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떼루아를 보지 못했다. 책의 띠지가 전하고픈 위력이 얼마나 큰지도 모른채 책을 고른 까닭은 역시 파리란 지명 때문이었다. 파리란 도시가 대다수에게 사랑이 이루어질 것만 같은 도시로 보이지 않을까? 내게 '파리' 란 그랬다.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그곳에서는 세상의 모든 사랑들이 모여있을 것 같은, 슬픈 사랑마저도 감미로울 것 같은 파리란 내게 이런 곳이다. 상상만으로도 달콤한 초콜릿이 떠오르는 도시. 꿈마저 달콤할 것같은 도시의 이름이 들어간 책이라니 어찌 읽지 않을 수 있을까. 내가 꿈꾸는 파리를 이 책이 충족시켜주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뭐라 말을 해야 할까? 분명 파리의 여행기라고 읽었는데 난 파리에 다녀온 것이 아니라 파리를 무대로 한 사랑이야기를 듣느라 바빴다고 말해야 할까? 파리의 여행기임에도 여행을 다녀온 것이 아니라는 말은 아이러니일까. 사랑으로 어우러진 파리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요? 라고 제목을 짓는다면 이 책을 제대로 설명한 것이 될까. 책 속에는 20가지의 사랑이야기가 나온다. 타인의 사랑이야기만으로도 가슴이 설레는데 유명인들의 역사 속에 숨겨진 사랑이야기가 베일을 벗고 나온다면 어떨까? 그것만으로 심장이 두근두근, 아릿아릿한다. 어찌하여 사랑은 시대를 막론하고 아픈 것인지, 그 아픈 사랑이 파리가 배경이 되니 더욱 아름다게 느껴진다. 책 속의 사랑이야기는 나를 들뜨고 궁금하게 했다. 이들의 사랑을 더욱 알고 싶어졌다. 그들의 사랑이 마치 내 사랑인양 안타까웠으며 카미유 클로델의 작품 하나 책에 나와있지 않아 울분이 터졌으며 기욤 아폴리네르와 마리 로랑생의 슬픔에 시를 여러번 되뇌였고 코코샤넬의 자서전을 읽기 시작했다. 사랑이야기는 분명 나를 설레게 했음에도 그들의 사랑에 파리의 풍경이 떠오르지 않음은 애석하다. 파리를 여행한 것이 아닌 기분은 이 책의 아쉬움으로 남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