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빌리 비룡소의 그림동화 166
앤서니 브라운 지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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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를 재우려고 할 때면 조카의 걱정은 시작된다. 자신의 장난감이 도망갈까 걱정이고, 냉장고에 있는 맛있는 젤리를 동생이 먹을까봐 걱정이고, 자신이 자고 있을 때 만화영화에서처럼 악당이 나타나 자신을 잡아갈까 걱정을 한다. 그럴 때면 조카의 걱정에 하나씩 응답을 해주어도 조카의 고민은 줄어들지 않고 가지고 있는 장난감이 많을수록 그날 본 책이 많을수록 만화영화에 등장하는 악당이 많을수록 늘어갔다. 이런 조카를 두었기에 이 책을 봤을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림책을 읽어내려가면서 나도 빌리와 조카처럼 겁이 많은 아이였다는 것이 기억났다.
 
빌리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잘 때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신발이 걸어서 도망갈까 걱정이고 큰 새가 날아서 자신을 잡아갈까 걱정이다. 빌리에게는 자신이 잠든 시간에 일어날 일이 너무 걱정이 된다. 나도 그랬다. 나는 잠이 드는데 세상은 잠들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고 생각하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이 되지 않아 걱정을 했다. 특히 나의 걱정은 인형들이 모두 일어나서 춤을 추고 놀다가 나를 밟으면 깨어나야 하는건지, 잠든체 해야하는 건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깨어나면 인형들이 자신들의 비밀을 들키고 다 도망가버릴까봐 겁이 났기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더 걱정이 된다. 빌리처럼 말이다. 물에 잠겨 집이 떠내려가지는 않을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집이 파묻히는 것은 아닌가하는  걱정으로 밤을 보내다가 비가 그치고, 눈이 그치는 것을 보고 겨우 잠든 적도 있다.
 
빌리의 부모님은 그런 것은 쓸데없는 고민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말한마디로 풀릴 걱정이라면 겁쟁이라는 별명이 붙지않았을 것이다. 빌리는 부모님이 자신의 걱정을 가볍게 보는 것에 슬펐을 것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부모님께서 나의 걱정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을 때 슬펐던 것처럼 말이다. 걱정은 걱정해본 사람이 안다. 걱정은 걱정할 수록 더욱 커진다. 걱정을 멈추기위해 다른 생각을 해봐도 그 다른 생각이 걱정이 되어버린다. 조카를 달래는 나를 보면서 나역시 부모님처럼 조카의 걱정을 가벼운 것으로만 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아이는 밤잠을 설칠만큼 무서운 것이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빌리에게는 빌리의 걱정을 알아주는 할머님이 있다. 할머니 집에서 자게 된 빌리는 더 걱정이 된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밤을 보내다가 할머니한테가서 도움을 청하는 빌리. 할머니는 빌리에게 그동안 힘들었겠다며 토닥여준다. 그리고나서 빌리에게 빌리대신 걱정을 하는 인형을 만들어준다. 빌리가 자는동안 그 인형들이 빌리대신 걱정을 해주는 것이다. 그날 빌리는 편하게 잠을 잔다. 하지만 그 다음날 또 고민이다. 자신은 편하게 자는데 걱정인형들은 걱정이 너무 많아 잠을 자지 못하기 때문이다. 빌리의 걱정은 정말 끝이 없다. 빌리는 걱정인형의 걱정을 덜기 위해 좋은 방법을 생각한다.
 
아이들을 돌볼때면 나는 아이를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된 것처럼 아이를 대하게 된다. 나역시 그 아이들처럼 걱정과 고민을 하며 자라났는데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가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을 원하듯 말이다. 오늘은 조카에게 이 책을 읽어주고 걱정인형을 함께 만들어 봐야겠다. 두개는 내 베개밑에 넣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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