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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마음 - 아름다움에 대한 스물여섯 편의 에세이
이남호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일주일 중 가장 두근거리는 요일은? 금요일 밤이다. 금요일에 심장은 유독 평소보다 더 두근거리며 손놀림 발놀림 마저 싱그러운 생기가 돈다. 주 5일제의 시작으로 금요일 밤부터의 휴일은 시작되므로 휴일이 많이 남은 금요일 밤이 사랑스러워 심장이 설레인다. 그 설레임은 천천히 둔해지더니 토요일은 그럭저럭이고 일요일은 그럭저럭에도 미치지 못하게 느긋함을 넘어 심장은 나른해지려 한다.
나른한 일요일 오후. 일요일 오후에 약속 잡는 것을 피하고 싶은 것은 쉬고 싶기 때문이다. 약속이 있다고 해서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님에도 일요일 오후는 나를 위해 여유롭게 보내고 싶어진다. 그러기에 심장도 천천히 시간도 천천히 흘러가는 일요일 오후 (그러나 아쉬운 건 일요일 저녁은 빨리 흘러 간다는 것이다.) 의 여유로움에는 바람 한 줌, 흙 한 줌 그리고 차분한 공기 한 줌이 담겨 있는 듯하다.
월요병이라는 말이 돌만큼 지긋지긋한 말이 어색하지 않은 월요일, 이 책을 가방에 넣고 나온 것은 일요일의 여유가 그리운 탓일 것이다. 어쩌면 알차게 여유를 즐겨야지란 마음 자체가 잘못된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누워만 있는 것이 여유가 아닌데, 멍하니 생각 없이 있는 것이 여유가 아닌데 언제부터인지 일요일에는 그저 멍하니 생각 없이 있는 나를 자주 보게 된다. (밤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것은 일요일 밤에게 내가 주는 덤이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라는 생각은 왜 아침에 들지 않고 밤에 드는 걸까? 일요일, 제대로 여유를 즐기며 마음 한 켠을 채워 넣을 수는 없는 걸까? 내 친구가 나와 같은 질문을 내게 한다면 난 이 책을 선물할 것이다.
<일요일의 마음>은 이남호 교수의 에세이다. 이남호 교수가 마음 속에 담아둔 아름다움에 대한 스물여섯 편의 이야기로 엮여져 있다. 발표된 글도 있고 발표되지 않은 글도 있다. 흥미를 끄는 글도 있으며 아직은 벅찬 이야기도 담겨 있다. 그런데 공통적인 것은 가을 바람이 맴도는 풍경과 참 잘 어울리는 이야기들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아름다움은 사람 마음에 있는 것이구나. 풍경 하나, 좋아하는 음악 하나, 좋아하는 화가, 시, 책, 산, 이 모두가 저자에게는 마음의 평안을 혹은 마음의 잔잔한 호수가 되어 준다.
아름다운 책 표지와 함께 속지까지 마음을 따라 흘러가는 구름들이 새겨져 있다. 마치 저자의 글이 내 마음의 하늘에 구름처럼 천천히 그러나 포근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책의 첫 이야기에 관심 가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이야기 그리고 저자의 생각이 담겨 있어 반가움이 들어 천천히 읽자는 마음과는 달리 책을 하루만에 다 읽어 버렸다. 저자는 내게 천천히 읽기를, 돌아오는 일요일마다 하나씩 읽기를 기대했을 지도 모른다. 나처럼 참을성 없는 독자라니 미안함 마저 앞서는 건 저자의 생각이 담긴 글에 오랜만에 마음을 내려둘 수 있어서이다.
빨리 빨리 흘러가는 세상, 자연마저 빠르게 변하는 것 같은 세상에서 사람은 더 빨리를 외치고 있다. 스치듯 지나가는 풍경과 사람들, 아름답다는 말을 하기도 전에 지나가 버리는 것들. 되새김질 하며 생각하고, 깊이 있는 생각은 꿈도 못 꾼다는 말을 하는 요즘. 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다. 일 없이 컴퓨터 앞에 몇 시간은 앉아 있을 수 있으면서 자신에 대해 혹은 자연 그리고 주변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한 시간도 하기 힘들다고 투덜거림을. 나중에 보면 된다고, 나중에 하면 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기다려 주는 것은 많지 않다.
일요이의 마음, 그 여유로움, 주변을 돌아보고 나의 내면을 만나보고, 고요 속에 앉아 있을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려 함은 어떨까? 노력하려 하지 말고 이 책을 편안히 읽어보기를 권한다. 꽉 막힌 방보다는 책을 들고 나가 읽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