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 정조대왕 - 조선의 이노베이터
이상각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정조대왕, 그를 모르고 20대 후반까지를 살아왔음이 내게는 참 부끄러운 사실이었다. 대왕이란 이름이 어색하지 않을 왕이었음에도 그를 몰랐다는 사실이 얼굴을 들지 못하게 했다. 영원한 제국으로 정조의 삶을 살짝 엿본 후에 <정약용과 그의 형제들>로 내게 정조는 잊지 못할 사람이 되어간다. 그를 사람이라 해도 될까? 그 시절에 하늘에 있는어떠한 신이 그에게 어울리는 별자리를 새로 만들어 하늘에 새겨주었을텐데란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렇다면 참 좋았을텐데, 죽어서도 빛날 것만 같던 그 빛을 쉬이 땅 속에 묻기 힘들었을테니.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에 대한 책은 읽기도 전에 점수를 후하게 주게 된다. 정조대왕이란 이름만으로 책은 읽기도 전에 소중한 대접을 받았고 이 책을 읽는동안 그 어떤 소설보다 내 마음을 아리게 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 정조를 앞에 세웠다는 것만으로 눈 감아주기에는 아쉬운 점이 걸린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정조대왕의 화성행차의 이야기이다. 이 부분을 읽으며 기회가 닿는다면 조선 왕조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의궤'를 다룬 책이 있다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화성 행차의 모습은 웅장하고 거대하였으며 아버지를 향한 정조의 사랑과 어머니를 배려하는 마음 그리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볼 수 있었다. 총 8일을 두고 치룬 화성 행차 이야기 뒤에는 정조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정조 독살설에 대해 저자는 그를 쉬이 보내고 싶지 않은 우리들의 마음이 만들어 낸 안타까움이라 말하고 있다. 정조는 죽었다. 독살이든 아니든 그의 죽음은 그 자체로 온 백성의 눈물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했고 그로 인해 태평성대의 증거를 나타내던 논의 벼 포기마저 하얗게 말라 죽었다. 그 사실이 아픈 것이다. 그가 죽었다는 사실. 그가 이루고자 했던 일이 눈 앞이었는데 죽었다는 사실이 슬픈 것이다. 그가 뿜어내던 환한 빛들이 너무나 어이없게 금방 사라졌다는 것이 가슴을 아리게 하는 것이다.

 

 2부는 사도세자의 아들로서의 정조를 말하고 있다. 사도세자의 아들이었기에 그가 당했어야 할 핍박을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사도세자의 아들이었기에 그가 감당했어야 할 아버지에 대한 아픔과 죄송함을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어린 정조는 속으로 속으로 쌓아냈을 것이다. 왕이 되려면, 아버지의 한을 풀려면 지금 죽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커왔을 것이다. 정조는 왕이 된 후 그 마음을 한번에 쏟아내지 않았다. 아버지의 한보다 그는 나라의 안정을 먼저 떠올렸다. 그는 왕이었다. 올바른 신하들은 많지 않았것만 올바른 왕이 되고자 했던 정조 그의 애달픔을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왕이었기에 외로웠고 왕이었기에 외로움을 참고 백성을 위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했던 정조의 아픔이 담겨있던 장이었다.

 

 3부는 정조가 이뤄낸 개혁들이 적혀있다. 이 부분은 다른 책들에서도 봐왔것만 그의 개혁과 추친력에 혀가 내둘러질 정도이다. 백성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뤄낼 수 없는 일들-상언과 격쟁은 내 마음을 울렸다. 세종대왕 시대의 백성들은 무조건 행복하리라 생각했던 적이 있던 내게 그 시대의 백성이 조세로 인해 괴로웠고 힘든 생활을 보냈다는 것은 충격이었다. 진정 태평성대를 이뤄 낸 이는 정조대왕이지 않았을까? 정조는 그 자리에서 힘들었지만 그는 자신의 힘듬으로 농민의 힘들을 덜고자 했고 재주있는 자들의 아픔을 덜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더 힘들었다.

 

 4부는 정조를 둘러 싼 사람들을 다루고 있다. 정조 개혁을 시작하게 끔 도와주었던 홍국영의 허망한 꿈부터 두 얼굴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비롯해 정조의 총애를 받던 정약용까지 여러 인물을 다루고 있다.

 

  책 소개는 이쯤에서 마무리 하고 책의 아쉬운 점을 말해야 겠다. 책 속의 정조는 가벼운 사람이 아니다. 저자 역시 정조의 삶을, 정조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잊을만하면 가벼운 말투들이 나오는 것일까? 읽던 도중 순간 '엽기 역사' 시리즈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정조를 차분하고 깊게 조명해보고자 했다면 가벼운 말투는 자제 해야 했던 것 아닐까?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돋우고자 했다면 할말 없지만 내게는 마이너스가 되는 문체였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저자가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정조대왕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 전의 책들에서 나온 정조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으며 저자가 바라보는 정조에 대해서 뚜렷한 모습이 없다. 한편 저자가 한 주장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른 이들로 하여금 의구심이나 깊이 있게 파고들 마음을 사라지게 한다. 역사는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만은 없다.

 

 정조라는 이름만으로 책은 반가움이 컸지만 그 반가움은 어딘지 모르게 입안에 와서 감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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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말투 2007-10-15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일부로 현대적 어법으로 처리한것 같은데요
이 책은 학문을 위한 전문서적이 아니라 일반 대중독자들을 대상으로 했기때문에 자칫 딱딱해질수 있는 내용들을 편하게 읽도록 한 저자의 배려라고 생각되네요.
그렇다고 본질까지 훼손한것 같지는 않은데요.
역사소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가벼워선 안된다는건 좀 관념처럼 들리는데 말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