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창비시선 156
함민복 지음 / 창비 / 199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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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긍정적인 밥 부분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 줄 수 있을까 라는 시인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다. 내 고개짓이 시인에게 보일리 없다하더라도 끄덕여 본다. 그가 볼 수 없다면 내가 강화도로 찾아가 시인에게 전해야 한다고 마음 먹는다.  시인으로 인해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많다고, 더운 여름날 마음에서 땀을 흘리는 사람이 많다고, 나 역시 누군가의 고마운 (지금도 너무 감사한) 추천으로 시인을 알게 되었다고, 이미 시인의 따뜻함을 은은한 달빛 아래서 꺼내보는 사람이 참 많다는 말을 전해주러 가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몇 자 끄적이는 걸로 대신한다.

 

 시를 모르고 시를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 지도 알지 못하는 내가 시집을 읽고, 가슴을 아려하고 한 숨을 내쉬어 보며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시를 모르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국문과도 아닌데 시의 속 뜻까지 알지 못하면 어떤가 싶기도 하다. 그저 그의 시가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고 그의 시가 내 마음 같고, 내 마음이 그의 마음 같을 것 같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된 것이 아닐까?

 

 함민복 시인을 만난 건 <눈물은 왜 짠가>를 통해서였다. 그의 시를 읽으며 그의 삶을 떠올린다. 강화도에 살기 전에 이곳 저곳을 떠돌아 다니던 시인, 그토록 사랑하는 어머니를 홀로 둬야 하는 시인의 아픔, 누군가를 사랑했으나 (지금도 사랑하고 있을지 모른) 떠나보낸 후의 아림, 돈 2 백만원이 자신이 만져 본 가장 큰 돈인 시인의 가난을 들여다 본다. 그의 시는 그가 남긴 마음의 자취인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선천성 그리움 전문
 
 나를 반기는 첫 장의 시를 읽고 나서 가슴을 쓸어 내린다. 아, 내가 찾아 다니던 그리움은 모두 타고난 것이었구나.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다니던 그리움이었구나, 빈틈이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건 왜일까? 포갤 수 없기에 아름다운 거리가 사람과 사람에게는 존재한다는 것, 그 거리에 눈물 흘리고 가슴 아려 한다해도 그 거리로 인해 사람과 사람은 서로 만날 수밖에 없는 거구나라는 생각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인이 지독한 외로움 속에서 누군가를 애타게 그리워 해 쓴 시로 이리도 편하게 위로 받아도 될런지 이 따뜻한 위로를 슬프게 받아 들였다.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을 수 없다네

 

어머니 가슴에서 못을 뽑을 수도 없다네

 

지지리 못나게 살아온 세월로도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을 수도 없다네

 

어머니 가슴 저리 깊고 푸르러

 

-가을 하늘 전문

 

 함민복 시인은 어머니를 사랑한다.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이가 어딨겠냐마는 유독 그의 시에서는 그 마음이 애달프게 전해져 온다. 나이 40 살이 넘도록 혼자서 살고 있는 시인은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는 형편이다. 그의 말대로 시집 한 권팔면 겨우 300 원이 그의 손에 들어오는 데 무슨 돈으로 어머니를 모실까.

 

 어머니라는 이름만으로, 어머니를 닮은 달을 볼 때만으로 가슴에 눈물이 가득 찰 것 같은 시인을 바라보며 내 어머니를 떠올린다. 어째서 내 어머니는 내가 한 모든 잘못으로 상처 받지 않았을까. 그 흔적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자식에게 받은 상처를 없애기 위해 어머니들은 얼마나 많은 밤을 가슴을 문질렀을까. 못을 박았던 자리가 남을까 얼마나 아프게 문질렀을까. 얼마나 아프고 시린 밤을 보낸, 보내고 계신 것일까. 시인이 애닯고 어머니가 애닯고 내가 슬프다.

 

하늘에 신세 많이 지고 살았습니다


푸른 바다는 상한 눈동자 쾌히 담가주었습니다


산이 늘 정신을 기대어주었습니다


태양은 낙타가 되어 몸을 옮겨주었습니다


흙은 갖은 음식을 차려주었습니다


바람은 귓속 산에 나무를 심어주었습니다


달은 늘 가슴에 어미 피를 순환시켜주었습니다

 

-몸이 많이 아픈 밤 전문

 

 시인은 아파야 시를 쓴다고, 외로워야 쓸 수 있다는 말을 흘려 들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시인은 그러한 가 보다. 아프고, 슬프고, 외로운 그 마음을 시로 적는 것인가 보다. 속으로 아프기 위해서 시인은 얼마나 많이 참아내는 것일까? 아픈 시를 적지 않기 위해, 누군가에게 따스함을 전해주기 위해 시인은 얼마나 많이 마음으로 우는 것일까? 그가 많이 아프지 않길, 시인의 마음에 따스함을 선물 해 주고 싶다.

 

 이 시집에 있는 시들이 서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다만 시인이 가난을 노래하고 아픔 받는 삶을 적은 시를 부족한 내가 제대로 느끼지 못한 탓으로 말할 수 없을 뿐이다. 시를 읽는 동안 마음에서 바람이 불고, 밖으로 바람이 불어왔다. 적어두고 싶은 시가 많아서 팔이 아팠지만 옮겨 적어봐도 가슴에 바람이 사라지지 않음은 왜일까....? 많은 의문 속에 선명해지는  하나! 그건 함민복 시인의 시는 더 많이 읽혀져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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