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소 - 중국문학 다림세계문학 1
차오원쉬엔 지음, 첸 지앙 홍 그림, 양태은 옮김 / 다림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서점에 아동  코너에 가면 눈이 핑핑 돈다. 현란한 오색빛깔의 책은 말할 것도 없고 입체카드와 같은 책도 있고 헝겊 책도 있다. 그런 알록달록한 책은 분명 아이들의 손을 끌도록 되어있으며 그런 책들 중에는 어른인 내가 봐도 좋은 책이 있는가 반면 정말 디자인에만 충실함이 돋보이는 책도 있다. 어린이 도서는 상상을 초월할만큼 하루에도 몇권씩 쏟아져 나오고 있고 서점에 가면 아동 코너만큼 정리가 뒤죽박죽 되어있는 곳도 없다. 

 

그런 책 속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표지는 아이들의 손을 끌만한 것이 없는 무채색으로 그려져있다. 그 혼잡한 곳에서 이 책은 자신이 가진 빛을 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을 손에 집게 된 건 <바다소>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바다를 20살이 되기 전까지 보고 자랐던 나에게 바다는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아련한 존재이다. 그렇게 선택해 읽게 된 이 책은 번쩍번쩍 빛을 내는 다른 책들에 뒤지지 않을만큼 아니 그보다 뛰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들의 책은 읽으면서도 부담이 없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고 다가오는 대로 느끼면 된다. 작가의 숨은 뜻이 표면에 나와있어 책을 읽는 동안은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읽고 나서 생각할 꺼리는 많이 있어 생각할 시간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 역시 편하게 읽기 시작했다. 바다가 들어가는 제목이었기에 조금은 들떠서 읽었는지도 모른다. 책은 중국아동작가의 책이다. 중국에서 나온 아동문학은 내게 생소한 것이었다. 처음 만나는 중국 어린이 책은 기대 이상으로 나를 책 속으로 빨아들였고 읽고 난 후에는 책 속의 이야기를 가슴에 담기 위해 한동안 눈을 감고있게 만들었다.

 

#<바다소> 빠질 수 밖에 없는 매력 속으로 들어가보자.

 

하나, 뛰어난 묘사에 글들은 살아 숨쉬며 그림이 된다.

 

책 앞부분을 읽다가 다시 표지와 책 소개를 확인해야했다. 어린이 도서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의 생생하고 아름다운 묘사에 이 책이 아동도서에 잘못 꽂혀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책은 한 페이지를 읽어내려갈 때마다 글은 그림으로 바뀌었으며 , 그림은 합해져 풍경이 아름다운 애니로 바뀌어갔다. 생생하고 아름다운 묘사가 나를 신비한 안개 속에 휩싸인 느낌을 주었다. 책의 배경은 중국의 시골마을로 강과 논, 바다가 자주 나온다. 내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배경들이 책 속으로 더욱 빨려들어가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둘, 네편의 각기 다른 색의 동화, 하나의 색으로 합해지다.

 

책에는 네개의 동화가 담겨있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주제지만 공통된 주제를 가지게 된다.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가는 마음의 성장이 그것이다. 아이들은 마음의 성장을 통해 어른의 세계에 한발자국 다가서게 된다. 몸의 성장은 별다른 노력없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만 마음의 성장은 그 만큼 아픔과 고통을 참고 이겨내야한다. 조개가 진주를 만들기 위해 아픔을 참고 견디는 것과 같다. 가난하고 소외받은 아이를 작가는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주며 때로는 그런 아이를 방치하고 부추긴 사회에게 따끔한 충고를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작가가 무조건 사회에게 아이를 잘 보살피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그와 반대로 아이가 자신이 짊어진 아픔을 견디어 내고 사회가 씌운 굴레를 벗기위해 노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말해주려 하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서려는 노력은 눈물겹도록 슬프게 혹은 아프게 그려져있지만 그것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것은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이겨내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네편의 동화 엿보기.

 

1.빨간 호리병박

-강을 사이에 두고 완과 뉴뉴라는 어린이 둘이 살고 있다. 뉴뉴는 평범한 가정이지만 완은 3년전에 아버지가 사기혐의로 감옥에 들어가 혼자 살고 있다. 완은 아침이면 빨간 호리병박을 물에 띄우고 수영을 한다. 물방울을 튀기며 수영하는 모습의 완을 뉴뉴는 멋있다고 생각하지만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 그런 뉴뉴에게 완은 수영을 가르쳐준다. 뉴뉴에게 어른들께서 말씀하신 완의 아버지에 대한 것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뉴뉴에게 완은 강물 속에서 자신의 든든한 보호자이자 친구인 고마운 존재이다. 이런 그들에게 어른들의 선입관은 이해하기 힘든 것이다.

