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그네스 선생님 푸른동산 6
커크패트릭 힐 지음, 신상호 옮김 / 동산사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프레드예요. 원래는 프레드리카 랍니다. 제가 사는 곳은 알래스카 랍니다. 맞아요. 하하, 한국은 여름이라고 하던데 조금은 저를 부러워 하시겠는 걸요. 하지만 너무 부러워하지는 마세요. 알라스카의 여름은 일거리로 넘쳐나거든요. 겨울에 먹을 식량을 준비해야 하니까요. 어린이들도 자신의 몫은 톡톡히 한답니다.

 

 이렇게 편지를 쓸 수 있다는 것은 참 신기한 것 같아요. 내 마음을 글로 적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을 전해 줄 수 있다는 기쁨을 아그네스 선생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몰랐답니다. 이제 여러분께 아그네스 선생님과 우리의 행복한 이야기를 해드릴게요. 그건 아주 소중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하다보면 편지 속에서 풀들이 자라나고 꽃들이 피어날 것만 같아 두근거려요. (제가 너무 상상력을 지나치게 높였나요? 상상하고 글쓰는 것을 좋아하는 저인지라 가끔은 엉뚱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답니다.)

 

 알래스카에 있는 우리 학교 학생은 다 합해도 11명이랍니다. 고학년에 오빠들 세 명과 언니 한 명 저학년에는 두 명 중간학년에는 저를 포함하여 5명이 있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교실에서 선생님 한 분과 수업을 해요. 하긴 수업을 하지 않을 때가 더 많지만요. 아그네스 선생님이 계시기 전에 참 많은 선생님이 바뀌셨답니다. 선생님들께서는 작은 마을과 (조금 작긴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더 좋은데 말이죠.) 우리가 점심 때마다 싸오는 생선을 견디지 못하셨어요. 우리는 선생님을 좋아했지만 몸에서 생선 냄새가 나면 선생님이 떠나실까 안절부절 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요. 우리는 생선을 자주 (아주 자주) 먹고 손질하고 살아가니까요. 집에 일할 식구가 적기에 우리는 모두 일을 해야 한답니다. 생선 손질도 그 중 하나구요. 생선 냄새와 눈 앞에는 온통 눈과 얼음 뿐인 이 곳을 견디지 못하고 또 한 분의 선생님이 떠났습니다. 선생님을 태운 비행기가 남긴 바람에 우리들의 한숨이 담겨 있었답니다.

 

 한국에는 새옹지마란 말이 있다고 하지요? 슬픈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다는 뜻, 맞나요? 아그네스 선생님께 여쭈어 봐야 하는데 지금 연필을 놓기는 너무 아쉬워서요. 전의 선생님이 떠나고 새로 오신 선생님이 아그네스 선생님이셨어요. 신기하게 바지를 입고 계셨답니다. (우리 동네 여자들은 모두 긴 치마를 입는답니다) 아그네스 선생님은 영어를 가르키는 알파벳 철자와 같은 영국에서 오셨어요.

 

 선생님은 교실 뒷편에 아주 아주 큰 세계지도를 붙이셔서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거나 알려주셨고 책상을 둥글게 해서 앉으라고 한 뒤에 수업을 아주 재밌게 하셨답니다. 가장 놀란 일은 우리가 구호품으로 받은 너덜너덜한 교과서를 모아서 창고에 두신 후에 예쁜 색연필과 예쁜 연필 그리고 더 예쁜 학용품들을 주셨어요. 그건 새거였죠. 우리가 처음 써보는 새 것인 학용품이었답니다.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그린 그림을 교실에 붙이기도 하고 글씨 연습을 위해 알파벳을 공책에 붙여 주시기도 하셨어요. (쓰기를 잘하는 버사는 필기체로 된 알파벳 띠를 받았지요. 조금은 부러웠답니다) 우리가 글씨 연습을 할 때면 선생님은 책을 읽어주셨어요. 처음 읽어주신 책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 그건 <로빈 후드> 였는데 선생님은 등장인물이 바뀔 때마다 목소리를 다르게 해주셔서 꼭 만화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아그네스 선생님은 그 전 선생님들과는 달랐어요. 생선을 싫어하셨지만 비염이 있으셔서 우리 몸에서 혹은 도시락에서 나는 생선냄새를 맡지 못하셨고, ( 저는 조금 의심이 되기도 해요. 우리를 위해서 참고 계신 건 아닌가 해서요.) 청각장애인인 우리 언니에게도 공부를 가르쳐 주셨어요. (언니가 수화를 배우는 덕에 우리들, 그리고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간단한 수화를 할 수 있답니다. 이건 기적 같은 일이었어요.) 가장 달랐던 점은 우리에게 꿈을 갖게 해주셨어요. 우리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그네스 선생님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수 많은 일들을 이야기 해주셨고 우리에게 있는 재능을 찾아서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전 글을 쓰고 싶어요. 글을 써서 아그네스 선생님처럼 용기와 꿈을 저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거든요.

 

 꿈결같은, 행복한, 따뜻한 이란 단어를 시간 앞에 집어 넣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신 분도 아그네스 선생님이셨어요. 행복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우리 마을은 점점 더 활기차 졌답니다. 이건 사람과 사람이 이뤄내는 기적 같았어요. 그 기적을 아그네스 선생님이 마을에 선물로 주셨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점점 더 아파와요. 아그네스 선생님은 1년만 이  곳에 계시기로 하셨거든요. 우리는 아그네스 선생님이 더 계셨주면 하고 바랐지만 말을 할 수는 없었어요. 아그네스 선생님이 고향을 그리워 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고향은 그런 곳이잖아요. 가고 싶은, 보고 싶은. 그래서 우리는 잡을 수가 없었답니다. 너무 소중하고 너무 존경하는 아그네스 선생님을요.

 

 여름 야영지에서 돌아오면 아그네스 선생님은 계시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9월말이 되어서 야영지에서 돌아왔을 때는 밤이었는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학교에 불이 켜져 있었어요. 새로운 선생님이 오신 걸까요? 하지만 저 그림자는 너무 익숙한 걸요. 아그네스 선생님일까요? 저는 너무 두근거려 확인 하지 못하고 왔어요. 눈물이 날 것 같았거든요.내일은 일찍 학교에 가야겠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일찍 자야겠죠? 편지는 여기서 마칠게요. 아, 한 가지 같은 소원을 빌어주실래요? 그 선생님이 아그네스 선생님이 맞기를! 이란 소원을요. 그럼 모두 좋은 꿈을 꾸세요.

 

                                                 알래스카에서 프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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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는 이래야 한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동화를 읽을 때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보면 역시 따뜻함이 우선인걸까? 황량한 알래스카에서 꿈과 용기를 심어주신 아그네스 선생님을 보며 눈물이 날 것 같은 따뜻한 감정이 가슴으로 차 오른다. 그냥 살고, 그냥 시간이 가길 기다리는 아이들의 삶을 변화 시켜 준 건 관심과 사랑. 돈이 들지도 않는 일. 그러나 더 힘든 일. 그 일을 하는 어른이 되고 싶어진다.

 

 행복한 알래스카의 소식을 라디오로 들은 기분이 드는 책. 프레드의 목소리는 어떨까? 쫑알쫑알, 하지만 또박또박 말하는 아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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