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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이름이 없다
위화 지음, 이보경 옮김 / 푸른숲 / 2000년 5월
평점 :
품절
바람이 불면 사르르르 날라가는 잔디에 떨어진 나뭇잎들. 그 나뭇잎을 하나씩 주어들어 책 속에 집어 넣는다. 그렇게 집어 넣은 나뭇잎이 17개. 바람결에 사라져 버렸을 나뭇잎은 책 속에서 글이 되고 삶이 되어 마음을 울리는 나뭇잎이 되었다. 그 책의 주인은 위화, 나뭇잎을 글로 만든 마술사도 위화이다.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는가.
나에 대한 비하를 할 때면 누구한테나 듣는 소리. 참 와닿지 않는 위로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했다. 그렇게 소중한 사람이 많은 세상이 왜이리 힘드냐고, 왜 이리 삶에 글을 쓰는 것이 책한 페이지에 나를 적는 일이 왜이리 고되냐고 속으로 푸념을 하기도 하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누구나 다 힘들다고 말하지 말고 내 이야기를 듣고 참 힘들었겠구나라고 말해주세요. - 라고 속으로 외치면서도 누구한테고 말하지 못한 나였다. 알고 있기에,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사람,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내 속마음을 저자가 들를리 없것만 왜 나는 이 책이 내 마음 같아서, 책 속의 주인공들의 아픔이 내 아픔 같아서 위로 받는 걸까? 위화의 단편 소설 <내게는 이름이 없다> 에는 17개의 이야기들이 아니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무거울 듯한 삶이, 삶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거운 듯한 우리네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조금은 상처받고, 조금은 우울하면서도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유쾌한 이야기. 웃음이 나는데도 가슴에 바람이 불게 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적어내려 가며 위화는 울었을까? 웃었을까?
담담함 속에 감쳐줘 진 유쾌함과 감동.
그것을 글로 적는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이 글을 적는 동안 저자는 웃지도 못하고 혹은 가슴이 아려 한밤중에 자주 깼을 거라는 짐작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가고 있다. 내 나이가 유쾌하지 않다고 여겼것만 이 책을 읽으며 유쾌한 내 나이를 쓰다듬어 본다. 조금은 더 볼 수 있게 되었구나. 가슴 속 설움, 아픔을 타인의 아픔으로 위로 받을 수 있게 되었구나, 라며 스스로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잊혀질 만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주변 사람을 기억해야 하고 관심을 가져야 하고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도 왜 이름으로 그를 부르지 않고 약한 그의 면만을 살펴보고 이름을 마구 지어 되는 가! 이름으로 불러주세요. 자신의 이름을 잊지 않는 세상에서 살게 해 주세요. 손가락질 보다는 악수를 해줄 수 있는 세상이 되게 해 주세요.
쓰다보니 너무나 주관적인 서평이 되었다. 에효,,, 17개의 이야기 중 모두 다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이 좋다. 당신이 밟고 선 땅을 한 번쯤 내려다 보게 할 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