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함께 읽기
강준만 외 지음 / 돌베개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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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나를 웃음 짓게 한 것은 작가의 이름이 아닌 <여럿이 함께 씀>이였다. 그 이름 위에 있는 60인의 사람들 보다 여럿이 함께 썼다는 문구가 참 좋았다. 함께라는 말은 신여복님과 잘 어울린다. 그 분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니 그 분을 닮은 것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여럿이라고 부르기도 많은 사람들이 신영복님에 대해 말하기 위해 글을 쓰고 그 글을 함께 내었다. 자신의 이름이 크게 실리지도, 주목을 받지도 않는데도 어떻게 하면 신영복님에 대해 더 잘 말할 수 있을까, 더 잘 그의 생각을 전할 수 있을까, 더 잘 쓰고 싶은 욕심과 더 잘 쓰지 못한 아쉬움과 미안함 이 글에서 묻어난다. 내가 보기에는 이보다 더 잘 쓸 수 없을 것 같은 글들 뿐인데 쓰는 사람 마음은 항상 부족함을 느끼는 듯하다. 머리 속에 있는 글을 씀에는 아쉬움이 없지만 마음 속에 있는 글을 쓸 때면 누구나 그것을 100% 그대로 옮길 수 없기에 마음에 담긴 것을 쓰려는 사람은 항상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그 마음이 참 아름다워보이는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두가지 느낌을 받았다. 하나는 이런 분을 알게 되었다는 기쁨과 이 분의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이 책을 읽는 다는 것에 대한 죄스러움이었다. 신영복님에 대해 내가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서평 쓰는 것을 망설였다. 신영복님을 만난 것은 단 한번이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그 유일한 만남이었다. 그 당시에 그 분이 계신 곳이 정녕 감옥이라는 것인지 의심이 될만큼 그 분의 글을 따스했던 기억이 난다. 슬픔을 담고 있음에도 그 슬픔의 물은 차가움이 아닌 따스한 물이었다. 그 시대에 대한 지식을 알지도 못했으니 나는 그 책을 반도 다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존경과 죄스러움을 등에 이고 책을 읽어나가는 내 손 아래에는 노트와 펜이 들려있다. 좋은 구절이나, 궁금함을 적는 내 노트에 적어가며 책을 읽는데 책의 초반부만 읽었을 뿐인데 거의 그 때까지 읽은 페이지가 모두 표시되어 있다. 내가 읽지 못한 신영복님의 채과 그분의 사상에 대한 글들이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줄줄 적어내려 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신영복님의 책 제목만 적고는 펜을 내려 놓고 차분히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차분함이야말로 신영복님에 대한 글을 읽는 자세일거라 믿으며.

 

책을 읽으며 내게 떠오르는 신영복님은 나무 한그루였다. 홀로 서있는 나무 한그루가 아니라 숲 속에 많은 나무들 사이에 있는 나무 한그루. 어린 나무들이 아침이면 찾아와서 같이 놀자고 하고, 점심이면 학생 나무들이 와서 이야기 해달라고 하고, 저녁이면 어른 나무들이 와서 그날 하루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아는 것이 많지만 성격이 밝고 마음이 따뜻해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찾아 오는 그 숲의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할아버지 나무 한그루가 신영복님을 떠올리면 생각이 났다.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을 깍아내리지 않을 사람을 얻기란 얼마나 힘이 든 것인가. 그런 사람 하나 갖기도 힘이 든 것이 차가운 현실이다. 신영복님을 생각하며 글을 적으신 60명이나 넘는 사람들, 그 뒤로도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신영복님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존경하고 있다. 신영복님이 이런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것은 아마도 신영복님께서 먼저 사람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주려고 했기 때문아닐까. 신영복님의 어리시절부터 대학교수시절까지의 추억담을 책의 뒷편에서 이야기 하고 있는데 그것을 보면 신영복님이 사람을 얼마나 아끼고 진심으로 대하는 지 나와있다. 그에게는 나이가 들어도 다른 사람을 웃음짓게 하는 매력이 있었으며 고운 심성과 배려심은 그와 인연이 닿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책은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신영복을 읽는다이고, 2부는 신영복을 말한다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는 것을 깨달았다. 1부를 읽다가 잠시 머리를 식힐겸 2부를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하다.

 

1부 신영복을 읽는다에서는,신영복님의 삶과 사유, 글과 예술, 신영복 다시 읽기, 신영복 깊이 읽기 이렇게 네부분으로 나뉜다. 신영복님께서 그동안 써왔던 책들을 중심으로, 그리고 신영복님께서 겪었던 통혁당사건에 대한 이야기와 그분의 서예와 그림의 재능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신영복님의 책과 그림, 글씨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당연하겠지만 일관됨을 느꼈다. 이렇게 일관되게 자신의 생각을 담아내기 위해 그 분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사색하며 노력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신영복님은 감옥에서 보낸 20년 20일을 대학에서 배움을 얻은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리 긴 대학이 세상에 또 어디 있을까, 그리 힘든 대학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자신의 삶 속에서 어둡고 고통스런 부분도 감싸안으며 자신을 찾는 그 분의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책이 말하는 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기는 아직 부족하지만 이 책을 가이드 삼아 그분의 책을 읽는다면 책에서 말한 관계론이나 진보주의에 대해, 동양사상과 현재를 잇는 방법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는 신영복님과 알고 지낸 지인들이 말하는 신영복님과의 일화에 대해 나와있다. 개구쟁이였으며 똘똘했던 어린시절과 투지로 불탔음에도 친구를 위해 웃음을 놓치지 않았던 대학시절과 육사시절, 감옥에서 보낸 소중한 시간들, 대학교수로 지내면서 맺은 사제간의 정에 대한 글들이 적혀있다. 신영복님의 책에도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지만 지인들과의 소소한 정이 담긴 글을 보면 신영복님에 대한 매력이 더 많이 느껴진다. 참 따뜻한 분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서평하기 위해 글을 쓰면서 이 분의 사상과 삶에 대해 이야기 해야하는 것인지 내내 고민했다. 이 분의 사상과 삶에 대해 아직은 이야기 하기에 내게 부족한 점이 너무 많기에 이 책을 읽고 받은 느낌들로만 적어내려갔다. 신영복님을 우리 시대의 큰 스승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스승님께 더 많이 배우고서야 나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은 신영복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분에 대해 궁금한 분이라면 좋은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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