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어린이표 - 웅진 푸른교실 1, 100쇄 기념 양장본 웅진 푸른교실 1
황선미 글, 권사우 그림 / 웅진주니어 / 1999년 12월
평점 :
절판


나쁜 어린이표란 주인공 건우반 선생님이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을 고치기 위해 잘못을 한아이가 있으면 이름 옆에 붙여주는 것이다. 녹색의 스티커가 나쁜 어린이표다. 착한 어린이표는 노란색. 책 표지에 나온 입이 삐죽하게 나온 저 아이가 나쁜 어린이표를 받은 주인공 건우이다. 저 아이가 입이 삐죽 나온 이유는 무엇이고, 나쁜 어린이표는 무엇일까라는 궁금증으로 읽어내려갔다. 

 

책을 보면서 초등학교때 선생님이 숙제나 일기에 찍어주던 도장이 생각났다. "참 잘했어요." 라는 그 도장을 받고 싶어 일기를 거짓말로 쓰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의 사랑이 절대적이다. 집에서는 부모님의 사랑이 절대적이지만 학교에서 아이들은 선생님께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할 때 손을 드는 것도, 숙제를 졸음을 물리치며 하는 것도, 일기를 진짜 이야기보다 거짓이야기를 더 적는 이유는 칭찬과 관심을 받기 위해서이다. 선생님의 마음에 들기 위해 숙제를 하고, 일기를 적고, 청소를 하면서 생각했었다. '선생님은 다 알거야.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 거. 그러니까 나를 예뻐하겠지?" 그때는 선생님이 산타할아버지 같았다. 보지 않아도 누가 착한 아이인지 나쁜 아이인지 다 알고 있을것 같았다. 

 

이 책의 주인공 건우에게도 선생님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그런 선생님께서 건우에게 나쁜 어린이표를 자꾸만 주신다. 건우는 초등학교 3학년이다. 과학상자를 사다주신 아빠를 위해 밤에 몰래 구두를 닦아드리는 착한 마음을 가진 아이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건우는 나쁜 어린이표를 많이 받은 아이로만 안다. 선생님도, 친구들도 말이다. 건우는 자신의 등에 나쁜 어린이라고 쓰여있는 기분이 들어 슬퍼진다. 건우가 가장 속이 상하는 건 선생님께서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나쁜 어린이표를 준다는 것이다. 장난도 친구가 먼저 걸어온 것이고, 여자애를 울린 것도 사실은 여자애가 혼자서 넘어진 것 뿐이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건우에게만 나쁜 어린이표를 준다. 마치 모든 나쁜 일은 건우밖에 할 사람이 없다는 듯이.

 

건우는 선생님이 자세한 이유도 묻지 않고 나쁜 어린이표를 주기 시작하자 자신도 수첩을 꺼내 몰래 선생님께 나쁜 선생님표를 주기 시작한다.

 

나쁜 선생님 표 하나!
고자질한 애한테도 나쁜 어린이표를 줘야지요.
나쁜 선생님 표 둘!
싸움은 지연이가 먼저 시작했어요.
나쁜 선생님표 셋!
저도 발표 좀 시켜 주세요.
나쁜 선생님표 넷!
창기는 떠든 게 아니라 수학문제를 물었을 뿐이에요.
나쁜 선생님표 다섯!
선생님은 친절하지 않아.
나쁜 어린이표 여섯!
노란색은 싫어.

 

 


건우는 선생님께 나쁜 선생님표를 주면서 통쾌하게 웃을 수 없다. 건우는 수첩에 적으면서도 가슴이 아프고 무섭다. 왜 선생님과 자신은 노란색 스티커 한장에 이렇게 슬퍼져야 하는지 건우는 알수 없다. 착한 어린이표를 받은 아이들은 나쁜 어린이표를 받을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건우는 이해가 가지만 안쓰럽다. 건우는 노란색 스티커를 받아서 슬픈게 아니라 선생님과 아이들에게 자신이 나쁜 아이라고 불려지는 것 같아 슬픈 것이다.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나쁜 어린이라고 불린다면 얼마나 부끄럽고 슬프겠는가. 건우의 좋은 점은 알려도 하지도 않고 그저 나쁜 어린이로만 보는 것이 건우도, 나도 안타깝다.  

 

학교에서 체벌대신 사용했을 나쁜 어린이표, 그건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는 낙인을 찍는 것과 같지 않을까. 다른 반 아이에게 친구를 말 할때도 "쟤는 나쁜 어린이표 5개나 받은 애야"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말한 것은 틀림이 없이 항상 옳은 말이 된다. 나쁜 어린이표는 분명, 좋은 취지에서 시작되었지만 그것으로 아이들은 스스로를 점수 매기는것이다. 건우라는 시험지에는 이미 나쁜 어린이표가 다섯개인 것이다. 아이들을 잘 가르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아이의 마음을 다 알아주는 것은 더더욱 힘든 일이다. 그렇기에 더 많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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