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가는 옛 길 한빛문고 17
이순원 지음, 한수임 그림 / 다림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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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 가는 옛길>은 수호라는 주인공의 초등학교 은사였던 '이관모'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으면서 그 선생님으로 받은 상처와 서글픔 그리고 분노를 추억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은사님이 돌아가셨다는 말에 '모 관모가?'하는 말을 내뱉는다. 순간 나는 주인공의 됨됨이에 편견을 키우기 시작했다. 은사님에게 관모라는 이름을 부르다니 말이다. 우스개소리로 이름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고인이 되어버린 분께 '관모'라고 부르다니 이게 무슨 말투란 말인가. 그러나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아아..관모라고 부른게 어디냐라는 생각이 든다. 나였으면 전화를 그냥 끊어버렸을거라고. "죽었다구? 그래."라고 전화를 끊었을거라고. 그리고 그 시절의 분노가 치밀어올라 은사의 생각은 바로 머리를 털어버려 얼른 사라지게 했을거라고. 그러나 수호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관모를 떠올리며 그와의 일을 용서하려한다.

 

수호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경주. 초등학교 시절 지물포와 포목점을 하는 부모를 둔 그 마을 가장 잘 사는 사람의 둘째부인의 아들 경주(그의 동생은 석주)였다. 그 아스라한 어린시절 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이관모라는 선생님께 온갖 이쁨을 받았던 아이가 경주와 석주형제가 한쪽에 서있다면 그에 비해 수호는 점심 대신 장작개비 하나를 가져가 점심값으로 내고는 옥수수죽을 먹는 그렇지만 당차고 글짓기를 잘하는 동생을 사랑하는 아이였다. (그의 동생은 은호) 집이 가난해서 가난한데도 글짓기도 잘하고 똑똑해서 관모선생님의 미움을 독차지하게 되는 수호와 은호형제가 다른 한편에 서있다.

 

 하루종일 배가 고픈게 당연했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부자인 아이가 부럽다는 마음보다는 대다수가 가난하니 가난이 불편이지 창피한게 아니였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우리 아빠는 어린시절 호박만 너무 먹어서 어른이 되면서 호박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아니 먹지 못한다고 한다. 할머니의 손이 떠올라서 나날이 말라가는 할머니의 얼굴이 떠올라서 아빠를 포함한 7남매에게 호박을 먹이고 그것조차 먹지 못한 할머니의 말라가던 팔다리가 떠올라 아빠는 아직도 호박을 먹지 못하신다. 아직도 술의 힘을 빌어 말해야하만 하는 그 아픈 그시절을 아빠는 가슴에 품고 사신다. 그래도 그 시절에는 누구나 가난했기에 기죽지 않고 살수있었다며 아빠가 학교다닐때 달리기는 일등이었다고 크게 웃으며 이야기하시는 아빠의 얼굴은 아름답게 빛나신다.

 

 그런 시절에 학교를 다니던 수호는 시골의 한학년에 한학급 뿐인 학교에 동생 은호와 다닌다. 남들보다 더 큰 장작개비를 들고 학교를 가서 행복하게 웃을수 있는 아이였다. 그런 그가 아픔으로 눈물로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되는건 이관모라는 선생님이 전학와서 동생 은호의 4학년 담임이 된 후이다. 은호는 수호를 닮아 공부도 잘하는 아이였다. 그 가난한 시절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존재였던가. 그런 존재인 선생님이 세상에서 제일 악독한 사람으로 변할때의 기분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줄수 있겠는가. 관모가 아이들에게 하는 첫번째 질문은 '이반에 가장 잘 사는 집은 누구인가?'였다. 그 반의 가장 잘 사는 아이는 석주였다. 그때부터 관모는 밝게 웃으며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은호의 얼굴에 어둠을 드리우게 하고 석주만을 편애한다. 수호의 사정은 담임선생님이 좋아서 한결 다행이었지만 글쓰기를 잘하는 수호의 글씨기반 선생님이 관모가 되면서 수호의 재능도 어둠으로 가려지게 된다. 누가봐도 관모의 행동은 잣대에 너무나 크게 어긋난 거였지만 돈 앞에는 작은 외침은 사그라들고 마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 차가운 진실을 관모를 통해 어린 나이에 배워나간다.

 

 원래는 어른을 위한 책이었다는 이 책을 작가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을 했다고한다.

어른의 눈에 맞게 나왔다면 묘사가 더욱 생생할 거란 아쉬움은 남지만 책을 보며 느낀 아픔과 분노는 같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눈물을 쏟게 하고 끓어오르는 화를 삭혀야했던 부분은 관모가 수호와 은호형제를 세워두고 서로의 뺨을 때리게 한 사건이었다. 장작을 가져오는 은호만 청소를 시킨다며 은호가 장작을 가져가지 않아 우기는 은호에게 교문앞에서 자신이 가져온 장작을 주며 가져가라고 하자 형의 마음을 알게 된 은호는 그것을 반으로 갈라 같이 가져가자고 한다. 반으로 자른다하더라도 다른 아이들이 가져온것 보다 큰 장작을 두 형제는 나눠갖는다. 그 모습을 본 석주가 관모에게 일러 점심배급을 하지도 않는 관모가 나와 두형제를 은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아이들로 만들로 버린다. 그리고 서로의 뺨을 때리는 처벌을 한다. 수호가 주먹만 쥐고 있자 날아드는 관모의 손. 관모가 무서워 손을 드는 은호의 작은 손. 손을 펴지 않기 위해 주먹을 더욱 꽉 쥐는 수호의 손. 그렇게 주먹을 쥐며 수호는 생각한다. 내가 만약 어른이 된다면 그리고 선생님이 된다면 저런 선생님만은 되지 말자고. 마음이 아리고 아리면서 수호의 꽉 쥔 주먹만이 생각난다. 그 아이에게 무슨 짓을 한건가. 그 아이는 처음으로 그날 아버지를 원망한다. 가난한것을 원망한다. 한귀를 닫고 세상을 살아가는 아버지를 원망한다. 눈물을 삼키며 분노를 남긴다.  책에서 수호의 부모님의 역할은 상당히 작다. 수호가 아버지를 원망할때 나는 그가 무언가를 해주길 바랬다. 가서 관모의 멱살이라도 잡아주길를 바랬다. 그러나 그 후의 아버지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또한번 내 얕은 생각을 후회한다. 이제 옥수수죽을 먹이지 말고 하루에 한번씩 덜어놓아 모으는 쌀을 애들에게 먹이자고 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말한다. 참아야한다고 그 쌀 지금 먹으면 수호 은호 중학교 못 보낸다고. 그러니 참아야한다고. 수호도 나도 그런 아버지를 다시 보게 된다. 아버지는 역시 큰 산이었던 것이다.

 

 관모의 폭압은 그 후로도 계속되지만 그런대로 꿋꿋이 견디어내는 수호와 은호이다. 그런 그들이 자라 관모의 부음을 들었을때 어찌 선뜻 가겠다는 말이 나오겠는가. 그러나 수호는 간다.

대관령을 넘으며 그는 관모에게 간다. 그를 용서하러. 그 시절을 보듬으러. 하지만 나는 쉬이 관모를 용서할 수가 없다. 가난이란 이유로 약자였던 시절. 그것을 어린 그들에게 애써 알려준 그가 나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 수호 그는 정말 용서한걸까.

용서로 인해 찾아드는 마음의 평온함은 알고 있지만... 용서하지 않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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