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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2 ㅣ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12
금난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에 올라가면 음악을 음악실에 가서 공부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학년에 학급이 2학급 뿐인 학교인데도 건물은 생각보다 컸던 중학교는 음악실 역시 우리 교실보다 조금 더 컸던 기억이 난다. 음악실에 앉아 열린 창문 밖을 보면 바다가 내려다 보였는데 (우리 중학교는 언덕 꼭대기에 위치해 있었다) 끝없이 푸르른 바다, 한없이 푸른 하늘 그리고 더위를 식혀주는 산들바람으로 인해 음악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오분 일찍 가서 창가에 자리를 맡기도 했었다.
매번 수업 시간마다 클래식을 틀어 놓고 우리를 기다리던 선생님으로 인해 클래식이란 음악 장르를 알게 되었다. 자연과 하나가 되어 귀에 잘 들리는 클래식도 있었고, 하품을 위한 클래식이라고 불러도 좋을 클래식도 있었으며 마음으로 파고드는 클래식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 시절 클래식에 관심이 생기는 것은 음악시간 뿐이었고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와 함께 관심도 함께 마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절 음악 선생님께서 우리에게 클래식을 듣고 무조건 제목을 외워 시험을 보게 하는 방식말고 작곡가나 곡의 탄생 배경등을 이야기 해주었더라면 클래식을 사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바다처럼, 하늘처럼, 불어오는 바람처럼 자연스러운 음악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어른이 다 되어서 클래식을 들어보려 해도 섣불리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그런 나를 위해 이름만은 수 없이 들어본 금난새라는 대단한 선생님이 나타나셨다. 한 손에는 책과 다른 한 손에는 클래식 음악CD를 가지고서.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 2>는 후기낭만주의에서 20세기에 걸친 중요한 작곡가 열네 명을 소개해주고 있다. 책을 들추다 CD를 먼저 발견하여 책을 읽기도 전에 들어보고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한 번 들어봤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 쓰이는 말일까? 그저 편안하고 때로는 웅장함으로만 들리던 음악은 곡을 쓴 작곡가의 삶과 곡 설명을 들은 후에는 전혀 다르게 다가와서 마음으로 들어온다.
CD에는 복구의 쇼팽이라 불리는 그리그와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음악을 추구하는 프로코피에프의 곡만 실려있다. (총 12곡이 실려있다) 내게는 독특하면서도 몰아치는 듯한 (프로코피에프, 교향곡 제1번 <고전> D장조 1장) 프로코피에프의 곡보다는 아름다운 소리와 섬세한 듯한 느낌을 주는(페르귄트 모음곡, 제1모음곡 아침의 기분) 그리그의 음악에 더 빠져드는 듯하다. 책 뒤에는 CD에 담긴 노래들의 간략한 설명까지 덧 붙여 주시는 섬세함을 보여준 저자로 인해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저자는 같은 시기에 활동한 대조적인 성격을 가진 음악가 두 사람을 묶어서 이야기 한다. 음악가의 일대기를 이렇게 전해주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자료를 보고 정리했을지를 생각하니 저자의 노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글은 늘이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 짧은 글 속에 알차게 집어 넣기는 더 힘들 것이다. 저자는 음악가의 태생과 성장 배경 그리고 음악을 향한 열정적인 삶 그리고 죽음까지 우리에게 전해주려 한다.
내게는 시벨리우스와 그리그, 스트라빈스키와 바르토크의 이야기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핀란드에서 태어난 시벨리우스는 조국을 사랑한 음악가였다. 핀란드의 민속적 소재를 음악과 접목 시켜 민족정신을 높인 작곡가로 칭송 받는다고 한다. 자신이 사랑한 조국, 조국을 닮은 음악을 쓰기위해 노력한 시벨리우스. 그런 그가 대학에서는 부모님의 뜻에 따라 법학을 전공하게 된다. 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 하지 못한 시벨리우스는 음악 공부를 병행하고 페루치오 부조니를 만나 음악을 향한 마음에 날개를 달게 된다. 그가 법학을 그대로 전공했다면 우리는 위대한 음악가를 놓쳤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꿈을 향한 노력은 나이에 상관없이, 현실에 상관없이 계속 되어야 하는 것, 그걸 해낸 그가 자랑스럽다. 바르토크의 병마와의 싸움은 뒤늦은 성공을 더욱 안탑깝게 만든다. 맑고 강렬한 눈을 가졌다는 바르토크, 그의 음악을 들어보고 싶어진다.
음악가의 일대기를 알고, 음악에 담긴 생각과 열정을 알고 클래식을 듣는다면 클래식은 한 걸음 더 우리에게 다가와 있을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야구를 즐기는데 있어 야구의 규칙을 알아야 하듯 클래식도 '약간의 준비'만이 필요할 뿐이라고. 약간의 준비만 한다면 우리는 그 준비가 민망 해질만큼 큰 감동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 클래식으로 향하는 문에 손을 대야 할 때이다. 당신의 몸과 마음에 휴식을 전해주기 위해서 혹은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