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차가운 밤바람 속에 나와 있기도 했어?"
 
"가끔."
 
"추워서 금방 들어갔겠지?"
 
"아니요, 얼어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서 있었어요."
 
"왜?"
 
하늘의 달은 깨진 얼음조각같이 날카롭고 스산했다. 이현은 그녀의 어깨에 두툼한 파카를 덮어주려 했으나 이진은 고개를 저어 사양했다. 이진이 다시 입을 연 것은, 이현조차도 서서히 추위가 견디기 어렵게 느껴질 만큼 시간이 많이 흐른 뒤였다.
 
"온몸에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 추위 속에 서 있으면 더 견디기 쉬운 일들이 있어요."
 
이진은 새파랗게 바랜 입술로 얼음 부스러기를 토해내듯이 힘들게 말했다.
 
"몸에 온기가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기쁘니까요. 온 힘을 다해 품안으로 파고들게 돼요. 만사가 순조롭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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