 

이미 한번 생각한 것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어른들로 인해 완은 친구가 없었다. 강위에 작은 섬에 있는 나무들에 이름을 붙여 노는 깡마른 아이 완에게 뉴뉴는 첫 친구인 것이다. 그런 완에게 뉴뉴는 엄마가 더이상 수영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수영을 배울 수 없다고 말하자 완은 뉴뉴에게 꼭 수영하는 법만이라도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다급해진다. 그런 다급해짐은 어른들의 눈에  잘못된 행동으로 비춰지고 만다. 어린 아이에게 어른들의 말이나 행동은 낙인과도 같다. 어른들이 그저 던진말에도 그것은 아이의 마음에 낙인처럼 찍혀 상처가 되고 지워지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있는지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완과 뉴뉴의 우정이 어른들의 잘못으로 엇갈리는게 마음이 아팠다.

 

2.바다소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다른 남자와 도망을 가고 장님인 할머니와 사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새끼를 꼬아 자신을 학교 보내는 할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다. 자신을 언제라도 지켜줄 든든한 버팀목일거라 생각했던 할머니께서 새끼를 꼬지도 못할만큼 몸이 약해진 것을 안 아이는 똑똑한 머리를 가지고도 학교를 그만두고 농사를 짓겠다고 한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소가 필요하다. 아이는 말을 잘 듣지만 약한 흙탕물소보다는 고집세고 난폭하지만 튼튼한 바다소를 사기로 결심하고 할머니에게 돈을 받아 소를 사러 몰래 떠난다. 15살의 아이는 혼자 몸으로 거세기로 소문난 바다소 중 가장 거센소를 달려고 해서 다시 할머니께서 기다리는 집으로 떠난다. 집까지는 4일이나 걸린다. 거센 바다소는 쉽사리 말을 듣지 않고 아이와 소의 한판 대결이 시작된다.

 

겨우 15살의 소년은 마르다 못해 보는 사람이 마음이 아플정도로 약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눈빛만은 초롱초롱한 별을 박아놓은 것처럼 빛이 났다. 그 아이가 택한 소는 자존심이 강한 바다소였다. 아마 소년은 그런 바다소의 강한 자존심이 좋았을 것이다. 자신의 가정환경때문에 사람들이 업신여길때마다 소년은 꼿꼿하게 등을 피며 당당하게 행동했다. 그런 기개를 가진 소를 소년은 원했던 것이다. 소년이 소를 제압해서 집에 오는 길은 슬프도록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이 책에서 가장 최고의 장면으로 꼽을 수 있다.

 

3.미꾸라지

-가난한 시골마을에서는 아이들도 돈벌이를 하는 경우가 있다. 미꾸라지는 늦겨울에서 초봄까지 잡는다. 미꾸라지를 팔아 생활하는 아이의 이름은 싼류이다. 이런 싼류가 미꾸라지 낚시를 논에 꼽을때면 꼭 눈치를 보게 되는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의 이름은 스진쯔다. 몸도 튼튼하고 건장한 스진쯔와는 반대로 왜소하기만한 싼류는 동네 사람들이 부모도 없는 가난한 아이라고 천대하자 자연스레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기가죽어 스진쯔가 낚시를 꼽을때까지 기다렸다가 꼽는다. 싼류는 그런 자신이 슬프고 스진쯔도 그것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어른들의 말로 인해 싼류에게는 원래 그래도 된다고 생각하게 되고 더욱 거만하게 굴게 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사람에게 등급을 매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저 아이는 부모님이 잘 사니 점수를 높게 주고 이 아이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으니 분명 못 배우고 못된 아이일거라며 점수를 낮게 주는 것은 아닐까? 어른들의 생각은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미꾸라지를 읽으며 내게도 저런 모습이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했다. 아이들은 사람을 볼 때 그 아이만을 본다. 부모님, 가정형편이 아니라 함께 놀아서 재밌으면 친구가 되는 것이다. 사실은 그것이 전부가 아닐까. 함께 놀면 마음이 편하고 재밌으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이. 이것이 친구의 가장 첫번째 조건이 아닐까.

 

4.아추

-아추는 마을 사람이 함께 타고 있던 배가 침몰하는 사고로 부모님을 잃는다. 자신의 부모를 구해주지 않은 마을 사람들에게 아추는 적대심을 갖고 함부로 행동한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아추가 부모가 없어 저런거라며 안타까워하지만 누구하나 진심으로 아추를 아껴주거나 혼을 내지 않는다. 아추는 그런 무관심에 견딜 수 없어 점점 더 삐뚫어진 아이가 된다.

 

아추가 말썽을 피우는 이유는 누가봐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이었지만 그 외침을 어른들은 아추는 위험한 아이라고 단정지어 버리고는 무시하고 말았다. 아추는 자신을 품어줄 누군가를 기다렸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말이다. 아이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무관심이다.

 

 

#마치면서

 

아이들의 손에 이 책은 선택할 가능성이 낮다. 표지와 작은 글씨는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좋아하는 예쁜 일러스트가 책 중간중간마다 숨어잇으니 권해주면 쉽게 읽어갈 수 있을 것이다. 좋은책을 발견하여 아이들에게 권하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수채화를 연상시키는 문체와 따뜻한 그림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나타낸 책이라서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책일 것이다.  이 작가의 책을 찾아 읽어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