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말을 믿지 않았던 적이 있다. 기다림만으로 살아가는 일은 고되고 외로울 것 같아 기다리는 것을 하지 않으려 한 적이 있다. 시간이 흘러 어느 작가의 말처럼 기다리는 일은 믿는 일보다 쉽기에 우리네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라는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정작 힘든 것은 믿는 일이었다. 믿음을 갖기에 힘이 들어 그저 기다리는 날들을 보내는 이가 어디 나 하나 뿐이겠는가. 공책의 1/4 정도를 잘라내어 만든 수첩 같은 이 책을 만났을 때 제목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예쁘면서 가슴에 아린맛을 주는 것도 같은 <나는 기다립니다...> 란 책을 펼쳐드는 순간 빨간 털실 하나 따라가며 나도 주인공과 함께 기다림을 시작한다. 나는 기다립니다... 얼른 키가 크기를. 나는 기다립니다...사랑을. 나는 기다립니다...케이크가 구워지기를. 나는 기다립니다...크리스마스를. 간략한 그림은 선으로 몇 개 그려넣은 듯한데 그 그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빨간 털실 덕에 그림은 따뜻하게 보인다. 이런 그림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책장을 넘길 때마다 털실이 어디에 있을지, 다음 기다림은 무엇인지 상상해 본다. 어렸을 때는 참 기다리는 게 많았구나, 라는 생각에 지금 내게는 어떠한 기다림이 남아있을까란 질문을 해 보며 기다림이 많은 나이는 행복한 나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 때는 나도 기다림에 지칠 때도 있었것만 요즘은 기다림이란 단어를 생각할 틈도 없이 빨리를 외치ㅁ 살아가고 있다. 기다리는 일은 이미 지쳐서 기다려야 하는 일은 지레 포기하고 얼른 손에 넣을 수 있는 일만을 하려 한다. 책을 보며 나도 내 기다림의 책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사랑을 기다리고, 아기를 기다리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 사는 삶을 기다리고, 행복한 일을 기다리고, 즐거운 이와 차 한 잔을 기다리는 일. 기다림만으로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어린이 그림책임에도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는 부모님이 있다면 아마 부모님은 자신만의 기다림의 세계로 여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책에 고마워하며, 아이에게 고마워하며. 기다림 뒤에는 말줄임표가 붙는다. 기다림에는 마침표가 있을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