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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개 1
김별아 지음 / 문이당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논개, 난 당신을 안다고 말하고 다녔어요. 왜장을 끌어안고 절벽에서 떨여저 죽은 기생으로 당신을 안다고 입을 놀렸지요. 김별아, 작가의 손에서 태어난 당신을 알아가며 난 당신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어요. 책을 다 읽어버린 지금, 난 당신을 아는 걸까요? 모르는 걸까요? 하긴 당신이 내가 당신을 안다고 하여 좋아할리 만무하죠. 논개여, 그곳은 안녕한가요?
<나는, 나를 모르면서 하는 사람들의 말 따위는 상관없다.> -논개 2 p.329
김별아가 논개를 쓰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논개를 모르면서 논개를 말하는 이들을 향한 항변이었을까? 사람을 안 다는 것은 쉽지 않다, 하물며 동시대의 인물이 아닌 과거 속 인물을 아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특히나 역사적 자료가 부족한 인물을 알고자 한다면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맞추어야 하는 걸까? 기생 논개로 불리던 논개의 아픔을 김별아가 달래주고 있다.
<사랑하였다. 온 생애에 단 한 사람을. 또한 사랑하였다. 아프고 아름다운 땅을, 그곳에서 태어난 슬픈 운명을. 그러나 그것들이 어떻게 다른지는 말할 수 없다. 사랑의 경중도 따질 수 없다. 모든 사랑은 진정으로 닿아, 기어이 닮아 있기 마련이므로.> -논개 2 p.342
여자의 일생은 기구하다라는 것을 <여자의 일생>을 읽어보기 전에 엄마를 보며 혹은 할머니를 보며 알았던 듯하다. 나는 내내 불만이었던 것 같다. 성별에 따라 삶의 경중이 달라짐이 서글펐다. 왜 그네들의 삶은 더 촉박하고 아린데도 가볍게 보며, 쉬이 여기는 걸까?
논개의 삶의 무게, 그녀가 그것을 논하는 것을 원하지 않음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그녀의 삶이 역사적 인물이었던 어떤 남자들 보다 가볍지 않다고 말하고 싶다. 사랑을 하고,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삶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가혹한 운명을 안겨 준 나라를 사랑했던 여인, 그녀의 이름은 논개. 논개의 파란만장한 아린 삶이 시작되려 한다.
사람이 살고자 한 시대를 어찌 택할 수 있을까? 부모를 택해서도 태어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인데 어찌 시대를 선택할 수 있겠는가. 태어남이 업이요, 살아감이 아픔이라. 그럼에도 태어남인 축복이고 살아감이 행복이라. 누구나 그러하고 산다고, 누구나 한 번 웃기 위해 열 번 운다고 말씀하시는 누군가에게 묻는다. 그럼 논개는요? 그녀가 한 번 웃기 위해 수 백번, 수 천번을 운 것은 어째요? 라고. 그러자 알려 주신다. 논개의 웃음은 세상을 밝게 했다고, 그녀의 웃음은 누군가의 가슴에 영원히 지지 않을 빛이 되어주었다고. 그럼 그걸로 된 건가요? 라는 물음에 그저 빙긋이 웃으시는 그 분. 당신은 누구인가요?
논개가 태어난 세상, 그녀가 선택한 사랑을 심어주고 싶었던 세상에 백성들은 죽는 것이 나았다 했고, 조정은 도망을 가고, 왕이 탄 가마는 백성들에게 돌을 맞으면서도 떠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그 시대에 사랑이 대수냐고 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도 사랑은 있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사랑했으며, 한 백성이 등을 돌린 나라를 사랑했으며, 부모가 제 자식을 사랑하면서도 전쟁터로 보냈으며, 부모를 사랑하면서도 전장에서는 부모를 잊고자 했던 자식도 있었다. 사랑함이 죄였고, 사랑함이 힘이었다. 보답받지 못할 사랑, 보답 받았다 해도 무엇 하나 약속하지 못하는 사랑, 그 사랑 속에 논개의 사랑이 올곳이 피어 오른다. 붉게 그러나 은은하게 그녀를 잔다르크라 부르지 못할 지언정 더이상 기생은 아니 된다.
#아쉬워라, 논개여
논개를 다 읽은 후에 주섬주섬 모은다. 무엇을? 감정들을.
울어야 하나요? 가슴을 어루만져야 하나요? 나는 두리번 두리번 거리느라 바쁜 걸요. 논개의 사랑에 아플려고 준비했으면 어느 순간 전쟁상황의 참혹함이 우르르르 쏟아져 나와 한 민족의 아픔이 솟아 오르면 어느 순간 논개의 곧음에 대한 찬양이 시작되어 우러러 볼려 하면 그녀가 사랑한 이의 바름이 찬양되고 아, 감정은 어느덧 분산되고 나는 어쩌지요? 울까요? 말까요? 아니면 역사 한 장면을 봤다고 말할까요?
논개라는 여인의 삶을 택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어딘지 모르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많아 힘이 든다. 역사적 사실을 이야기 함이 나빴던 것은 아니었으나 (물론 의병들 역시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름을 썼던 것도 좋았다.) 그 사실을 이야기 함에 장황한 설명을 할 필요가 있었나 싶다. 초반에는 시대적 배경에는 아무 언급도 없더니 갑작스레 정세의 혼란과 세력 다툼이 뜬금없이 튀어나와 맥을 끊어 놓는다. 임진왜란을 이야기 하려 하면 그런 사항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간략히 할 부분까지 너무 상세하게 이루어지다 보닌 읽던 중에 지치는 감이 있다.
또한 논개의 삶을 이야기 하고자 했음에도 역사 앞에 논개는 중앙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닌 역사의 밖에 서 있는 사람 같다. 그녀를 주목해야 하는지 임진왜란의 참혹함을 주목해야 하는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논개와 최경회의 아픈 사랑 역시 아프다는 것은 알겠는데 가슴으로 와닿지 않는다. 무언가 단절된 느낌이 들어 감정들이 분산된다. 아쉬움이 남아 논개를 쓰다듬으려 해도 괜스레 머쩍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