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인간적인 삶
김우창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책표지와 속지를 들여다 보면 마치 숲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만큼 나무와 숲 길을 닮은 책의 디자인을 발견하게 된다. 이대로라면 책 속 내용은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는 어떤 이의 일상이 담겨있을 것만 같아 가벼이 손에 든 책은 나를 이상한 나라, 낯선 그곳으로 데려간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이 가득한 세상에서 내가 알고 있는 몇 개의 낱말을 찾아 몇 번이나 주저앉고 고개를 숙이고 버티기를 하고는 했다. 조금만 더 읽다 보면  알 수 있으리라 여겼던 마음으로 책을 덮고 난 지금 내 주위는 알 수 없는 글자들로 채워져 가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책을 읽다 보면 글자만을 읽는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이 책이 내게는 그러하였다. 내 무지를 욕하면서 이해하고 싶다는 열망이 솟아 오르는 책, 그 책을 앞에 두고 무슨 이야기를 해야하나 망설임만 커진다.

 

 김우창 교수님을 알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 그 분의 생각과 철학을 이 책으로 처음 만나기에 내게는 낯섬이 당연한 것일까? 이 책은 김우창 교수님이 [비평]에 연재된 것으로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창립 60주년에 행한 강연에 기초한 것이라고 한다.

 

<인간의 자유에 기초하여 어떻게 개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더욱 풍부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 수 있는가> -p.20

 

 저자는 자유와 인간적인 삶을 3부로 나눠서 이야기 하고 있다. 무세계성과 적극적 자유 그리고 심미적 질서이다. 이 세 부분에서 내가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적다. 저자의 말을 쫓아가기도 바빴으며 이해는 저멀리 하늘로 달아나 버렸기에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이해한 1%도 되지 못할 것 같은 자유와 인간에 대해서 저자가 예를 든 '페렐만 사건'이다.

 

 페렐만은(실로 이 이름 역시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 러시아의 젊은 수학자 그리고리 페렐만은 수학의 난제로 알려진 '푸앵카레 추측' 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맞췄다. 해답을 맞춘 이에게 주기로 한 상금 100만 불을 패렐만은 받지 않겠다고 했으며 필즈 메달 역시 거절했다. 이로 인해 문제를 풀었다는 관심에서 노벨상에 필적하는 상을 거절한 인물로 더욱 큰 관심을 받게 된다.

 

 저자는 페렐만이 선택한 자유를 통해 학문의 가치와 현 체제 속 자유 그리고 무 세계성에 대해 이야기 하다. 페럴만의 선택은 책의 끝에 다시 한 번 이야기 한다. 페럴만을 보며 자유에 생각해 보게 된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영광을 포기함으로써 기존에 그가 누리고 있던 평화롭고 조용한 삶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유를 얻는 능력은 아무것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자유롭게 존재하는 능력이다

                                     - 앙드레 지드

 

 자유의 가치란 개인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자유 그리고 자유를 통해 삶이 가지게 될 영향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에 우리는 끊임없이 자유를 논하고 자유를 갈구하고는 한다. 저자가 내게 주고 싶었던 것은 내가 주어진 자유에 휩쓸려 다니기 보다는 스스로 자유롭게 존재하길 바라는 것이 아닐까?   

 

 책의 99%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해도 나는 할 말이 없다. 그것이 사실이기에. 다만 책을 읽을수록 철학과 인문학에 깊이가 없는 나를 돌아보며 채찍질 하게 된다. 철학을 통해 마음의 풍요를 쌓았다는 말이 내게는 배고픈 소리가 된다. 스스로 자유를 깨달을 수 있도록, 김우창 교수님의 말씀을 깨달을 수 있도록 노력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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