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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의 전화박스 ㅣ 아이북클럽 7
도다 가즈요 글, 다카스 가즈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크레용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당신이 세상에서 알고있는 가장 아름다운 여우는 누구인가요?" 라고 묻는다면 난 <여우의 전화박스>에 나오는 엄마 여우라고 말할 것이다, 주저없이. 어린왕자의 여우도, 노란 양동이의 여돌이도 잠시 뒤로 하고 마음을 촉촉히 적셔주는 엄마 여우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어릴 때는 영악하고 얌체 같은 동물이라고 언제부터인가 여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책들을 보며 여우가 사랑스러워지고 귀여워지기 시작했다. 노란 양동이의 여돌이를 보며 귀여운 여우를 알게 되고, 어린왕자의 여우를 만나며 현명한 생각과 맑은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 책의 엄마 여우를 보며 밤하늘의 보름달처럼 너무 밝지는 않지만 곱고 은은한 기적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깨닫게 된다.
잠시 이야기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고요하고 한적한 어느 산기슭에 아주아주 오래된 전화박스 하나가 서 있었어요. 한적한 곳이라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어 전화박스는 늘 혼자였지만 해질 무렵이면, 전화박스 안에는 불빛이 깜박 켜져 전화박스의 친구가 되어주었죠. 그리고 그 산 속에는 털빛이 고운 아기 여우와 엄마 여우가 살고 있었어요. 아빠 여우의 죽음도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의 재롱을 보며 이겨내었답니다. 그만큼 아기 여우는 귀여웠고 엄마 여우의 삶을 지켜주었죠. 아기 여우는 엄마 여우가 자신을 지키는 것인지 알았지만....
그러던 어느 날, 아기 여우는 아프기 시작했고 결국 아기 여우는 엄마 여우를 두고 떠나고 말았어요. 실의에 빠진 엄마 여우는 날마다 울기만 했지요. 그렇게 눈물로 온몸이 흠뻑 젖던 날들이 가고 해질 녘,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를 위해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길을 걷던 중 산기슭의 공중전화를 발견했죠.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전화박스를요.
그 전화박스로 한 아이가 들어가 수화기를 들며 "엄마"라고 외쳤어요. 고요한 밤길에 갑자기 퉁겨 나온 낭랑한 목소리에 엄마 여우는 아기 여우가 떠올라 가슴이 뛰었답니다.
해질녁이 되면 산기슭에는 불빛이 은은한 전화박스와 엄마 여우 그리고 아이가 함께 있게 되었어요. 그리고....... 달빛을 닮은 기적이 시작되려 한답니다.
다카스 가즈미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인해 책을 읽는 동안 눈 앞에 애니메이션이 펼쳐진 듯도 하고 ,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아기 여우가 되어 보기도 아이가 되어보기도 하며 엄마 여우의 주위를 맴도는 이가 되려 한다.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눈 것임을, 엄마의 기적을 나도 보았음을 전화박스의 기적 역시 보았다고 말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아름다운 기적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것일지도.
저녁 무렵 길을 걸을 때면 홀로 불이 켜진 전화박스가 보일 때마다 엄마 여우가 생각 난다. 나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불빛을 밝혀 준 적이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