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베이커리
이연 지음, 이지선 그림 / 소년한길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햇빛 좋은 날 바람에 실려 우산 타고 날아올 것 같은 그녀에게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책을 다 읽고 그녀에게 내 이야기를 해줬던가 라는 의문이 들었다. 말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내 마음에 붙일 반창고를 그녀는 이리도 잘 아는 걸까? 역시 그녀는 음표 요술지팡이를 숨기고 있는 마법사임이 틀림없다.
 

 내 마음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따라 갈 때가 있다. 바로 마음이 지쳤을 때다. 기분이 좋거나 행복하다고 스스로 느낄 때 누군가가 나타나 "너 우울하지?" 를 수십 번 되풀이 해서 묻게 되면 "아니." 라고 큰 소리로 답하던 진실은 어느 새 "응......"이란 힘 없는 소리로 변하게 된다. 내가 "응."이라고 하지 않을 때까지 그 사람은 포기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대체 왜 물어보는 지 모르겠다. "저 아이는 분명 우울할거야. 새 엄마 혹은 새 아빠 혹은 부모님이 계시지 않거나 혹은 이혼을 한 부모의 자식이니까!" 라고 못 박은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묻는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진실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 어쩔 수 없이 이야기를 그만 하기 위해 그 사람의 말처럼 순간 나는 불쌍한 아이가 되어 동정 받게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내가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책 주인공 상윤이와 같은 것이다. 상윤이는 부모님 이혼 후에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아빠가 재혼을 하시자 아빠와 빵가게를 하는 아줌마와 함께 산다. 부모님의 이혼과 함께 상윤이를 따라다니는 것은 "저 아이는 불쌍한 아이. 문제가 있는 가정의 아이." 라는 꼬리표였다. 내게도 초등학교 1학년 부터 그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집에서는 참 행복한 우리 가족이 왜 밖에만 나오면 사람들의 입을 줄기차게 오르내리고 어른들은 나를 보며 한번 더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는지 알 수 없었다. 

 

 결손가정이란 말은 대체 누가 만든 것이며, 가정 환경 조사할 때 부모님 조사를 왜 손을 들면서 해야 하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왜 어른들은 모든 문제를 이혼한 부모의 아이나 편부편모 혹은 계부계모 가정의 아이들이 저지를 거라 생각하는 것이다. 눈으로 들어나는 가정의 상처가 있는 집의 아이들이 물론 불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눈으로 들어나는 상처가 없는 가정의 아이들 중 더 많이 불행한 경우도 훨씬 많다. 자신의 가정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포장하기 위해 그러는 것일까?

 

 주위의 동정 어린 시선만 아니면 하나도 걱정이 없는 상윤이와 상윤이에게 엄마라고 부르라고 강요하지 않는 빵집 아줌마, 돈을 별로 벌지 못하지만 웃음 바이러스를 전해주는 아빠로 이루어진 가정은 행복 그 자체다. 행복은 처음부터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재결합 한 가정의 아이들의 행복 만들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훨씬 쉽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주위의 시선만 아니라면 그 행복은 소리 없이 쌓여갈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빵굽는 냄새가 난다. 고소하고 조용히 부풀어 오르는 빵 소리가 들릴 것 같기도 하다. 상윤이의 웃는 얼굴을 보며 그 웃음이 사라지지 않게 주위 사람들의 편견이 사라지길 바라본다. 어린이들에게는 걱정을 해주는 것보다 "너는 너답게!" 라고 믿어주며 응원을 해주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된다. 가족의 모습은 똑같지 않다. 우리 가족의 모습이 다른 가족과 똑같다고 생각하면 아쉬워지는 것처럼 가족의 모양은 다 제각각이라고 생각이 들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리네 가족의 모습이 평범한 가족보다 특별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각각의 가족마다 비밀이 하나씩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조개가 품고 있는 진주처럼 특별한 보물이 숨겨져 있을 것 같다.

 

 아이들과 어른들의 시선을 변화시켜 줄 책. 그냥 변화가 아니라 재밌게 변화시켜 줄 책이다. 내가 선생님이라면 아이들과 부모님께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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