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직 멀리
세오 마이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눈을 뜨고는 하루가 시작되었음에 절망하고 눈을 감고 잠이 들때는 내일이 다시 올거라는 것에 절망하는 23살의 여자 치즈루.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하고 선생님께 칭찬을 들으며 화가가 되려는 꿈을 키웠지만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재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참하다는 인상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어왔다는 이유로 자신의 적성과는 상관없이 영업직에서 일하는 아가씨이다. 영업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상대방이 필요없다는 말에 바로 알겠습니다라고 말하는 내가 보기에는 착하지만 상사가 보기에는 그리고 치즈루 자신이 보기에는 한심한 모습이다. 그런 생활의 연속이다보니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로하는데도 지쳐버리고 삶의 의욕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더이상 생겨나질 않는다. 자살을 결심하는 치즈루. 불면증 치료약에서 수면제 한알 한알을 모아 통장의 돈을 모두 가지고 여행을 떠난다. 기발할 것도 없는 자살여행을.

 

 치즈루를 통해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녀와 나를 동일시까지는 무리더라도 비슷한 점이 많다며 그녀를 이해할지도 모른다. 삶이란 것이 힘에 부치는 사람들에게 일탈은 꼭 한번 해보고픈 일이 되었다. 그것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지칠 때 병원에서건 주위사람들이건 대다수가 여행을 권한다. 그것은 왜일까? 여행을 하게되면 시간은 분명 흘러가지만 내 현재에서 빠져나와 시간이 정지해버린 느낌이 든다. 그 정지해버린 시간 속에서 우선 육체를 쉬게 한다음 정신을 쉬게 한다. 한걸음 물러나서 사물을 바라보는 것은 사물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게 할 때도 있지만 사물을 사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 사물을 연관시켜서 혹은 주위환경과 사물을 연관시켜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나무는 숲에 있지만 나무 속에서는 숲이 보이지 않듯이 삶을 제대로 보고 싶다면 삶의 밖에서 한번쯤은 보아야하지 않을까? 치즈루에게 숲을 보여준 장소는 깊은 산속에 위치한 다무라 민박이다.

 

 다무라 민박의 주인은 다무라이다. 수더분한 인상의 다무라는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자 도시에서 내려와 부모님이 하시던 민박을 운영한다. 운영이랄 것도 없이 손님은 거의 오지 않는다. 치즈루가 여기에 머문 이유는 단 하나. 인적이 없는 북쪽의 민박집을 원했기 때문이다. 죽기에 번잡한 곳은 어울리지 않으니. 다무라씨와 어색한 인사를 하고 죽을 준비를 하는 치즈루에게 수면제는 자살을 성공으로 이끌까? 제목에서 보이듯이 천국은 아직 멀리 있으니 치즈루는 죽지 않는다. 하루종일 자는 그녀를 아무 의심없이 하루종일 재우는 다무라씨를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다무라씨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이 든다. 천하태평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고민하고 아파하지만 살아가면서 자신이 행복을 찾으려는 다무라씨의 모습에 빙긋이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싶다.

 

  책을 덮는 순간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책의 내용은 끝났지만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며 치즈루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다무라 민박을 향하는 기차를 타면서 빙긋이 미소지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적는 치즈루의 빛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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