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걷는 길 담쟁이 문고
이순원 지음, 한수임 그림 / 실천문학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9세'를 통해 이순원을 만났다. 그 푸르름과 방황 그리고 10대의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투명한 물방울이 톡톡 샘솟는 책 속에 대관령이 있었다. '은비령' 그 아련한 이야기 속에도 대관령이 있었다. 강릉에서 나고 자란 것에 감사하는 것을 책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대관령을 사랑한다. 대관령, 그 속에 품은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진정 감사하고 가슴에 간직해 글로 쓰는 작가이다.
 

 아들과 함께 걷는 길, 대관령, 아흔아홉 굽이라 할만큼 많은 굽이가 있는 대관령. 정말 아흔아홉 굽이예요? 라고 묻는 아이의 질문에 덩달아 나도 긴장하게 된다.아흔아홉 굽이라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들과 함께 걸어볼 자신이 나지 않기에.....하지만 그리 많지 않다는 책 속 아빠의 말에 베시시 웃으며 함께 걸어야지 한다.

 

  굽이란 휘어져 구부러진 곳이라 한다. 운전을 할 때 코너가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될 듯도 하다. 한 번도 대관령을 걸어본 적이 없는 내게는 대관령이 차로만 다니는 길이다. 그 길을 아빠와 아들이 걸어간다. 배낭을 메고 구슬땀을 흘리며 그 땀마저 바람에 실려 날려 보내며 빙긋이 웃는 아버지와 아들이 굽이를 걷고 또 걷는동안 살랑~ 바람이 불어온다.

 

  아빠가 책을 냈다.

아빠 낸 책을 읽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그 책이 우리 할아버지가 할머니 가슴 아프게 한 얘기를 쓴 책이냐고......어린시절 아빠 마음에 남아 있던 상처에 대한 이야기. 내내 불편한 마음이었던 아빠. 그 아빠의 아빠가 강릉으로 한 번 오라고 한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묻지 않고.  

 

 " 아빠도 저처럼 할아버지하고 걸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아빠하고 할아버지도 서로 마음이 잘 통하게 되잖아요. 먼 길을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하고 나면요."

(중략)

 "그렇지만 아빠는 지금 너처럼 할아버지하고 이 길을 걷지는 않았어도 이 길을 걸을 때마다 할아버지가 걷던 길이라는 걸 늘 생각하며 걸었단다. 할아버지뿐만 아니라 아빠의 할아버지가 걷던 길이라는 것도 늘 생각하며 걷고/ 그리고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이 길을 걸었을 거고. 아빠는 자동차를 타고 다닐 때에도 늘 그 생각을 한단다."

 

 아들과 함께 길을 걸으며 아빠는 자신의 아버지를 떠 올리고, 아들을 자신과 아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곁에 있는데도 점점 더 마음 속으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그 길 속에 꽃잎들이 바람에 흩날릴 것만 같다. 푸르르고 푸르렀겠지. 이들이 걷는 길은. 꽃도 피고 이름모를 풀들이 가득하고 아빠가 아는 나무들이 이리도 많음에 아들은 놀라게 되고 아들과 나누는 이야기 하나하나에 마음이 담긴다.

 

 책을 읽는 동안 따뜻했다. 요즘 이런 부자지간이 있을까 싶다가도 꿈꾸게 된다. 이런 가족이 있기를, 내가 이런 가족을 만들 수 있기를. 대화는 마음을 열고 나누어야 한다는 것을......대관령을 한 번 걸어서 넘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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