 가장 좋은 음식을 정성껏 대접하는 따뜻한 환대도 있었지만,
방법을 모른다는 이유로 납치하다시피 해서 식사를 대접하는 대목에서는 내가 타지에서 이런 경험을 했다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하는 적대감이 살짝 들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낯선 만남에 대한 공포심보다 환대의 경험이 쌓이면서 줄어드는 두려움과 함께 살아가는 가치에 더 초점을 맞춘다.


사랑하는 배우자 엘리를 암으로 떠나보낸 저자는 묵을 곳이 없는 친구에게 빈 방을 내어주고 사람들을 초대하면서 상실의 구멍을 메우기 시작한다.
며칠 뒤 자신을 꼭 안아주던 모르는 여성에게서 깊은 위로를 받은 저자는 낯선 이가 가져다 주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연결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기꺼이 낯선 세상으로 떠난다.
고대 그리스의 <오디세이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한 저자는 몽골 유목민의 복잡한 예법이나 문학과 철학, 인류학과 역사학을 넘나들며 환대의 의미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꼬꼬마였던 어린 시절 우리 집은 마을 어귀, 버스 정류장 바로 옆에 자리했다.
시골이라 낯선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공간은 아니었다지만 우리 부모님은 밤에도 대문을 잠그지 않으셨다.
새벽 여섯시쯤 날이 밝기도 전에 대문을 열고 들어와 큰소리로 형님~을 외치며 아빠를 깨우던 이웃아저씨의 장난스런 목소리는 어린 마음에도 정겨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나이를 먹고 도시에 살면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타인에게 둘러싸여 있지만 어릴때 느꼈던 함께라는 느낌은 사라진지 오래기에 우리는 단절된 외로움을 경험한다.
타인과 연결되는 삶을 위해서는 용기를 내어 외부 세계의 문턱을 넘어서던지, 아니면 손을 내밀어 내 공간을 내어주는 선의가 필요한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강타하기 전 이 책의 초안을 완성했다고 한다.
세계의 절반이 격리 조치에 들어가고 집집마다 문을 걸어잠그는 초유의 사태에 타인을 환대하는 내용의 책을 작업했으니 적잖이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
그러나 길고 길었던 펜데믹도 결국 끝을 맺는 날이 올것이고 고된 삶에 대한 공감과 연대를 나눌 수 있는 환대의 힘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 볼 때이다.
그간 생각해보지 않았던 낯선 주제라 생소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걸어서 세계속으로' 프로그램을 볼 때 여행 도중 낯선 현지인의 초대를 받아 집을 방문하는 장면에서 흐뭇하게 느껴졌던 게 바로 환대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 이 도서는 어크로스에서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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