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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흑맥주 한 병과 < Sex And The City, 2008> 영화를 보다가 문득 전에 읽었던 이 책이 떠올랐다. 영화와 책의 내용이 무슨 관련이 있냐고 묻는다면 그저 캐리가 빅을 부케로 구타(?) 하는 모습에서 책 주인공 광수의 괴로움이 시작 된 "팔레노프시스" 가 떠올랐고 말할 수 밖에.
사랑, 그 깊고 뜨거운 감정을 누구나 가벼이 여기지 않는듯한데 어찌하여 사랑은 그리도 쉽사리 흔들리고 부러지고 날아갈 수 있는 것일까? 사랑을 하고 있기에 불안하지 않았으면 하고 행복하길 바라지만 사랑하기에 우리는 불안하고 슬퍼지고 고뇌한다. 사랑을 하고 있기에.
천만명의 힘으로도 쉽사리 한 사람의 사랑을 들지 못할만큼 무거운 것이 사랑이라지만, 누구나 한 번쯤 이야기한다. 깃털만큼 가벼운 것이 사랑이라고. 사랑이 가벼운 것이 아니라 사람의 "혹시나" 하는 의심과 불안이 깃털만큼 가벼운 것은 아닐까.
얼마나 귀여운 존재인가, 사람은. 사랑하는 이 앞에서 한 없이 어린아이가 되어 바라고 또 바라는. 사탕을 들고 있으면서도 사탕을 준 이의 손짓하나 말하나에 두근거리고 신경 쓰고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온몸으로 너를 사랑한다고, 너로 인해 불안하다고 외치는 사람의 모습은 생각보다 구질구질 하지 않고 귀엽게 다가왔다. 나를 보는 것 같기에.
사랑하기에 불안하다라는 내 말을 이해해 줄 것 같은 광수의 모습. 판도라의 상자 속에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해하면서도 뚜껑에 손을 올렸다 내렸다하며 자신의 상상의 나래 속에서 구름 위에 올랐다가 지옥불에 떨어졌다가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우리 할머니가 자주 하시는 말씀에 모두 담겨 있다. -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한다는 말에.
김연수의 소설은 내게 신선했다. 김연수의 소설에 반했다던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 책을 읽는 동안 유쾌하면서도 가끔은 진한 커피를 마시게 했다. 사랑에 관한 소설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내면과 그 속의 갈등을 글로 쓰고 싶어져서 그곳에 광수와 그의 아내 선영, 그리고 두 부부와 동창이자 선영의 옛날 남자친구였던 진우를 끌어들인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주인공들의 갈등은 가벼웠음에도 소설가의 마음은 가볍지 아니하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사랑이란 남이 보기에는 가볍디 가볍지만 본인들에게는 무겁디 무거운 것이기에 그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