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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의 인생 여행
대니 월러스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와! 정말 백만 년 만에 생겨 난 이름이었다.
이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지금쯤 뭐가 되어 있을까? 모두들 행복할까? 문득 떠 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들도 서른을 앞두고 있다. 그들은 서른이 되는 것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그들도 나와 같은 기분일까? 그들도......아직 준비가 덜 되어있을까?
-p.62
30, 서른.
이 나이가 되면 더이상 재미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31살이 되고 보니 가슴은 여전히 두근거리고 삶은 여전히 빛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29살 그 무렵 얼마나 괴로웠던가, 아니 어쩌면 무기력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군가가 한 것도 아닌데 30살이란 그 숫자가 주는 중압감을 견디기엔 난 너무 힘이 들었고 대체 원하지도 않았는데 왜 어른이 되야하는지도 몰라 화가 난 채로 그 시절을 보냈던 것도 같다.
20, 스물.
20대에는 어른이 되기 싫다고 말하면 아직은 괜찮아라는 시선과 주위의 친구들 역시 그러하였기에 어른인 척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 흔들거림이 좋았고 그 방황이 좋았고 그 외로움마저 사랑할 수 있었다. 단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것 뿐인데 왜이리 가슴이 허한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만 그러는 것 같아서, 나만 외로운 것 같아서 힘들었던 그 시간 속에서 이 책을 보았다면 안심이 되었을텐데...31살이 되어 이 책을 보는 것도 괜찮은듯. 30살을 넘긴 안도감때문인걸까?
30살이 다가오는 대니얼은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다. 지진이 다가오고 있다.
대부모! 책임! 어른! -p.25
대니얼은 부부의 친구인 스테판으로부터 대부모가 되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 순간 얼마 전부터 느낀 불안감의 원인을 알게 된다. 이제 곧 자신이 어른이 된다는 것을. 아니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대니얼의 가슴에는 바람이 분다. 정말 서른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란 사실이 당황스럽기 그지 없다.
준비도 없이 어른이 되어도 괜찮은 것인지, 다들 이런 기분을 느끼는 것인지, 대체 어떻게 서른을 맞이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대니엘이 친구를 찾아 나선다. 오래된 상자에서 발견된 특별한 주소록. 어린시절 아주 소중한 사람들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록했던, 공들여 최대한 예쁘게 글씨를 쓰고 스티커와 그림으로 장식까지 해 놓았던 친구들의 이름과 주소를 발견하고 대니얼은 두근거리며 친구를 찾는다. 친구라면 날 이해해 줄 것이라고 여기며.
친구를 만나고 그 여행길에서 위로를 받으며 대니얼은 성장해 나간다. 서른살이 되기 싫었던 것이 아니라 함께 서른이 되는 친구들의 공감이 필요했던 대니얼은 마음에 마음을 더하며 여행을 계속한다. 그 여행에 나도 동참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