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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설명하고 싶어진다. 내가 이 책을 만나는 동안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말을 할 수 없다. 설명하려하면 할수록 내 뜻과는 어긋난다, 마치 사랑처럼.
너무나 투명한 장소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세 사람, 너무나 신선한 공기로 가득 채워진, 하지만 당신이 발을 들여놓는 순간 금이 간다. 당신한테만 보이는 평온하게 웃고 있는 세 사람에게는 금이 보일리 없다. 당신은 그들을 보며 안절부절. 금은 점점 길어지고 굵어질텐데 무언가는 분명 깨지고 피가 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마시는 샴페인은 별처럼 반짝이며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이런.
사랑은 둘이서만 하는 것인줄 알았다. 사랑도 셋이 할 수 있으면 참으로 행복하겠다며 소리지르며 운 적이 있는 나로서는 사랑은 둘이서 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사랑이 셋이 되면 아프다고, 아리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사랑도 어쩌면 셋이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랑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니까. 마치 밤하늘의 별이 모든 소원을 들어줄 듯 반짝거리는 것처럼.
투명한 빗방울에 맞아봤어요? 투명한데도 그 크기나 강도가 세서 맞으면 아픈 빗방울.투명한 빗방울에 맞았을 때 순간 놀라고 만다. 그 투명한 아픔이라니. 더운 공기가 차분히 가라앉은 늦여름 오후, 커다란 나무 밑을 지나가는 세 사람 위로 후두둑 소리와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자 달리기 시작한다. 그 발걸음들이 경쾌해 발자국마다 무지개가 뜰 것 같다.
책을 읽을 때도, 책을 손에서 놓았을 때도 난 상상에 빠진다. 주인공들이 내게는 풋풋하다. 소녀같은, 소년같은 그 해맑음, 그 투명한, 그 생생함에 눈물이 날 것 같다. 책을 읽으며 아픈데도 불구하고 손가락 사이로 기분 좋은 바람이 분다. 대체 내가 걱정하는 것은 무엇인걸까?
유리 상자에 넣어두면 참 좋을 세사람. 그 세사람을 다치게 하는 건 다름 아닌 나다. 나의 편견에, 나의 고집스런 인식 때문에 가슴 졸이고 세 사람을 궁지로 몰아간다. 내가 그들의 부모가 되고 내가 그들의 친구가 된다, 이런.
예쁜 소설, 예쁜 주인공들, 반짝반짝 빛나는 그래서 애달픈...조금만 더 행복함을 누리기를......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