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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도둑과 목요일의 키친 - Faust Novel
하시모토 츠무구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귀여운 느낌의 제목에 피식 웃음이 난다. 고마운이에게 선물 받은 책으로 인해 마음은 이미 뽀송뽀송해졌고, 20대가 되면서 좋아지기 시작한 고양이 꼬리가 그려진 책 표지에에 내 마음은 둥둥 떠오르기 시작한다. 둥둥 떠오르는 마음을 담담한 문체로 저자는 바람을 불어넣어주었고 나는 움직이지 않는 듯 움직여 앞으로 나아갔다. (하긴 앞이라는 표현은 잘못된 것인지도 모른다. 하늘에서는 앞과 뒤가 없으므로)
그렇게 바람따라 흘러가는 마음을 잡을 길 없어 그냥 둔 것이 실수였던 것 같다. 책을 읽던 도중 마음은 따뜻하리만치 행복한 그리고 조금은 슬픈 먹구름을 만났다. 비를 내리는 먹구름은 생각했던 것보다 차갑지도 무서운 색깔도 아니였다. 손을 대자 비를 뿌리는 것이 미안한 듯 나를 한번 꼬옥 안아준다. 수분기 가득한 바람이 부는 듯한 포옹, 그 품에서 울고야 만다. 울려서 미안하다는 먹구름에게 안녕을 고하고 다시 저자가 불어주는 바람에 실려 책 속을 여행했다.
하시모토 츠무구는 <별똥별 머신>를 통해서였다. 담담한 문체에 읽는 도중 가슴이 저렸을 때 왜인가 의구심을 품게 만들었던 저자. 그의 책을 두 번째 만나고서야 담담한 바람으로 불어넣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작가의 힘이었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가 불어 준 바람에 나는 마음을 놓고 있었음을, 마음을 쉴 수 있었음을 알고는 그가 한없이 고마워진다. 일본 소설의 힘은 이런 조용한 바람에 있는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책은 17살의 미즈키란 여고생과 동갑인 켄이치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미즈키와 켄이치는 가슴 속에 반짝이는 상처가 있다. 미즈키는 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새 아버지는 갑자기 사라져 버리고 엄마는 가출해 버린 집에서 다섯 살 남동생 코우와 살고 있다.
엄마의 가출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데는 미즈키가 그동안 집안일을 도맡아 해오다시피 살아서이다. 음식과 청소를 엄마보다 잘 하는 미즈키인지라 엄마가 사라졌어도 불편함이 없다고 말한다. 그 말투에 마음의 출렁거림을 막고 웃는 미즈키의 얼굴이 떠오른다. 괜찮을리 없다. 아무리 엄마가 집안일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엄마는 미즈키를 아직은 어른이 아님을 알려 줄 어른이다. 포근히 안아줄 수 있고, 따뜻한 말을 해 줄 수 있고, 동생 코우를 울지 않게 해 주는 것도 엄마이다.
어렸을 때부터 예상치 못한 이별에 어른아이가 되어버린 미즈키, 자신이 결정한 것도 아닌데 세상은 그 결정에 돌아간다. 그런 미즈키가 결심한다. 자신의 힘으로 지켜주고자 하는 것을 지키려 한다. 그 행동에 응원을 보내느라 나는 정신이 없다.
무릎 인대를 다쳐서 더이상 축구를 할 수 없는 켄이치란 소년 역시 매력만점이다. 덤덤한 척 하지만 마음은 홍당무가 되는 귀여운 소년. 그가 미즈키를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상처를 미즈키는 동정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이 다친 무릎보다, 저는 다리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켄이치는 미즈키와 함께 행복한 웃음을 지어준다. 그가 참 좋다.
켄이치와 코우 그리고 미즈키는 누가 뭐래도 가족이다. 가짜 가족이 아니라 진짜 가족. 그들이 가족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나도 미즈키와 함께 맞서 싸울 것이다.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고서도 가족이라고 우길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져있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믿기에! 미즈키에게는 세상 누구보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가족이 있는 것이다.
이렇게 행복한 기분으로 책을 끝마치고 나니 이 책을 선물해 준 이의 마음을 짐작해 본다. 그 분은 어디에서 웃었을까? 울었을까? 나처럼 다 읽고 나서 기분 좋은 기지개를 켰을까? 아니면 행복한 미소를 지었을까? 참 잘 읽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