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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형제 - 날개가 필요해 우리들의 날개 ㅣ 아름북스 12
이은하 지음, 홍영지 그림 / 삼성당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나를 제대로 알아 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대철이의 이야기
<"여러분, 새 친구가 왔습니다. 이름은 왕대철! 반갑게 맞아주세요.!"
단발머리 여선생님이 대철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아이들에게 소개를 해 주었다.
'내 이름이 왕대철이었지......'
이 녀석, 저 녀석, 겁 없는 악마, 쓰레기.....> -p.44
자신의 이름보다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대철이. 초등학교 5학년인 대철이는 자신이 쓰레기 라고 생각해요. 늘 화만 내시는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시고, 잘못하면 매 먼저 드는 아빠가 말씀하시고, 학교 친구들도 대철이만 보면 슬금슬금 피하며 그렇게 말하니까요. 이제 자신의 이름이 대철인지 쓰레기인지도 모르겠어요.
대철이는 마음이 여린 아이예요. 돈을 뺏는 친구들에게 맞기만 하다가 용기를 내서 싸운 것 뿐이었고, 엄마가 자신보다 강아지를 더 예뻐하기에 엄마가 아끼는 강아지를 귀여운 여자아이에게 주고 왔고, 아빠가 물으시면 대답을 하려 했지만 굳게 다문 입으로 허리띠를 푼 아빠의 매를 그저 맞고마는 아이예요. 친구의 콧대를 부러뜨렸지만 그건 무서웠기 때문이었어요. 그 친구의 괴롭힘을 견디는 건 참 힘들었거든요.
그저 대철이가 원한 건 매일 싸우기만 하시는 부모님께서 대철이 때문에 못 살겠다고 하지 않는 것이고,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것뿐이고, 낯가림을 잘하는 대철이를 친구들이 조금만 기다려 주었으면 하는 거예요. 부모님께서 대철이가 의사표현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마음이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하고 바라는 것 뿐이예요.
#쓰레기라고 불려도 좋아. 쓰레기로도 날개를 만들 수 있으니까-만복이의 이야기.
하루종일 웃는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하루종일 쓰레기라고 불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처음에는 싫었어요. 쓰레기를 줍는다고 쓰레기라고 부른다면 생선집 친구는 생선으로 고기집 친구는 고기로 불려야 하잖아요. 그래도 웃었어요. 전 약하고 친구들에게 준비물을 빌려야 하고 냄새가 나기도 하고 사실은 더러운 옷을 입고 있으니까요. 쓰레기로도 멋진 새를, 예쁜 우산을, 아름다운 날개를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원망하지도 않는 만복이는 아픈 할머니와 먹지 못해 바람에 날라갈 듯한 동생과 살아요.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는 쓰레기를 줍는 일밖에 못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만복이는 늘 웃는 얼굴이랍니다.
대철이는 매번 인상을 쓰는데 만복이는 매번 웃어요. 아마 그래서 서로 알아본 것은 아닐까요? 만복이는 대철이가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먼저 인사도 하고 다가갈려고 노력도 했어요. 물론 대철이의 까칠한 성격으로 인해 무안을 당했지만요. 그것이 대철이가 부끄러워서 그랬다는 것을 안 건 한참이 지난 후였어요.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알아봤고 그 상처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보여주었어요. 우리에게는 위로가, 우리의 아픈 마음을 알아봐주는 딱 한 사람이 필요했으니까요. 쓰레기라고 다른 사람들이 불러도 날개를 만들 수 있는 쓰레기라는 것을 알아봐주는 친구가 되었어요.
#우린 날아오를 거예요! 쓰레기로 만든 날개로!
부모라는 이름으로, 세상이라는 이름으로 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준걸까? 대철이의 말처럼 태어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만복이로부터 돈을 달라는 말을 들을 것도 아닌데 왜 대철이 때문에 못 살겠다고 말하고 만복이를 볼 때면 인상을 쓰는 걸까? 우린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쓰레기로 만드는 걸까?
아이들은 생각을 할 줄 모른다고, 기억을 하지 못한다고, 마음이 없다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걸까? 왜 나는 자꾸 잊는걸까? <쓰레기 형제> 를 읽으며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대철이 부모님께 대철이 대신 말하고 싶어서 속이 타들어갔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귀를 기울여주길 바라는 건 욕심일까?
아이들의 책에 들어있는 한숨이 점점 깊어진다. 웃음이 넘치는 아이들의 책을 만나기 위해 마음으로 보는 어른이 되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