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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사 레옹의 행복 - 레오나르와 줄리엣의 특별한 이야기 1
아네스 라코르 지음, 김희경 옮김, 릴리 스크라치 그림 / 키다리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좋아하는 핑크빛 표지의 그림책, 표지에는 스티커를 붙인 듯한 드라이기와 빗을 들고 있는 사람이 주인공 레옹인 듯하다. 미용사인 레옹씨, 머리카락이 그렇게 적어서야 되겠어요? 라는 질문을 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표지를 보고 뒤를 봤을 때 한 문장이 내 눈을 의심하게 한다.
"두 사람의 성장 이야기 속에서 사랑, 이별, 슬픔, 열정, 용기, 희망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에 사랑과 열정 그리고 용기와 희망을 전해주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별과 슬픔이라니 이런 것도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을까? 아이들의 눈을 통해 세상을 보고 싶다고 했음에도 나는 그럴려면 멀었나 보다. 아이들이 읽는 책 속 사랑은 영원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현실 속에서 사랑은 그렇지 않음을 잘 알면서도 사랑에 대한 환상을 아이들에게 요구했다. 사랑은 영원해도, 영원하지 않아도 아름답다는 것을 책을 읽고 깨달았다.
사랑 이야기는 이 책의 아주 작은 부분이다. 배우고 싶은 감정들이 책에서 퐁퐁 솟아난다. 사랑하고 싶은 레옹의 이야기로 들어가보자.
아름다운 집에 살고 일요일이면 할머님의 슈크림 빵도 실컷 먹을 수 있고 전기로 가는 장난감 기차에 32단 기어가 달린 자전거를 가진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레옹. 행복이 가득해서 웃고만 지낼 것 같은 레옹의 어린시절은 예상외로 우울하다.
레옹이 우울한 이유는 부모님이 지어 주신 이름 '레오나르 티쇼' 때문이었다. '아르티쇼'라는 별명으로 친구들은 레옹을 엄청 놀려댔죠. '아르티쇼'는 커다란 잎사귀가 달린 국화라는 뜻이었거든요. 문득 레옹의 아픔을 보면서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가 생각났답니다. 삼순이란 이름의 아픔을 아는 자만이 레옹의 아픔을 알 수 있겠죠? 레옹은 친구들의 놀림으로 점점 더 내성적이 되고 슬프고 외로워졌어요.
하지만 왕따라는 이름의 보이지 않는 아픈 무기는 레옹에게는 감당하기 힘들었어요. 그때 줄리엣이 레옹 앞에 나타났어요. 근시가 너무 심해 늘 커다랗고 무겁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다니는 줄리엣을 본 레옹은 그녀가 왕따임을 알고는 그녀의 아픔을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둘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었답니다.
레옹은 줄리엣에게 다양한 머리 모양을 만들어 주는 것을 참 좋아했답니다. 줄리엣의 머리카락이 아름다웠던 이유도 있지만 레옹의 손에서 줄리엣의 머리카락은 더 아름답게 변신해갔어요. 줄리엣은 다양한 머리를 하게 되어 참 행복했답니다. 제가 맘에 드는 것은 땋아서 끝을 풀어 헤친 머리였답니다. 앞머리가 참 귀여워서 혼자 큭큭 거리며 웃었답니다.
줄리엣 역시 레옹의 해주는 아름다운 머리와 어울리도록 두꺼운 안경을 벗고 콘택트 렌즈를 맞추기로 했어요. 그녀의 아름다운 눈이 세상으로 나오게 된거죠. 역시 두꺼운 안경을 벗은 줄리엣는 동네 총각들의 마음을 흔들었고 줄리엣은 결국 레옹과의 결혼을 하지 않기로 했답니다. 안경을 벗음으로서 그녀에게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 것을 어떻게 원망할 수 있겠어요. 왕따였던 그녀를 둘러싼 많은 친구들은 줄리엣에게 행복을 전해준 건 아닐까요?
사랑하는 연인과 가장 친한 친구를 한꺼번에 잃은 레옹은 아주 멀리 떠나기로 했어요. 그녀와 같은 곳에 산다는 건 참 힘든 일이니까요. 사랑이 떠났다고 해서 삶이 멈추어지는 것도 아니구요. 레옹은 여행을 하던 중에 '생-파르도-쉬르-루와르- 시에 머물기로 마음 먹었어요. 아담한 도시는 이상하게도 침울해 보였어요. 그래서 레옹의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레옹의 마음도 우울했으니까요.
하지만 레옹은 우울해하는 것만으로는 하나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참 똑똑하죠? 하지만 이 깨달음을 위해서 레옹은 많이 울고 많이 힘들어야 했답니다. 레옹은 마을에 <레옹 헤어살롱>을 열었어요. 레옹이 참 멋진 미용사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잖아요.
레옹은 미용실을 열고 열심히 일했고 마음 사람들은 점점 행복해지기 시작했어요. 레옹의 마음도 행복해지기 시작했죠. 그리고 다시 사랑으로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레옹은 겁이 난답니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거든요. 레옹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그림책을 읽는데는 물론 나이가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가끔 어른들은 상관이 있다고 말한다. 그런 어른들이라면 이 책은 상관이 없다. 사랑, 꿈, 행복, 열정, 이별, 슬픔, 용기는 우리의 삶에서 언제나 존재했던 것이기에! 이 책을 내 친구와 같이 읽었는데 우리는 정말 허리를 펼 수 없을만큼 웃었댔다. 재밌는 그림이 큰 몫을 했다. 다 웃고나서 책을 다시 보니 내용 역시 위트가 넘친다. 레옹을 통해서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용기가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든다.
아이들과 읽으면 짝꿍 이야기나 좋아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내 친구들에게 선물 해 준다면 웃음과 함께 마음 속 무언가를 움직이게 해줄 것이다. 스티커를 붙인듯 올록볼록한 그림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좋을 것 같다.
레옹의 이야기를 들었으니 줄리엣 이야기도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