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 - 안개의 성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현주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짙은 안개로 덮인 성, 그 안에 잠들어 있는 공주. 공주를 깨우는 어린 기사가 나타났다. 기사가 공주를 깨워도 공주는 그저 잠으로 심연의 깊은 곳으로 가라앉으려고만 한다. 어린 기사는 사실 공주를 위한 제물이었것만 기사는 공주에게서 도망치려 하지 않고 공주의 손을 잡는 길을 택했다. 서로 언어가 다른 그 둘, 둘 사이에 놓여진 시간은 얼마만큼 일까?  

 

 머리 양쪽에 뿔이 달린 해맑은 웃음의 남자아이는 무슨 이유로 제물이 되어야 하는 걸까?

 손으로 만지면 아스라한 연기로 사라질 것만 같은 아름다운 공주는 왜 이곳에 갇혀 있는, 아니 머무르게 된 것일까?

 안개의 성을 둘러싼 연기들의 정체는 무엇인 걸까?

 

 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 아릴 때가 있다. 게임이 원작이라는 소설이라는 것도 모른 채 읽기 시작한 나는 책 속 공주의 마음이 내 마음 같아 한참을 쓸어내린다. 그녀가 존재하는 곳은 현실이 아닌 게임 속에나 등장할듯한 환상의 세계임에도 그녀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아파온다.

 

 이코-책의 제목은 주인공 남자 아이의 이름이다. 안개의 성으로 제물로 보낼 아이가 몇 십 년에 한명 태어나는 토쿠사 마을에 이코가 태어났다. 제물은 머리 양쪽에 뿔이 나 있으므로 누구나가 알아볼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제물로 바쳐질 운명에 처한 이코는 그 운명을 거스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13살이 되면 뿔이 급속히 자라 머리카락을 가르고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는 여느 마을 아이들과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서도 이코는 자신의 목숨으로 마을을 위험에 빠트리기 싫다. 마음이 맑은 아이, 이코. 이코는 그렇게 안개의 성으로 떠난다. 제물로서. 왜 제물이 되야하는지도 모르면서.

 

 안개의 성은 요르다 공주가 사는 곳, 그리고 검은 안개들이 사는 곳. 그녀를 살아있다고 해도 되는 걸까? 차라리 죽고만 싶었을 공주, 그녀의 마음에 이토록 큰 상처를 드리운 이를 향해 이코는 검을 든다. 그 작은 몸으로, 빛나는 마음으로. 요르다 조금만 더 힘을 내줘라고, 이코 힘내라고 책을 읽으며 속으로 몇 번이나 빈다.

 

 게임이 원작이라는 소설 <이코-안개의 성>은 500페이지가 넘는데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높다. 게임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미야베의 능력을 뭐라 칭찬해주어야 할까? 주인공 심리 묘사 보다는 상황 묘사나 배경 묘사에 치중했음에도 그 묘사로 인해 주인공의 마음이 읽혀진다. 아마도 이코가 요르다의 마음을 말로서 설명해주고 요르다가 이코의 마음을 속으로 이해하려는 장면들이 자주 나와서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이 주인공은 책이 좋은 이유는 그 아이가 사심없이 온 힘을 다 끌어내어 버텨내려는 용기와 의지 때문일 것이다. 아이이기에 가능한 그 힘이 부럽다. 책 속의 아쉬운 점은 결말의 약함에 있다. 조금 더 치밀한 결말이었다면 좋았을거란 생각을 해 본다.

 

 내게는 참 예쁘기만 한 책인데 게임으로는 어떨지 궁금해진다. 게임을 한 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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