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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펭귄의 여행 ㅣ 자연그림책 보물창고 1
샌드라 마클 지음, 앨런 마크스 그림, 고수미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7월
평점 :
절판
"아빠, 아빠! 아빠가 단단한 껍질 속에 쌓여있는 저를 힘들게 지키고 있는 동안 엄마는 어디에 있는 건가요? 엄마는 저를 잊어버리신 건가요?"
엄마 펭귄이 떠났다.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알 하나와 사랑하는 남편을 남겨두고, 떠났다. 엄마 펭귄의 뒤에 남은 건 알을 품은 아빠 펭귄 뿐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은 이것뿐이었다. 엄마 펭귄은 떠났으며 이제 아빠 펭귄은 자신의 체중이 반으로 줄어들어도 알을 지킬 것이라는 것, 아빠 펭귄의 부성애가 눈물겹도록 뜨겁다는 것, 이것이 책으로든 다큐로든 내가 만난 황제펭귄의 모든 것.
생각치 못했다. 엄마 펭귄은 그저 힘든 일을 마치고 떠난 것이라고, 자기 편할려고 떠났다고 이렇게만 생각해버렸다. 떠난 엄마 펭귄의 길을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할머니께서 자식 두고 떠난 애미는 발조차 뻗고 자지 못한다 했던 말씀을 그저 스쳐들었다. 갓 낳은 알을 두고 떠날 수 밖에 없는 엄마 펭귄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 엄마란 이름이 지어준 책임감을 알지 못했다.
가르칠 아이가 도착하지 않아 그 아이의 집 앞에 쭈그려 앉아 문고리 가방에 걸려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다른 책으로 교환하는 날이었나보다. 그 아이의 늦음이 얼마나 감사했던 날인지.
<엄마펭귄의 여행>은 말 그대로 엄마펭귄의 여행이다. 알의 부화를 남편에게 맡기고 훌훌 떠났던 것이 아니라 두달 후 새끼가 부화하면 겨울의 남극에서는 먹이를 구할 수 없기에 새끼에게 줄 먹이를 구하러 80킬로미터가 넘는 바다로 떠나 먹이를 구하러 갔다가 되돌아오는여정을 그렸다.
알을 낳고 고단하고 아픈 몸으로 엄마펭귄들은 얼음판에서 넘어지고 빙하를 만나는가하면 천적인 바다표범과의 아슬아슬한 추격적까지 이겨내야 한다. 남극 저 멀리서 자신을 기다리는 남편과 아직 품어보지 못한 아기 펭귄이 기다리고 있으니 살아남아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 꼭 살아남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견뎌내야 할 고난의 무게는 파스텔빛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상상이 갈만큼 힘에 겹다.
엄마펭귄의 떠나고 난 후 아빠펭귄의 부성애만을 감동적으로 봤던 이들이라면 이 책을 봐야할 것이다. 그 속에 우리 어머님의 모습과 그 마음이 담겨있다. 펭귄의 입장에서 쓴 책임에도 펭귄을 의인화하지 않은 책은 이상하리만치 엄마펭귄의 마음이 가슴에서 들려온다. 차디찬 남극에서 뜨거운 엄마펭귄의 마음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