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에게 전화하지 마라
론다 핀들링 지음, 이경식 옮김 / 서돌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누군가가 그랬다. 이별하고 난 뒤에 세상의 모든 슬픈 노래는 자기를 위한 노래같다고, 나역시 그랬다. 어떻게 그렇게 내맘을 대변하는지, 노래를 들으면서 울기도 여러번이다. 노래 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헤어진 사람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다가 나오지도 않는 그,그녀의 집앞을 서성이거나 혹은 차갑게 끊어버릴 전화를 건다. 그런 노래를 들을때면 주인공의 맘이 내 맘음 같아 나역시 헤어진 이에게 전화를 하고만다. 결과는 노래 속의 아픔보다 훨씬 더 참담했다. 그는 내가 잡을수록 달아났고 내게 전화하지 말라는 말을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문제는 한번 한 전화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하게 된다는것이다. 어차피 한번 무너진 자존심인데 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말이다. 비참하게도 전화를 할 때마다 더이상 무너질게 없을 것 같던 자존심은 계속 해서 무너지고 남은 것은 회복하기 힘든 마음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는데 자존심이 뭐가 대수냐라는 말을 믿었었다. 그러나 자존심은 대수다. 이별 후에 자존심을 지킬 줄 알아야 나를 지킬 수 있다. 이별하고 온전할리 없지만 나 스스로만 무너지면 되는 것이지 이제는 헤어진 타인에게까지 무너진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다. 그렇게 무너져가던 시절, 이 책을 만났다면 참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랬다면 분명 헤어진 그 남자를 힘들게 하지도, 전화를 했다는 이유로 나를 자책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책을 덮으며 내 생각은 하나로 일관되었다.
"이별을 잘 견디어 내는 것은 다음 사랑을 잘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라는 생각이었다.이별에 서툴러서 떠나간 사람을 그리워하고, 매달리다 거절당하고, 그러다 다시 그남자와 같은 사람을 찾게 되고, 또 다시 이별을 맞이하고 쳇바퀴 도는 사랑을 계속 하게 된다. 저자는 쳇바퀴 도는 잘못된 사랑을 하지 말기 위해 몇개의 충고를 한다.
 
첫째, 나 자신을 알라.
헤어지는 이유는 두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남자가 이상하다는 것과 다른 하나는 내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두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은 고맙게도 하나다. 바로 나를 제대로 아는 것. 과거부터 현재까지 같은 패턴의 연애를 계속 하고 있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인줄 알았다면 치료를 하면된다. 스스로 아픈 부분을 인식하고 솔직해지는 것은 상당히 어렵지만 앞으로 여러번 실연의 고통을 겪는 것에 비하면 스스로를 제대로 알고 사랑하는 것이 낫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소중히 여길 수 있고 상대방도 나를 소중히 여길 것이다.
 
둘째, 헤어졌다면 마침표를 찍어라.
 
한번 깨진 컵은 붙을 수 없다. 붙였더라도 흔적은 남아서 깨진 컵임을 인식하게 된다. 연인과의 헤어짐도 마찬가지이다. 깨진 인연이라면 미련을 갖지 말아야한다. 다시 붙이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이 둘다 한곳을 향해야 한다. 그런 연인을 본적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상대방은 이미 떠났는데 나만 계속 그 사람의 등만 보고 인연이 붙길 바라는 건 헛수고이다. 그 행동으로 추억마저 간직할 수 없게 된다. 서로가 다른 곳을 보기로 결정했다면 끝이라는 글자 옆에 마침표를 찍어야한다. 끝이 있어야 시작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한다.
 
셋째,감정을 인정하되 후회할 일은 하지 마라.
 
헤어지면 슬프다. 가슴이 찢어진다는 아픔과 숨을 쉴 수 없다는 고통마저 느낀다. 이 사람이 아니면 다시는 사랑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옵션이다. 누구나 아픈 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부정하게 되면 헤어짐을 인정하지 못하게 되고 미련이 생긴다. 헤어지게 되면 그 슬픔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좋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그 아픔의 시간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다스린다는 말이 포함되어있다. 하지만 간혹 아플대로 아프지만 성숙함이 아닌 미숙함을 얻는 경우도 있다. 나도 그랬다. 더이상 아플 수 없을만큼 아팠지만 후회할 일을 하기를 여러번이다. 그남자에게 찾아간다거나, 전화를 한다거나 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너무 사랑해서 그래라는 말로는 그 행동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후회할 행동을 하기 전에 30초만 생각하는 버릇을 들이는 게 좋다. 나의 경우에는 발신 금지를 해놓기도 했다.
헤어짐의 아픔을 인정하고 이겨내야 그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남자만이 아닌 동성친구에게도 정성을 쏟아야한다. 내 아픔을 들어줄 친구가 있다는 것만으로 그 남자에게 전화하고픈 횟수를 3번은 줄일 수 있다. 친구, 여행, 독서, 공부, 취미 연애하는 동안 못한 것을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
 
마치면서,
헤어지고 나서 다음 사랑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보면 두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첫번째 유형은 전의 남자보다 더 나은 남자를 만나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의 경우는 정말 마음껏 그 헤어짐에 슬퍼하되 절대로 마침표를 찍은이상 되돌이표를 그리지 않는다. 끝은 끝이되 그 끝을 온전히 느끼는 유형이다. 또한 헤어진 이유에 대한 자기반성과 상대방의 단점도 꼼꼼히 따지는 합리성을 들어내기도 한다. 같은 단점을 가진 남자는 아무리 끌려도 만나지 않으려고 하고 자신도 상대방을 지치게 하는 행동은 자제한다.
 
두번째 유형은 전의 남자와 같거나 그보다 못한 남자를 만나는 유형이다. 이런 경우는 주위 친구들에게 헤어짐이 정말 헤어짐인지 아리송하게 한다. 헤어졌다고 해서 기껏 위로해줬더니 다음날 다시 만나고 있는 경우도 있고 얼마 못가 다시 헤어지고 누군가 한쪽은 상대방에게 매달리고 만다. 결론은 역시나 그래도 다시 만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좋지않은 모습을 끝까지 보이며  상대방과 자신에게 둘다 실망을 안긴다. 이런 경우는 헤어짐을 잊기 위해 바로 다른 사람을 만난다. 그러다보니 문제를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없어 실수를 되풀이 하고 만다.
 
나는 첫번째 유형을 꿈꾸지만 두번째 유형에 가깝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이상 두번째 유형이 되지는 않겠다고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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