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가의 석양 - Always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한성례 옮김 / 대산출판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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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영화는? '검정 고무신' 이다. '검정 고무신'이란 만화영화는 온가족이 함께 보는 프로그램 중 유일한 거였다. 언제부터인가 집에 텔레비전이 안방과 거실에 생기면서 두런두런 앉아 이야기할 기회가 점점 사라지고는 했던 것이 어디 우리집 뿐일까? 그러던 중에 오빠와 내가 보던 '검정 고무신' 을 아빠가 보면서 우리 가족은 그 시간만 되면 같이 눕거나 혹은 앉아서 만화를 봤다.
 

 아빠의 어린시절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만화 속 이야기에 우리 가족은 즐겁게 보고난 후 아빠에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질문하고는 했고 아빠는 신이 나서 이야기 해주셨다. 그렇게 행복한 저녁이 되고는 했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한다. 먹을 것이 없었고, 입을 것이 없었으며, 학교보다는 논이나 산으로 더 많이 나가야 했던 아빠,  막내동생을 업고 학교에 가야하기도 했던 엄마는 힘들었던 그 시절을 말씀하실 때 행복해 보이신다.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 라는 내 물음에 아빠는 고개를 흔드시며 잘은 모르겠다고, 그래도 그 시절은 정말 춥고 배고팠는데 따뜻하고 배불렀다고 말씀하신다.

 

 그런 시절이 있다. 누구에게나. 이렇게 생각했다. 내게도 춥고 배고팠지만 따뜻하게만 기억되는 그 시절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그런 시절을 선물로 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그 소중한 선물을 받고 있는 걸까? <3번가의 석양> 을 읽으며 되묻는다. 왜 이 책은 이리도 따뜻한 걸까? 이 따뜻함을 간직한 이는 점점 줄어들게 되는 걸까? 사람이 희망이 되던 시절, 사람이 온기가 되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은 지금 그러지 않기 때문일까?

 

 <3번가의 석양>은 따뜻하다. 추운 겨울날 눈 싸움을 하느라 비닐 장갑을 껴도 꽁꽁 언 손을 할머니가 아랫목에 넣어줄 때의 따뜻함만큼이나 가슴을 훈훈하게 만든다. 또한 책은 따뜻한 눈물이 흐르게 한다. 가난했기에 갖고 싶은 것을 조르다가 엄마에게 맞은 후에 엄마가 가슴에 안고 등을 쓸어 줄 때 엄마 눈에서 흐르던 눈물만큼이나 따뜻하다.

 

 이런 따뜻한 책이 사람들의 마음의 온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불신과 경제적 문제로 점점 사람들의 가슴은 얼어 붙고 있지만 우리는 꿈꾸고 있다. 녹여주기를, 누군가가 마음을 문질러 온기를 나눠주기를 바라고 있다. 소설이 꿈꾸는 것은 희망임을, 따뜻함임을 책을 통해 깨달았다. 가슴에 품으면 손난로가 되어줄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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