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나오키상에 다섯 번이나 미끄러진 장난기 많은 작가라는 수식어가 이사카 코타로에게 붙는다. 다섯 번이나 미끄러졌다면 다른 작가들은 어땠을까, 다시 펜을 들고 글을 쓰기가 어려워지고 내용은 점점 더 어두워지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사카 코타로는 그 미끄러짐을 놀이기구를 타는 기분으로 즐겼을 것 같다. 이사카 코타로, 그는 독자에게 따뜻한 용기와 맑은 희망을 불어넣는다.  <사신 치바>에서는 아니러니하게도 죽음으로 열심히 살라는 용기를 주었고 <마왕>에서는 역시 아이러니하게 단체를 중시 파시즘으로 개인이 가진 힘을 보여주며 희망을 보여준다. 이사카 코타로는 내게 이런 작가이다. 전혀 연관될 것 같지 않은 상반됨을 통해 재미와 나도 할 수 있을거라는 열정을 불어넣어 주는 고마운 사람이다.

 

책은 형제의 이야기를 두 부분으로 나눠서 하고 있다. 형과 동생의 이야기. 우선 형부터 살펴보자.

 

#형, 안도의 이야기

 

“엉터리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세상은 바뀐다”

 

어릴 때 부모님과 같이 차를 타다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형 안도는 그때부터 '생각해, 생각해, 맥가이버'를 힘든 순간이나, 당황한 순간에 마음 속으로 외친다. 그는 이 시대에 드물게 사색하는 사람 중의 한명이다. 작가의 말대로 현대인들은 컴퓨터로 인해 사색은 하지도 않고 검색을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이라고 믿으며 동요한다. 작가는 일본인의 특성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런 현실은 우리나라에도 적용이 될 것이다. 자신의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만이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세태를 이야기 하듯 작가는 파시즘을 등장시킨다. 책을 읽으며 파시즘을 생각해봤다. 내가 아는 얕은 지식으로 파시즘은 독단적인 민족주의라고 생각된다. 자신의 집단의 믿음을 가장 중시하고 그 집단의 말이면 민중은 흥분하고 그말에 따라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현대인들은 무엇이든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그러나 정작 자신은 가진 것이 없다고 불평하며 뿌리내릴 수 없는 사회를 손가락질 하지만 정작 자신은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이누카이거 “5년 안에 내가 이 나라를 제대로 만들어 놓지 않으면 내 목을 날려라!”라며 이 시대를 개혁시키자며 나타난다. 이런 강렬한 정치가에게 국민들은 흥분하고 무조건 그의 말이면 박수를 친다. 대중에게 이카누이는 신이 되어가고 있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안도는 이카누이의 얼굴에 무솔리니가 겹쳐보인다. 파시즘을 떠올리며 무참히 휩쓸려가는 대중을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안도는 생각하고 생각하며 이카누이는 분명 일본을 망칠거라는 생각을 하고 그에게 대항하기로 결심한다. 그의 무기는 30보 안에서만 통하는 복화술이다. 여기서 이사카 코타로의 장난기이자 인간의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을 알 수 있다. 전지전능함이 아닌  미약한 초능력을 주면서 남과는 다른, 그러나 세상을 변화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능력을 안도에게 준 것이다. 이때 작가가 안도에게 대단한 초능력을 주었다면 나는 책을 덮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책을 읽는 내내 안도의 약한 초능을 안타까워하기는 했지만 미약하기에 그에게 나를 겹칠 수 있다. 개인이 가진 힘은 얼마나 미약한가. 그것을 안도도 알고 있고, 나도 알고 있으며,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요는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안도는 포기하지 않는고 마왕에게 대항했다.

 

안도는 말했다. “엉터리라도 좋으니까 자신의 생각을 믿고 대결해 나간다면 세상은 바뀐다”고,그것을 그는 믿고 밀고 나갔다. 적어도 그는 자신의 생각이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고 세상을 집어삼키려는 마왕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지고 있었다.

 

 

#동생, 준야의 이야기

 

“형은 지지 않았어. 달아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나도 지고 싶지 않아.
무진장 큰 규모의 홍수가 일어났을 때, 그래도 나는 물에 휩쓸려가지 않고 언제까지고 꿈쩍도 않고 서있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어.”

 

태평한 성격으로 따뜻한 마음을 가진 동생, 준야. 그의 이야기를 읽는동안 형의 이야기를 읽느라 긴장하고 애가 닳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따뜻해졌다. 형에게 30보 안에서만 통하는 복화술을 주었던 작가는 동생에게는 1/10 이라는 확률에서는 무조건 승리하는 능력을 주었다. 작가의 이런 장난이 밉지가 않고 사랑스럽게 여겨지는 것은 왜일까. 작가는 초인을 보여주며 세상을 바꾸는 뻔한 스토리를 만들려는 것이 아니다. 그는 인간을 통해서도, 개인을 통해서도 세상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개인이 지레짐작으로 세상을 향해 대항할 맘도 잃게 되지 않기를 작가는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안도와 준야의 작은 초능력은 인간이 가진 마음과 같을 수 있다. 우리가 마음을 먹고 실행한다면 마왕을 알아 볼수 있으며 제지 할 수 있을 것이다.

 

준야의 이야기는 내내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작은 힘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고 싶다는 준야. 그는 밀고 나가는 순간 자체를 행복해 할 것이다. 그것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는 것, 자신의 생각대로 자신의 몸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준야, 너는 해낼 수 있을거라 나는 믿어. 내기해도 좋아.

 

#생각해. 생각해. 그리고 정면으로 맞서서 행동해.

 

슈베르트의 <마왕>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 있다. 아들에게 보이는 마왕을 아버지는 보지 못해 비극적인 결말이라는 것을.아버지가 마왕을 알아볼 수 있었다면, 혹여 아들의 말을 믿었더라면 결말을 어떻게 변했을 것인가.

 

마왕은 생각이 없는 자들을, 자신의 주장이 없이 움직이는 자들을 노리고 있다. 나역시 예외는 아니다. 마왕은 점점 더 무장을 하고 교묘하게 우리의 삶을 파고 들고 있는 것에 반해 우리들은 전보다 더 생각하지 않고, 남들을 따라 행동하고 있어 마왕의 먹이가 되어가고 있다. 마왕의 먹이가 되는 표적이 된다면 도망칠 수 없다. 그전에 먹히고 마는 것이다. 마왕의 표적이 되기 전에 우리가 마왕을 발견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색 하는 시간을 줄이고 사색을 해야한다. 튼튼한 토대를 둔 비판적 사고를 해야한다. 마왕은 자신의 생각이 없는 자들을 좋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한다.

 

#마치면서,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에게, 안도에게, 준야에게 박수를 보낸다. 책의 초반부에는 무슨 말을 하고자하는지 짐작도 못했었다. 처음에는 유머로 갈수록 가슴으로 파고들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이 이 작가의 방법인가 보다. 생각하는 것은 인간이 가진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을 알려준 책이었다. 생각해야한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세상과 함께 내 생각도 끊기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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