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말로만 하는 대화가 전부일거라 생각하나요? 말로 하지 않으면 감정은 전해지지 않고, 말로 하지 않으면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적 있나요? 듣지 못하면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나요? 믿지 못하는 당신께 사하라 저 머나먼 사막에서 모래 바람을 타고 코리가 걸어오고 있어요. 당신에게 당신이 기적이라 부를만한 일을 전해주기 위해. 하지만 이야기를 다 들은 당신 아마 기적이라고 말할 수 없을거예요. 그건 우정이니까요, 그건 사랑이니까요. 그건 우리 모두의 가슴에 있는 것이니까요. 하긴 그래서 기적일지도 몰라요. 당신 마음 속에 있는 사랑의 기적을 깨울 시간입니다.
이건 아주 오래 전 이야기가 아닌데도 저는 옛날이라고 시작을 할래요. 이건 먼 곳의 이야기가 아닌데도 저는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시작을 할래요. 아직은 나만의 캐러멜을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아직은 코리의 마음처럼 맑은 마음을 가지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니 이건 옛날 아주 머나먼 곳의 이야기라고 할래요.
이야기가 끝났을 때 당신에게 코리와 캐러멜이 얼만큼 가까워졌는지 내게 이야기 해줄래요? 나도 이야기 해줄게요.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할 때마다 조금씩 가까워지거든요. 언젠가 나도 캐러멜을 만날 수 있다고, 나도 누군가의 코리가 되어줄 수 있다고 믿게 되거든요.
옛날(사실은 조금 가까운 과거) 머나먼(사실은 조금 가까운 곳) 알제리의 사하라 사막에 있는 사하라위족의 난민촌 중 하나인 스마라라는 곳에 여덟 살 코리가 살았어요. 그곳은 자갈들, 끝없는 모래, 하이마(천막), 허름한 진흙집, 낙타 우리, 하얗게 회칠한 건물들 그리고 하늘뿐이었죠. 하지만 그건 겉모습일 뿐이예요. 누구나 제대로 알지 못하면 겉모습만 보이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요. 그곳은 보이는 것보다 더 힘들게 사람들이 살고, 울고, 아파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들여다 봐줘요. 코리가 보이나요? 저기 눈이 예쁜 남자아이가 보이나요? 그 아이의 눈을 들여다 보세요.
코리의 눈은 사람들의 입을 뚫어지게 보고 있어요.
'동그란 입술, 옆으로 벌린 입술.' 이게 코리의 이름이죠. 그래요. 코리는 말을 할 수도 들을 수도 없어요. 코리는 참 신기해요. 사람들은 어떻게 말이란 것을 하고, 어떻게 저렇게 다양한 입술 모양으로 말을 하는 걸까요? 자신은 이름 하나만을 아는데도 참 힘들었는데 말이죠. 그건 조금은 슬픈 느낌이예요. 모두가 아는 세상을 눈 앞에 두고도 만질 수 없는 것은, 느낄 수 없는 것은 슬퍼요.
슬퍼도 웃을 줄 아는 코리를 위한 선물일까요? 낙타를 좋아하는 코리에게 캐러멜이 생겼어요. 실은 캐러멜은 코리만의 낙타는 아니랍니다. 삼촌네 낙타가 새끼 낙타를 낳았고 캐러멜 색의 조그만 낙타에게 코리가 이름을 붙여준 것 뿐이었죠. 하지만 누구나 다 알다시피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그 낙타는 나만의 것이 되잖아요. 캐러멜도 그랬답니다. 코리만의 캐러멜, 캐러멜만의 코리. 둘은 그렇게 서로에게 길들여져 갔답니다. 행복하게, 따뜻하게. 사막은 더이상 삭막해 보이지 않았어요.
코리는 캐러멜을 만날 때면 노트와 연필을 들고 가요. 캐러멜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서죠. 작은 캐러멜이 코리의 이름을 부른 순간 코리는 알았거든요. '동그란 입술, 옆으로 벌린 입술.' 캐러멜이 코리의 이름을 부른다는 걸. 물론 그건 낙타가 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코리만의 착각이었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코리에게 이미 캐러멜을 말을 할 수 있는, 코리 역시 캐러멜에게 말을 할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답니다. 코리는 캐러멜의 말을 옮겨 적었고 그건 모두 시가 되었어요.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모두 시가 되는 것처럼 말예요.
그리고...
그리고...미안해요. 이번에는 지금까지만 할게요. 조금만 더 담담히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만큼 심장이 따뜻해지면 다시 이야기를 시작할게요. 코리와 캐러멜이 말하기만 하면 모두 시가 되는 그들만의 사랑이야기를. 사라하 사막을 호수로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 투명한 눈물을 닮은 그들의 우정을 기적같은 이야기. 하지만 기적이라고 불리기 싫어하는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릴게요.
눈이 보이지 않으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습니다. 말을 할 수 없고 귀가 들리지 않으면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말은 사람과 사람만이 하는 것이라고 알았기에 세상 모든 것이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코리와 캐러멜의 입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말은 마음을 타고 나와야 하는 것이라고.
알았다해도 사물과 동물과 대화를 나누기에는 너무 커버린 듯한 나이에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속이 상해 입을 더 꽉 다물고 말을 하지 않는 제게 코리가 알려줍니다. 마음의 입은, 마음의 귀는 나이와는 상관 없다고. 마음을 여는 데는 나이, 성별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구요. 그래요. 마음을 듣는데는 단 하나만 중요합니다. 열린 마음, 이것 하나만.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땅에 먹을 것이, 입을 것이 넘쳐난다고 삭막하게 말라가는 다른 나라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말을 하면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을 거예요. 어느 곳에나 꿈이 피어오릅니다. 그 꿈은 모두 반짝 거려요. 그 꿈에 바람을 불어넣어 주세요. 그 꿈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코리가 캐러멜을 보내지 않을 수 있도록. 사랑을 전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